수도로 향하는 길, 우리는 망망대해 위 허공을 끝없이 유영하고 있습니다. 파란 바다가 아래에 끝없이 펼쳐집니다.
수도로 향하는 길, 우리는 망망대해 위 허공을 끝없이 유영하고 있습니다. 파란 바다가 아래에 끝없이 펼쳐집니다.
주린 배가 생체 시계를 울려 옵니다. 슬슬 간식 하나씩 까먹고 갑시다.
그러고 보니 여러분은 바다에 가본 적 있나요?
다포딜:수도에 있는 연구실 근처에 바다가 있긴 한데...가본 적은 딱히...
캔터베리 벨:팔 년 전이었지...난 심해기지에서 잠복임무를 하다가 17대 1로...
그나저나 다들 간식 뭐 챙겨왔습니까? 저 좀 먹여 주세요.
젊은 사람이...
우끽. 우끽.
캔터베리 벨:아니...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운전 중이잖아요...
당연히 먹여 줘야지...핸들에서 손 뗄깝쇼?
마가:만들면 되지. 대신 비행선을 좀 뜯어야 해.(큭큭)
여기 8개나 있는데도...
마가:자기 팔은 소중히 하라고..여기 의사 있어? 너 의사야?
다포딜:사실 요즘은 구분이 잘 안 가긴 해요. 빠진 어깨 맞추는 것밖에 한 일이 없어서...
팔도 붙여볼래?
내 메스가 어딨더라.(가방 뒤적뒤적...)
혹시 누구 팔? 내 팔?
마가:한명만 선장한테 기부해~ 간식 맘껏 집어먹을 수 있게!
다포딜:운전하면서 간식을 먹을 수 있게 하려면 아무래도...
가위바위보는...어때요...
캔터베리 벨: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아십니까?
아니..됐다..
하지 마세요...하...
하지 말라면 하지 마...
캔터베리 벨:네 먹여주세요 팬지 님. 제발요.
다포딜:걱정이네요...잘못해서 손가락이라도 깨물리진 않을지...
메리골드...나 너무 힘듭니다...
나까지 미쳐가고 있어, 젠장...
캔터베리 벨:근데 마가 씨. 댁은 수도 가서 뭐 할려고 얻어탔어요?
마가:내 연구실도 거기 있으니까! 급하게 나오느라 많이 못 챙기고 나왔거든.
가서 좀더 챙겨오지 뭐~
캔터베리 벨:연구실이라, 하긴 엔지니어니까 그런 건 중요하겠지. 주종목이 뭔데요? 이것저것 잘 하는 모양이더만...
마가:'오토마타'라고 알아? 작년까진 거기에 심취해있었지. 이번에 만든건 생체신호를 교란시키는 판넬이고.
사람 몸에도 신호가 흐르거든!
캔터베리 벨:심장 박동이나 신경계 같은 거요? 기계치라 잘은 모르겠는데.
마가:그냥 사람을 약간 고장나게 만드는거라고 생각하면 돼. 잘만 쓰면 목소리 변조도 된다?
생각보다 할수있는게 많다니까.
캔터베리 벨:그건 혹하네요. 엄청나게. 갑자기 당신이랑 친해지고 싶고.
마가:뭐야~ 그런거 관심있어? 이거이거. 음흉한 사람이었네!
캔터베리 벨:뭐, 전 비밀경찰이니까요. 조국을 위해 언제나 힘쓰고 있죠.
어쩐지 비밀이 아니게 된 것 같습니다만...
마가:푸핫, 그 컨셉 계속 쓰는거야? 알았어~ 경찰 나으리.연구실이 멀쩡하게 남아있으면 시제품이라도 하나 건네주지.
캔터베리 벨:컨셉이 아니라니까. (경찰 배지 뙇)
..여기선 믿어줘야 하는거?
됐다, 됐어. 내가 비밀경찰이면 댁은 수수께끼의 엔지니어 M이겠다.
마가:그러니까~몇번을 말해!! 맞다니까?! 이렇게 눈치가 없는걸 보니 죽었다 깨어나도 비밀경찰은 아니네!
캔터베리 벨:네~네~세계 최고의 엔지니어 M 씨. 거기 있는 샌드위치나 좀 줘 보세요. 원숭이한테 받아먹긴 싫으니까. 뭔가 바뀐 것 같고...
마가:어휴. 진짜 짜증나. (덥썩) 먹어라 먹어.
햄 샌드위치였는데 누가 햄 빼먹었어요?
뭐야, 자백해! 장난해?! 토마토 양상추 샌드위치가 됐잖아!
배탈나면 큰일인데.
메리골드:그러게 말예요, 침팬지가 고기 먹어도 되나?
캔터베리 벨: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 두 가지가 애들이랑 동물이란 말입니다...
다포딜:괜찮아요. 잡식성이니까...양념이 문제죠.
그러니까 팔을 하나 더 달자고 말했는데...
어쨌든 벨도 세션시작 약 30분만에 간식을 먹었고(실화?) 우리는 계속해서 날아갑니다. 현재 시계탑에서 떠난지 약 8시간째.
아니다. 14시간 정도로 합시다. 밤이 한 차례 지나갔고 지금은 대낮으로, 머리 위에 해가 쨍쨍하게 떠 있습니다.;
세미콜론 무시하세요. 배고픔을 달랠 햄 샌드위치 한 바구니만 있다면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법입니다.
그나저나 항해에는 언제나 지도 보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아래쪽을 목이 빠져라 쳐다보며 지도 보는 사람을 도와줄 사람도요.
지도는.........
메리골드:인간이 넷인데 왜 지도를 침팬지가 보죠?
캔터베리 벨:저 지금까지 침팬지 안내 듣고 운전하고 있던 겁니까?
메리골드:축하해요, 2개 국어가 가능한 비밀경찰이라니...
음역대가 맞나 봐요.
캔터베리 벨:도대체 누가 경사났는데요? 아...어질어질하네.
메리골드는 그렇다면 눈치챕니다. 대략 30분 전에도 똑같은 암초 위를 돌았다는 사실을요.
아니, 어쩌면 1시간 전에도. 2시간 전에도 봤었죠. 처음엔 바다라서 풍경이 똑같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 보세요. 지도를 거꾸로 들고 있는 침팬지하며, 숭비게이션 말을 듣고 운전하는 선장하며...
메리골드:원래 시계탑에서 수도까지 걸리는 예상 평균 시간이 얼마 정도였죠?
캔터베리 벨:시계탑은 움직이는 성이야. 정해진 위치가 없어.
요.
메리골드:아무튼! 같은 곳을 빙빙 돌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나 인간이 지도 좀 보면 안돼요??
아니, 거꾸로 들고 있잖아...
다포딜:그냥 제가 볼게요. 팬지, 지도 이리 주렴...
캔터베리 벨:밤새 운전했더니 좀 졸리기도...
하.... 저흰...
뭐가 문제죠?
저희인게...
마가:난 빼줘. 이쯤되니 그냥 잠수함 만들어서 가는게 더 빨랐을 것 같다!
캔터베리 벨:내 생각에도. 쉬고 싶은데 어디 정착할 곳 없나...
없으면 졸음운전자와 숭비게이션의 무한한 연료 소모가 예상되는데요...
메리골드:관찰 판정 굴리고 싶다... 제가 뭐랬죠?
선언만 해도 됩니다. 파란 하늘, 노란 햇살, 나는 갈매기.... 아, 참 예쁘네요.
메리골드:아까 커다란 암초 옆에 섬이 하나 있던데 거기에 대는 건 어때요?
찾아보라는 선언 하라는 말이었는데 안타깝네요. 그 섬은...음...
아...
캔터베리 벨:이런 거 찍어서 신문에 넘기면...
메리골드:(고래 구경도 했으니까 정착할 곳 다시 둘러봄)
저기 커다란 배가 하나 보입니다. 갑판에 비행정 하나 정도는 충분히 앉을 정도로, 정말 큽니다. 항공모함이래도 믿겠어요.
대포도 여러 개 달려 있지만 해적선 표식이 없는 걸로 보아하니 일반적인 배입니다.
메리골드:웬 배가... 벨! 동쪽에 배가 하나 있어요. 쉬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캔터베리 벨:뭐, 허락해줄지가 문제입니다만...아. 저쪽 말이죠. 알겠습니다.
다들 돈은 좀 있으십니까? 가서 안 된다고 하면 협상해야 되니까.
얼마나?
몰래 대는 방법은 없겠죠? (급기야)
그나저나 메리골드, 조금 전부터 나침반 바늘이 빙빙 돌고 있습니다. 영 이상하네요.
메리골드:그나저나 수도 도착하면 나침반부터 사야겠는걸요.
캔터베리 벨:고장났나? 아니면 이 주변 암석이 희한하거나...
철분이 땅에 많으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잘은 모르지만.
갈매기들도 잘 보면 목적성을 갖고 나는 게 아니라, 무의미하게 같은 곳만 계속 도는 것처럼 보입니다. 지친 몇몇은 우리보다 먼저 그 배 위에 앉습니다.
벨은 뒤통수를 좀 긁다가, 그냥 착륙하기로 합니다.
캔터베리 벨:별 수 없지...새로 고친 비행정 착륙 기능 좀 볼까.
배는 구식도 신식도 아닌 모델로, 꽤 잘나가는 조선소에서 만든 것입니다. 황동색의 몸체와 약간 녹슨 갑판이 파도에 부딪치며 빛납니다.
끼익, 끽, 마찰음과 함께 비행정은 부드럽게 착륙합니다.
마침 구름에 해가 가려져서, 조금 어둡기까지 합니다.
살펴볼 수도 있고 무작정 다리 뻗고 쉴 수도 있습니다.
마가:(오호. 이 배 모델이 꽤나...구경좀 할게요)
마가는 갑판 위를 천천히 걸으며 이것저것 살펴봅니다. 잘 보면, 대포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는지 녹슬어 있습니다. 아마 이 배의 주인은 공격적인 사람들이 아닌 성싶습니다.
마가:이 사람들 대포를 전혀 안 쓰나봐~ 적어도 냅다 총맞을 일은 없지 않겠어?
어쩌면...총을 아주 잘 쏴서 대포까지 쓸 필요가 없는 걸지도...
고요함도 잠시, 저쪽에서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배 위에 누군가 왔어. "응, 나도 봤어." "설마 그놈들은 아니겠지?"
내가 보고 올까, 로빈? "위험할 지도 몰라. 총을 챙겨."
다포딜:지금이라도 다시 올라가면 안 될까요...
빌어먹을 놈들,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 "배를 훔친 건 우리잖아." "훔치고 싶어서 훔쳤어?!""
문을 박차고, 성큼성큼 그 사람은 걸어옵니다.
덩치가 큰 남자로 얼굴에 피를 흘렸던 자국이 있습니다.
로빈, 잘할 수 있을까? "우리 대장이잖아."
보아하니 조선소 사람들은 아닌 것 같고.
메리골드:비행정을 타고 날다가 잠시 쉬러 내려왔어요. 마침 배가 보이길래... (벅벅)
로빈:이름과 출신을 대. 허튼짓은 용납하지 않는다. 대충 봐선 용역도 아닌데...정부 측 사람도 아닌 것 같고.
다, 당신은 엔지니어인가.
오지 마. 이 정도 거리를 유지해.
로빈:기계쟁이들은 믿을 수가 없어. 이름과 출신을 대라니까?! 목적도! 어서!
계속 그렇게 입 닫고 있으면, 위, 위험할지도 몰라.
캔터베리 벨:저흰 수도로 가는 시민입니다. 저를 제외한 이 자들은 모두 히치하이커고요.
마가:그래! 뭐가 이렇게 살벌해! (손 번쩍든다) 난 마가. 해를 끼칠 생각은 요만큼도 없어.
캔터베리 벨:'코드네임 퓨마'라고 합니다. 조그마한 무역 일을 하고 있고요.
로빈:나, 나머지 두 녀석도! 아니, 세 녀석인가...
빨리 이름을 대. 우린 지금 아주 예민하다고.
다포딜:저는 다포딜이고...수도에 연구실이 있어서...
여기 이 친구는 팬지...침팬지요.
메리골드:저는 메리골드예요, 저 같은 노인네가 무슨 힘이 있다고 당신 같은 장정을 위협하겠어요? (손 든다)
로빈:...좋아. 우리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맹세해. 그럼 머물게 해 줄게.
그리고, 가지고 있는 무기가 있나? 아니면 엔지니어, 넌 할 줄 아는 게 뭐 있지?
통행료로 둘 중 하나를 걷겠어.
마가:어딜가나 엔지니어는 도구취급이지.(궁시렁궁시렁) 기계라면 뭐든 손댈 수 있어.
마가:뭐야. 평화주의자가 아니라 그냥 고장나서 못쓰는 거였어?
아~그래. 우리한테 안쓴다고 약속하면 얼마든지.
로빈:물론이지. 그럼 넌 우릴 좀 도와야겠다.
나머진 객실로 안내하지. 거기서 쉬어. 대신, 아직 완전히 믿는 건 아니야. 말했듯이 지금 중요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로빈은 뒤돌아서 앞장서 갑니다. 굉장히 겁먹은 것처럼 보이지만, 눈동자에는 무언가 강한 의지가 서려 있습니다.
갑판에서 내려가면 눅눅한 공기가 차 있는 객실입니다. 지저분한 카펫이 깔려 있고, 라운지에 로빈의 동료들이 앉아 있습니다. 대부분 중고등학생 나이의 소년소녀들이고, 로빈을 포함한 엔지니어도 몇몇 보입니다.(이들은 대부분 30대 이상입니다)
로빈:...응. 수상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표류했나 봐.
소파가 좀 꺼지긴 했는데, 여기 앉아 있어. 먹을 것도 조금 있으니까 대충 꺼내 먹던가. 딱 봐도 바로 출발할 생각은 아닌 것 같고.
대부분 부상자입니다. 붕대를 감아 치료한 사람들도 있지만, 여기저기 찰과상과 출혈을 숨기지 못한 자들도 있습니다.
어른들 중에서 중상을 입은 자의 비율이 더 많고, 소년소녀들은 상대적으로 덜 다쳤습니다.
메리골드:(소파 착석) 어쩌다 다들 이렇게 다쳤대요?
수도에 오는 건 처음인가? 그럼 모를 수도 있겠군...
캔터베리 벨:저도 자주 들른 건 아닙니다만, 일단은.
마가:연구실에만 박혀있었으니까. 나도 잘 모르지.
벨라리아:저기, 그전에 저도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로빈, 물어도 돼요?
그 원숭이는 뭔가요?
로빈:그런 걸 왜 데리고 다니는 거야? 뭐, 우리 꼴보다는 덜 희한하다만...
정말 이상한 조합이군, 너희...
적막이 흐르고, 로빈은 못 참겠다는 듯 머리를 마구 헤집다가 곧 주방으로 갑니다. 먼지가 동동 뜬 차를 갈고리호 쪽 사람 머릿수대로 끓여서 가져옵니다.
로빈:뭘. 궁금해하는 모양이니까,
우리 소개를 해 줄게.
어디부터 말해야 하지. 음, 일단은...
로빈:우린 수도에서 가장 큰 조선소인
코스모스의 노동자들이야.
저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비슷해. 부양할 가족은 많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지만 모든 시간을 일하는 데 쏟지.
힘이 덜 필요한 일은 몸값 싼 애들한테 시키고, 기술자들도 홀대하고...수도의 다른 곳과 별 다를 바도 없어.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부터 희한한 낌새가 있었어. '톱니바퀴 열풍'. 이건 어차피 당신들도 알 거야.
조금씩 기계를 들여오기 시작하더니 월말마다 해고를 했어. 갈 곳도 없는 어린애들은 거리로 내쫓기고 그 깡통들은 사람보다 몇십 배는 빠르게 조립할 줄 알았지.
대우가 점점 안 좋아지는 것도 삽시간에 일어난 일이었어. 우리는 사람이라 다칠 수도 있어. 중간중간 쉬어 줘야 하고 너무 오래 일하면 죽어간다고.
로빈:철판에 노조장이 깔려 죽은 날이었어. 임금은 십 년째 그대로였어.
더 이상은 살 수가 없어서 우린 들고 일어났다.
그리고 봐. 그 결과가 이거야.
그들의 상처가 다시 눈에 들어옵니다. 저마다 눈에 독기가 서려 있습니다. 절망하는 소년소녀, 짙은 피로가 쌓인 얼굴들...
벨라리아:전 동생이 여섯 명이에요. 셋은 일하고 셋은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나이입니다.
이대로 잘리면 정말 갈 곳이 없어요.
틸리아:여기 있는 애들 전부 마찬가지야. 조실부모하고 나와서 일했지만 매일매일 상황은 안 좋아지지.
아이들은 상처 위를 손으로 쓸며 막연하게 괴로운 표정을 짓습니다. 차가 식었네요.
마가:(먼지 후 불곤 벌컥 들이킨다) 아~ 목 타네.
정말이지..어딜 가나 엔지니어는 도구 취급이라니까.
메리골드:뭐, 예상은 했지만 역시 어두운 이야기네요... (호록..)
틸리아:우린 그래도 멀쩡하게 걸어다닐 수 있어. 병상에 누워 있는 사람은 더, 더 많아.
계속 싸워야 해. 언니, 오빠들을 위해서.
우린 조립하는 일만 하지 그 이상으로 공부한 건 아니라서 대포를 개조하는 법은 몰라.
이 배에 있는 대포는 거의 장식용이야. 무기로 쓸 수 있을 정도로 화력을 강화시켜 주길 원해.
고쳐주면 쓸수는 있어? 애초에 당신들, 사람을 제대로 쏴본적은 있나?
로빈:그런 경험은 없어. 무기상 출신의 공장 직원들은 맨 앞에 나가 싸우다 몇몇은 죽었고 몇몇은 중상이야.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조 사람이 아니었던 직원들이고 너무 어려서 위험한 일에 나설 수 없었던 어린애들이 대부분...윽.
그래. 상황 거지같지. 근데 그럼 어떡해. 포기하라고?
마가:그런 말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지금 당신들한테는 엔지니어보다 의사가 더 필요해 보이거든.
아, 그치만 필요하다면 고쳐줄게. 비실거리는 사람들도 쓸수 있을만큼 시위를 당겨주지!
로빈:고맙다. 넌 어디 출신 엔지니어지? 왠지 어디서 봤던 것 같은 기분이...
마가:비밀.일이 이렇게 됐으니 어느정도 거리감은 필요하지 않겠어?
다포딜:저 사람들도 쓸 수 있는 대포를 만드는 것보다 저 사람들이 낫는 게 더 빠를 것 같은데...
(자러못
노동자들은 메리골드에게 한층 더 친절하게 대합니다.
로빈:어쨌든, 일은 빨리 하는 편이 좋을 테니까. 대포실로 안내할게. 이쪽으로 와.
나머지 여러분은 좀 쉬고 있어.
마가/로빈 조와 나머지 조로 나눕니다. 누구 먼저 하실래요?
로빈과 마가가 떠나고 차갑게 식은 차만 자리를 지킵니다. 철썩철썩 파도에 배가 조금씩 흔들립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눈빛을 교환하다가 여러분 쪽을 빤히 쳐다봅니다.
만, 만져봐도 돼요?
아, 그렇군요. 팬지를 향해 반짝이는 시선이 쏟아집니다.
저를...아니...아니구나.
물어볼게요...
(경멸...)
너 되게 똑똑하다!
팬지:(엉덩이 살랑살랑 흔들며 아이들에게...)
벨라리아:이거 애교 부리는 거예요? 귀, 귀엽다...
다포딜:좋은가 봐요. 오랜만에 칭찬을 들어서...
열몇 명이 팬지를 둘러싸고 마구마구 쓰다듬습니다. 동물에게 안 좋은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얘넨 정말 비교적 건강하고 상처도 없어 보입니다. 저쪽에서는 어른들이 아픔을 잊기 위해 보드카를 조금씩 마시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배 안의 나침반도 전부 이상합니다. 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싶었는데 라디오입니다. 소음 때문에 거슬리는지 틸리아는 라디오를 꺼 버립니다.
벨라리아:사실 저희도 표류 중이에요. 배를 훔쳐서 농성 중이었는데 방향키가 이상해져서 좀 먼 바다까지 나와 버렸어요.
지금까진 식량도 넉넉한데 아마 내일 아침쯤 되면 슬슬 부족할 것 같고...
...
그렇군요...
틸리아:당신은 뭐 태도가 그래? 별 생각 안 들면 말을 하질 말든가!
다포딜:별 생각 안 드는 건 사실이지만, 태도는...음, 노력해 볼게요...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그런데 전 생화학자라서요. 값싼 동정밖에 드릴 게 없는데...
전 남이 싫어하는 건 되도록 안 하려고 노력하자는 주의라...
메리골드:..... 말재주 참, 저희 선장은 근처 암석 때문이 아닌가 하더라고요. 저희도 바다 위에서 한참 헤매다가 내려왔거든요.
다포딜:아...맞아요. 자철석인가, 철광석인가...아무튼.
캔터베리 벨:아니.... 지금 생각하는 거지만 역시 침팬지 때문에...
...
부쉈니?
우리 집도 고양이를 키우는데... 성격은 안 좋지만...
둘째가 버려진 걸 주워와서 키우고 있거든요. 얘랑 하는 짓이 꼭 똑같아요.
몇 살이에요? 원숭이.
다포딜:둘은 목 단위로 다르지만요...뭐, 사람도 가끔 금수랑 구분이 안 가니까요....
아마...대여섯? 정확힌 몰라요.
벨라리아:그래요? 생화학자라셨잖아요. 그럼 얘도 실험용이에요?
왜, 신문 보니까 무슨 약 주입하고 우리에 가두고 그러던데..
다포딜:관상용으로 팔려온 건데 제가 데려왔어요. 사실 실험하려고 침팬지를 굳이 공수해 온다는 건 비효율적이죠...
이 애는 그냥...
음.
뭘까요?
그게 맞나 봐요.
반려동물로 하죠...
흠, 그러고 보니 소개도 안 했네. 난 틸리아. 수도에 있는 콘 스트리트에 살아.
쟨 벨라리아, 고아원 동기야. 야, 인사해.
벨라리아:그래도 어른들이 와 주셔서 기뻐요....
보다시피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건 애들뿐이라....
무서웠거든요....
아, 괜찮다면 책이라도 읽겠어요? 저도 선물 받은건데...
할일 없이 있는 것보다는 집중할 거리가 생기면 좋지요.
우리 문맹이야. 읽어줘.
...
가르쳐 드릴까요?
다포딜:제 말은...읽는 걸 도와주면...음.
좋으니까요. 배우면...여러모로.
메리골드:좋은 생각이에요, 다포딜! 글을 배우면 세상이 확 넓어진답니다. (짝)
다시 한 번 눈빛 교환이 오갑니다. '이래도 돼?' 하는 표정. 제일 당돌한 틸리아의 옆구리를 찌르는 애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틸리아는 침을 꿀꺽 삼키고, 뒷목을 만지작거리더니...
다들 눈이 초롱초롱해져서 유식한 두 명을 둘러쌉니다.
메리골드:(종이와 깃펜을 꺼내 다포딜에게...)
벨라리아:간단한 셈 정도는...할 줄 알아요. 저희도 가장이니까 장부 써야 하고...
근데 읽을 줄 알면 사람이 영악해진다고 사장님이 배우지 말라셔서...
그럴 시간도 없지만요, 저희는...
메리골드:그거 다 본인들 배불리려고 계약서에 말도 안되는 내용 적어두는 거랍니다.
벨라리아:그런가, 하긴 어른들이 화난 데도 이유가 있으니까...그, 그래서.
진짜 가르쳐 주시는 거죠? 저 제 이름은 쓸 줄 알아요. 이게 B고, E, L, L, A, R, I...다시 A.
맞죠? 제가 예전부터 똑똑하단 소린 꽤 들었어요! 잘 배울 수 있을 거예요. 아마도...
사장님은 일머리 나쁘고 멍청하댔지만...
틸리아:뭐래? 네가 우리 중에선 제일 똑똑하잖아!
애들 대표로 팀장한테 따지기도 했으면서.
그래서, 빨리 알려줘! 뭐부터 배우면 돼? 알파벳?
다포딜:(얼레벌레 깃펜 받음...) 누굴 가르쳐본 적이 없어서...아마도요.
그리고 사실 사람이 화내는 이유는...딱히 없달까. 호르몬의 농간이죠...전 사실 호르몬 설명하는 게 더 편한데.
캔터베리 벨:학자라면서 그런 것도 안 해봤습니까?
다포딜:사제관계랄 만한 것도 없고...아, 팬지한테 가위바위보를 가르친 적이 있어요.
결과는...음,
메리골드:습. 재미 없는 것부터 시작하면 흥미가 떨어질까봐 걱정인데.
뭐, 역시 알파벳부터 하는 게 좋겠죠. 다 떼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의 철자를 알려줄게요.
틸리아:세 개밖에 몰라. 그래도 자음, 모음이 뭔지는 알고 있어. 다들 비슷할걸?
유독 많이 나오는 거 다섯 개가 모음이지?
...알파벳 교본이라도 베낄까요?
캔터베리 벨:있긴 해? 뭐든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스겜을 위한 trpg다운 진행! 지금부터 메골 선생님과 다포딜 선생님은 +지와 +혜를 한 번씩 굴립니다.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수업에 차질이 생깁니다. 가 보세요!
메골은 패널티가 있는 성공. 족족 잉크가 번져서 글자 모양을 해치고, 팬지가 방해합니다. 다포딜 선생님은 최악의 첫인상과는 달리 인기 짱!
틸리아:진짜 유식한가 봐! 다포딜 선생님, 그래서 선생님이 연구하는 게 뭐라고?
그러니까...세균과 바이러스요. 부업으로 동물의 신체구조나 종 구분 같은 것도...
틸리아:병균 같은 거? 우와, 돈 많이 벌겠네. 얼마 전에 콜레라 유행했잖아. 의사랑은 다른가?
다포딜:의사는 사람 살리는 직업이죠...저는 실력 나쁜 의사 밑에서 시체를 주워간답니다.
......이런 얘기는 하면 안 되나요?
사장님이 유식한 사람들은 다 괴짜랬는데 진짠가 봐요.
다포딜:사실 사람들은 어느 방면에서든 다 괴짜라고 생각해요...서로 절대 이해 못 하는 면이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벨라리아:뭐, 괜찮아요. 저도 선생님을 이해 못 하지만 선생님이 좋아요.
그보다 팬지가 메리골드 선생님을 많이 좋아하나 봐요.
아, 머리 뜯긴다. 노인공격이라고 하나...?
틸리아:메리골드 선생님은 뭐하는 사람이야? 이런 데 껴 있기엔 되게...음...뭐랄까.
평범해 보이는데
다포딜:저도 당신이...아니, 이런 말은 하지 말라고 했었나?
침팬지 입장에선 서열정리라고 하는...말릴게요.
메리골드:반려 동물 간수 잘못하면 주인이 욕먹는 세상인데... (^_^)
틸리아:글자보다 쟤네 언어 익히는 게 빠를 것 같아.
야, 우끼끼. 이렇게 하면 되나?
다포딜:보통 이렇게 말이 통하는 것 같으면...
서열정리를...안 돼, 팬지. 하지 마.
근데 선생님, 왜 아까 말 끊었어요? 선생님은 제가 싫어요?
다포딜:저는 당신을 이해하기도 어렵고...그렇다고 딱히 호감이 생기지도 않아서...제가 좋다는 사람을 처음 봐서 신기하네요, 뭔가.
벨라리아:왜? 선생님은 똑똑하고 귀여운 동물도 데리고 다니고 남들 가르치기도 잘하잖아요.
야생 동물한테 먹이를 줘서 길들이는 행위 같은 거죠, 지금이...팬지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나네요.
비유가 좀 부적절한가...
벨라리아:선생님 우리보다도 솔직하지 못하네요. 우리 동생 같아요.
메리골드:매일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연구만 했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걸지도 몰라요.
다포딜:유년시절에 인간관계 형성이 부적절했나...아동심리학은 잘 모르지만요.
벨라리아:연구만 하면 그렇게 돼요? 사장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다포딜:전 늘 생각하는 그대로 말하고 있어요...좀 걸러 말하는 게 좋겠단 얘기도 가끔 듣는데.
어찌저찌해서 몇 시간 내리 이어진 수업 끝에 이곳 아이들은 알파벳 스무몇 글자를 모두 익혔습니다. 이쪽을 안절부절못하고 보고 있던 몇몇 어른들도 까막눈이었다는 것이 밝혀지자 분위기는 한층 유해졌습니다.
화기애애한 와중 해는 지고, 바깥은 고요합니다. 이제는 갈매기도 날지 않습니다. 어둠이 깔린 바다는 마치 우주 한복판 같습니다. 짭조름한 냄새가 납니다. 배 위라서? 아니요.
조촐한 식사는 검은빵 약간과 버터 조금, 딱딱하게 굳은 치즈가 전부지만 모두 군말없이 먹습니다. 그나저나 마가와 로빈은 뭘 하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걸까요?
마가 턴입니다. 로빈은 계단 두 층을 내려가 깊은 선실로 안내합니다.
컴컴하고 먼지 냄새가 나서, 정말 여기 뭐가 있긴 한 건지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콜록, 콜록, 기침이 절로 나옵니다.
로빈:왜 기침을 하고 그래? 너도 폐병 환자야?
전등 스위치가 어디 있었는데...
쌓여 있는 수많은 무기 부품과 거대한 대포 총 열 개.
모두 군용입니다. 아마 이 배는 정말로 함선용으로 제작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가르쳐만 준다면 우리도 당신을 도울 수 있어.
우린 누가 뭐래도 기술자니까.
따라들어온 기술자 군단(대여섯 명쯤 되고, 전부 너덜너덜합니다)이 결연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애들이랑은 정신력부터가 다릅니다. 모두 각자의 공구를 꺼내고 얼굴에 묻은 검댕이를 훔친 뒤 장갑을 낍니다.
마가:장식용으로 만든 것들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그럴듯한 모양새를 내려고 진짜처럼 만든 다음에 마지막으로 제 기능을 못하게 살짝 망쳐두지.
잘 봐. 대포가 한쪽 방향만 뚫려있어야 제대로 날아간다는 것 정도는 알겠지. 이것들은 구멍이 막히고 반대편이 뚫려있어.
말 그대로 고치면 돼. 그리고 원한다면 홈을 하나 더 내주지. 대포알이 회전하면서 날아갈걸?
로빈:댁은 뭐 군용기지에서 일하던 사람이라도 되나? 아니면 불법무기 제작하던 사람이야?
어느 쪽이든 마음에 드는군. 일단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주면, 우리가 따라해 볼게. 시켜만 주셔!
마가:원래 모든 무기는 태초에 도구였고 사람한테 쓰는게 아니었다고. (공구 꺼내서 휘릭 돌려 든다) 나도 간만이라 바로 될지는 모르겠네. 감좀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시도는 해 보지!
발동 조건:레시피를 사용하면 +지 판정을 합니다.
굴림:9
효과:7~9가 나오면 조립 또는 해체는 성공하지만 다음 중 하나를 마스터가 고릅니다.
• 부품 하나를 잃어버려서 어떤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 조립이 헐거워서 금방 부서집니다.
• 레시피를 잊습니다. 다음에 암기하기 전까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대포알 하나가 굴러떨어져 바다 어딘가 깊은 곳에 잠겨갑니다. 그래도 괜찮죠? 하나쯤은 만들 수 있잖아요. 화약은 충분하니까요.
마가와 로빈과 엔지니어 군단은 뉘엿뉘엿 해가 다 질 때까지 대포를 개조합니다. 다들 꾸벅꾸벅 졸기 시작할 때쯤 모든 게 완성됩니다.
로빈:눈이나 펑펑 쏟아질 것 같고 별론데. 네이밍 센스 구려.
아까부터 궁금했던 건데.
저 기계...인지 동물인지는 뭐냐?
로빈:그래, 그거. 정신 사납게 튀어다니잖아.
마가:내 조수~ 이래뵈도 힘 쎄다? 귀엽지.(손에 들어서 보여줌)
안타깝네요. 삐뽀는 오작동을 일으킵니다. 회로가 망가졌나? 신호음이 조금씩 노이즈를 일으키며 깨집니다.
그러더니 작동을 멈춥니다. 사람을 해칠까 자신이 직접 셔터를 내린 겁니다.
나침반도 라디오도 삐뽀도 전혀 작동하지 않는 걸 보아하니 이 주변에 기현상이 있기는 한 듯합니다.
마가는 대충만 눈치챕니다. 이건 사람의 몸에 흐르는 신호와 관련있다는 걸요. 당신이 초능력자 검사용 기계를 교란시키기 위해 연구했던 바로 그거.
정확히는 무슨 일인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 거대한 흐름은 이 바다 한복판을 떠돌고 있습니다.
어쨌든, 아주 큰일은 아닙니다. 일단은 밤이 깊었으니 좀 자러 가도 되겠어요.
로빈:오늘 정말 수고 많았다. 저녁은 좀 입에 맞았나? 우리가 가진 게 많지 않아서...
좀 좋은 걸 대접해 주고 싶었는데.
마가:하하! 됐어. 변변치도 않으면서 뭘 그렇게 챙겨주려고.
아무쪼록 하려는 일이나 잘 됐으면 좋겠네.
로빈:네 덕분에 잘 풀릴 것 같아. 뭔가 큰 기대를 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악수 한 번 할까. 하하.
마가와 로빈, 엔지니어 군단은 퀘퀘한 무기고를 벗어나 위로 올라갑니다.
아이들이 잘 준비를 하고 있고, 우리의 갈고리호 동료들은 마가를 맞이합니다.
캔터베리 벨:어떻게 하실 겁니까, 여러분?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하시겠어요? 아니면 지금? 전 아까 좀 자 둬서 바로 운전할 수 있습니다만.
구석에서 작은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 덕분에 분위기는 다소 노곤노곤합니다. 모두 친해지기도 했고요.
다포딜:전 아무때나 출발해도 딱히 상관없는데...팬지도 자고요.
벨라리아:선생님. 좀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돼?
바로 헤어지기 싫은데...
틸리아:야, 애냐? 선생님은 수도로 가야 된댔어.
뭐했어? 재밌는거?
틸리아:우리가 까막눈이라 선생님들이 글을 가르쳐 줬어! 대단한 사람들이더라.
다포딜:여기 남아 있으면 제가 연구를 못 하는데요...배로 수도까지 데려다 준다면 모를까.
벨라리아:맞아요. 다포딜 선생님, 특히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아, 그건 안 돼요. 여러분도 우리가 벌일 일에 휘말리게 될 거라.
로빈:아침 8시가 되면 사장과 그 일당이 출근한다.
그때 해안가로 접근할 거야. 모든 일을 끝내야지.
비폭력적인 일은 모두 시도해 봤어.
폭풍전야 같네.
어쩐다고요?
마가:아~ 이대로 떠나기 아쉽긴 한데. 그건 내 사정이고 당신들은 수도에 볼일이 있댔지.
캔터베리 벨:이 밤에 바로 출발하기도 조금 그렇긴 해요. 별 잘 봅니까? 나침반 보긴 글렀고...씁.
전 그냥 아침에 출발하는 편이. 휘말리더라도 이 배 안이라면 안전할 거고요. 마가가 무기개발을 맡았으니 별로 무슨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서.
마가:하. 요즘이 별같은거 볼 시대는 아니지.
캔터베리 벨:그럼 어떡합니까? 나침반도 먹통이고 댁네 조수도 쿨쿨 잠만 자는데.
다른 건 볼 필요도 없겠군요. 다섯 모두 내일 아침으로 정했습니다.
그럼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선실로 가서 잠을 청해 보아요.
벨라리아:선생님. 우리 방에서 같이 자 주면 안 돼요?
다포딜:배에서 번개를 맞을 확률은 제가 당장 심장 발작을 일으킬 확률보다 낮고...제가 있어 봤자 번개 맞았을 때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데요.
그래도 괜찮다면...자기 전에 단어라도 몇 개 가르쳐 드리죠 뭐.
틸리아:그 말이 아니잖아! 큰 소리가 들리면 무섭다고.
아까 가르쳐준 '미트볼'은 잘 기억하고 있어. 근데, E랑 A가 붙으면 왜 '이'소리가 나는지는 아직 모르겠단 말이지.
더 알려줘! 오늘 잠은 다 잤어, 아주.
벨라리아:배우는 거 엄청 재밌더라고요. 선생님.
저흰 여전히 선생님 좋아요.
전 상관없긴 한데...열 개만 배워 보죠. 수면시간이 너무 적으면 뇌에 문제가 생기니까요...
벨라리아:열 개나? 와, 곧 책도 읽을 수 있겠어요.
틸리아:빨리 가기나 해! 선생님, 왜 이렇게 고지식해? 그러니까 선생님인 거겠지만.
우리 방은 저기야.
석유 등은 오렌지색이고, 니스를 칠한 배의 나무 바닥은 울긋불긋한 남쪽 나라 카페트가 덮고 있어 걸을 때마다 소음이 먹혀 옵니다.
피골이 상접한 아이들의 얼굴에는 검은 땟국물이 흐르고 영양실조 탓에 입 주변은 하얗게 일어나 있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웃을 줄 알고 어른을 한심하게 볼 줄도 알고, 칭찬을 받으면 하늘을 날 만큼 기뻐합니다. 손끝은 건조하니 갈라졌어도 미소만큼은 과즙이 가득합니다.
언젠가 먼지 쌓인 공장에서 나와 꽃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을 날도 올까요?
다른 자제들처럼 여학교에 다니면서 정갈한 백 퍼센트 울 재질의 교복 치마를 휘날리고, 풀 먹여 다린 셔츠를 입는 날도 올까요?
다만 그들은 살기 위해 싸웁니다. 자신 앞에 어떤 일이 닥칠지도 모르는 채로.
청새치와 싸우던 배 위의 노인처럼 모두가 자신을 가로막는 것과 대치합니다. 아이들일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바삭바삭한 소리가 나는 오래된 이불 위에 누워 잠에 듭니다.
틸리아: 학구열이 높아서 부담스럽다. 어쩐지 이것저것 가르쳐야 한다는 의무감도 들고...
벨라리아: 내게 관심이 많아 보여서 부담스럽다. 다른 데 관심을 가지면 좋을 텐데...
렙업했네 +지 수치 1 더하고 액션추가
발동 조건:다른 누구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것에 대해 지식 더듬기를 사용하면 판정에 +1을 받습니다.
굴림:11
효과:마스터는 그 대상에 관하여 현재 상황에서 의미가 있는 흥미롭고도 유용한 사실을 밝힐 것입니다.
세부 사항:그 지식을 언제 어떻게 배웠는지 마스터가 물을 수도 있습니다. 즉시 사실대로 밝히십시오.
별일 아닙니다. 그냥 여러분이 많이 피곤했을 뿐이죠. 파란 하늘, 곪은 상처, 분주히 움직이며 음식을 나르는 아이들과 무기를 점검하는 엔지니어들.
어제보다 훨씬 결연해진 표정입니다. 그야 당연합니다. 출항해야 하니까요.
여러분, 아침 드세요. 물 탄 수프입니다. 그리 맛있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주린 배를 채우기엔 아주 나쁘지도 않습니다.
현재시각 알 수 없음(시계마저 고장남). 단, 해 뜨는 시각을 고려하면 대략 아침 6시경.
마가:까마득한 옛날엔 나도 배에서 일했으니까~ (기지개 쭉)
캔터베리 벨:합법해적...아니다. 뭐, 됐지. 오늘은 다들 컨디션이 좀 더 나아 보이네. 다행이야. 아니. 다행입니다. (메.골 보고 말투 고침)
메리골드:어제 한 소리 했다고 굳이 그럴 것까진...
캔터베리 벨:원래 존댓말 썼잖아요. 뭘 새삼스럽게...하암.
다포딜이 갑판에서 내려옵니다. (어제 소녀들이 다포딜이 남자인 걸 알고 내쫓았습니다)
일어난 지 한 시간쯤 지났나, 밖에 슬슬 육지가 보인다고 하네요.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모양입니다.
로빈:근데 희한한 게 하나 있어. 운전하는 아저씨가 그러던데.
다들 자러 간 밤에는 이상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지금은 봐, 또 신호가 이 모양인데.
마가, 확실히 삐뽀가 밤에는 갑자기 작동을 시작하더니 방 안을 돌아다녀서 소음에 깼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가:흐음. (검지손가락으로 턱 톡톡 두드린다) 대체 뭐지? 신호 관련 일인건 알겠는데..
전파에 문제가 생겼을 겁니다. 하지만 왜, 뭐 때문에? 로빈은 뒤통수를 벅벅 긁다가 앞에 나와 단상에 섭니다.
로빈:어제 작당모의한 대로,
곧 폭격이 시작된다.
여기 있는 '마가'의 합류로 생각보다 위력이 강할 예정이야. 큰 폭파가 일어나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어차피 이긴 싸움이나 다름없으니까.
로빈은 씨익 웃습니다. 어라. 왜 기분이 묘한 걸까요.
사기는 하늘을 찌릅니다. 어제는 바람 불면 쓰러질 것 같았던 사람들이 오늘은 스파르타 군대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 대열에 껴서 무슨 생각 중인가요?
캔터베리 벨:비실한 놈 같으니. 이거나 마셔라.
저 멀리 점으로만 보였던 육지는 점점 가까워집니다. 점에서 선으로, 또 검은 건물의 집합으로.
아, 아름다운 수도의 '콘 항구'입니다. 잠시 감상 타임 가지실게요
새로 지은 공장들은 번쩍번쩍 빛이 나고, 열기구 몇 대가 날아다닙니다. 뱃고둥이 울리며 어선과 무역선이 출발합니다.
수도에서 저런 조선소는 본 적 없으시죠? 이 조선소는 본점이 아닌 몇 개월 전 새로 지은 분점입니다. 마가는 아주 옛날에 수도를 떠났고, 다포딜은 몇 달 전부터 지방으로 출장을 나왔기 때문에 저 건물은 본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각자 자리로. '포격병'들은 모두 대포 앞에 섭니다. 로빈이 호루라기로 오와 열을 정돈하면, 소녀들과 소년들은 대포알을 조달하고, 힘 좋은 장정들은 조준을 시작합니다.
이 노동자들도 분점으로 발령난지는 얼마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새로 지었으니 당연한 일이죠.
이 일대 공업 단지는 '혁명과학기술산업'의 성지 같은 곳이라서 수많은 연구소와 학술기관, 엔지니어 사무실이 연결되어 있기도 합니다.
'콘 항구'와 '콘 스트리트', '콘 공업단지'.
모두 여러분의 연구실이 위치한 곳입니다. 그것도...
조선소 분점이 들어선 곳 코앞, 새로 짓는 공장 때문에 땅값이 무지막지하게 올랐다던...
포격을 시작한다!!!!!!
으아악!!
벌겋게 빛나는 뜨거운 대포알은 화약을 먹고 굉음을 내며 날아갑니다. 마치 유성우처럼....
물론 그것도 멀리서 봤을 때의 이야기지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위성 사진으로 본다면 아마 꽤 아름다운 광경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한 것은 가슴 뜨거워지는 투쟁. (아니, 실제로도 뜨겁습니다)
격렬한 폭격에 일대는 전쟁터가 됩니다. 콘크리트 벽은 부서지고 기둥은 꺾이고 크고 작은 불똥이 튑니다. 출근하려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칩니다.
사장 일당과 용역들은 넋을 놓고 불타는 조선소를 바라보다가 허둥지둥 소방 대원을 부릅니다.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각자의 집에서 앓던 이들은 눈을 뜹니다.
그들이 창 너머로 본 것은 배. 황동 몸통에 최신식 대포를 갖춘 군함 한 척이었습니다. 이런 작은 항구에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배입니다.
로빈은 밖에 나가서 소리칩니다. 너희들이 빼앗아간 것을 돌려달라고.
그러자 소녀들도 칼날처럼 부는 바람을 이겨내고 갑판 위로 올라갑니다.
투쟁가 가락이 울려퍼집니다. 목에서 피가 나도록 소리칩니다.
하하핫!!(눈물줄줄줄)
....................
캔터베리 벨:뭐야? 당신들 표정이 왜 그렇습니까?
마가:너무 감동적인 장면이다~(왈칵)으아아악!!!
캔터베리 벨:정신 차리세요, 왜 울고 난리래?
다포딜:.................................
메리골드:그렇다면 이로써 갈고리호 선원 전원 홈리스네요......
마가. 당신네 연구소는 이층집이죠? 다락방을 로봇 창고로 쓰고 있잖아요.
아, 저기 '뿅뿅이'도 보이네요. '싹싹이'도.
'탈탈이'도...세탁기와 건조기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었죠.
대학원생들은 농담처럼(농담이 아닙니다) 페트리 접시에 눈에 보이지도 않으면서 자기보다 비싼 녀석들이 담겨 있다고 투정하곤 했는데...
아이고!!
닻을 내리고, 판자도 내립니다. 노동자들은 밀물처럼 뛰쳐나가 한바탕 농성을 벌입니다.
비행정을 타고 내릴 수도 있고 그냥 두 발로 걸어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여러분의 불바다가 된 집과 마주해야겠지만...
히치하이킹은 이제 끝인데.
....있잖아...이젠 좀 내가 M이라는걸 믿어주라...필요해서 찾았으면 고용해달라고~!! 으아앙!
배에 엔지니어 안 필요해?!
간식 먹여줄 사람 안 필요하세요?
메리골드:팬지면 충분할 것 같은데... 실력 좋단 건 알겠지만요, M이라는 소리도 거 신빙성이 있어야 믿어주죠!
캔터베리 벨:생각 좀 해 보죠. 그보다, 음.
저쪽을 보세요. 협상이 끝났나 본데요.
정말입니다. 뛸 듯이 기뻐하는 사람들과 울며 겨자먹기로 서류에 도장을 찍는 사장.
하지만 이걸로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더 나은 삶, 인간다운 삶을 위해 그들은 나아갑니다.
아마 그건 주거권을 잃은 우리도 마찬가지겠죠.
캔터베리 벨:저기 뭐가 있길래 그럽니까? 울지 말고 말해봐요.
마가:내 역작. 삑삑이가 있었단 말이야! 아무도 못 따라하는 거라고!
캔터베리 벨:네이밍 센스 꼬라지가 거기서 거기네요.
마가:거기서 거기? 에휴,됐다. 그게 얼마나 귀한 부품들이 들어간건데.
살짝만 따끔하면 온갖 검사를 무효화시킨다고.(툴툴)
캔터베리 벨:마가.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진짜 그렇다곤 생각 안 하는데.
M의 제자였습니까?
내가 M이라니까!
What was it she did to break your heart...
Betray your heart and everything...
갈고리호는 배에서 내려 불길 속을 걸었습니다. 한참 걷다 보니 다포딜이 "이대로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모두 죽어요..." 같은 말을 궁시렁거렸죠.
벨은 돌아가 멋들어진 배 위에서 비행정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 뒤로는 뭐, 뻔한 일입니다.
다시 네 명과 한 마리의 탑승, 그리고 비행.
위에서 바라본 도시는 거대한 벽난로 같았습니다.
소방차 여러 대가 조선소에 쉴새없이 물을 뿌려댔고, 한동안 이명처럼 사이렌 소리가 귓가에 윙윙대고는 했습니다.
숯덩이가 되어 버린 집터 위에서 그간의 흔적을 끌어안고 운 것은 조금 나중의 이야기입니다...왜냐하면.
신문 1면을 조선소 대규모 농성 시위로, 2면은 '수수께끼의 엔지니어 M, 자택에서 폭격에 말려들어 사망'이니 뭐니 하는 기사로 꽉 차 있었기 때문이죠.
캔터베리 벨과 메리골드는 절망했습니다. 이제 적국 스파이와 초능력자에게는 아무런 희망이 없는 걸까요?
동생들이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대요. 좁고 별로 볼 것도 없지만...
백수 다섯은 졸지에 어린애 집에서 파티를 했습니다. "앞으로도 글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많이는 못 드리지만, 이 근처에서 모금을 한다고 하던데!"
...그런 꿈같은 이야기도 몇 번 오갔습니다만,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무급으로 일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일이 마무리되고, 우리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세계 최고의 산업 도시인 수도에 섰습니다.
벨과 메리골드는 M의 죽음으로 정체를 숨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 정확히는 아닙니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은...
캔터베리 벨:아직도 잘 믿기진 않습니다만...그러니까.
M이 살아있다는 거죠.
이제야 조금은 납득이 갑니다.
그렇네요. 이런 거대한 벙커를 만들 수 있을만한 사람은.
당신뿐일 테니까.
M, 마가.
그곳에서 우리의 항해는 다시 한 번 시작합니다.
잉잉대는 용접음과 함게 스파크가 튀깁니다. 땅, 땅, 망치를 두들깁니다.
세 명의 조수는 기계 조수 삐뽀보다 못한 실력으로 얼렁뚱땅 엔지니어 선생님을 도우며 살고 있습니다.
emas이리내
끝내야지
러다이트운동이라
한거라고
개위험한바이러스많아서 다유출됐을건데
다포딜:가치관:위험한 약물과 세균과 바이러스를 퍼트립니다
ㅋㅋ
마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캔터베리 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리골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보라고
콜레라시대의사랑 이지랄
ㅋ
ㅋ
ㅋ
ㅋ
ㅋ
ㅋ
ㅋ
ㅋ
다포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캔터베리 벨:다음국면 들어오는대로 바로 갈항합시다
내일도가능
나도내일가능
전염병얘기로 다음국면ㅋㅋ써주세요
과제해야되
다포딜:ㅋㅋㅋㅋ나는그 산장추리어쩌구가 ㅈㄴ재밋어보이던데
산장추리도할꺼임
걱정마
수도로 향하는 길, 우리는 망망대해 위 허공을 끝없이 유영하고 있습니다. 파란 바다가 아래에 끝없이 펼쳐집니다.
수도로 향하는 길, 우리는 망망대해 위 허공을 끝없이 유영하고 있습니다. 파란 바다가 아래에 끝없이 펼쳐집니다.
주린 배가 생체 시계를 울려 옵니다. 슬슬 간식 하나씩 까먹고 갑시다.
그러고 보니 여러분은 바다에 가본 적 있나요?
다포딜:수도에 있는 연구실 근처에 바다가 있긴 한데...가본 적은 딱히...
캔터베리 벨:팔 년 전이었지...난 심해기지에서 잠복임무를 하다가 17대 1로...
그나저나 다들 간식 뭐 챙겨왔습니까? 저 좀 먹여 주세요.
젊은 사람이...
우끽. 우끽.
캔터베리 벨:아니...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운전 중이잖아요...
당연히 먹여 줘야지...핸들에서 손 뗄깝쇼?
마가:만들면 되지. 대신 비행선을 좀 뜯어야 해.(큭큭)
여기 8개나 있는데도...
마가:자기 팔은 소중히 하라고..여기 의사 있어? 너 의사야?
다포딜:사실 요즘은 구분이 잘 안 가긴 해요. 빠진 어깨 맞추는 것밖에 한 일이 없어서...
팔도 붙여볼래?
내 메스가 어딨더라.(가방 뒤적뒤적...)
혹시 누구 팔? 내 팔?
마가:한명만 선장한테 기부해~ 간식 맘껏 집어먹을 수 있게!
다포딜:운전하면서 간식을 먹을 수 있게 하려면 아무래도...
가위바위보는...어때요...
캔터베리 벨: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아십니까?
아니..됐다..
하지 마세요...하...
하지 말라면 하지 마...
캔터베리 벨:네 먹여주세요 팬지 님. 제발요.
다포딜:걱정이네요...잘못해서 손가락이라도 깨물리진 않을지...
메리골드...나 너무 힘듭니다...
나까지 미쳐가고 있어, 젠장...
캔터베리 벨:근데 마가 씨. 댁은 수도 가서 뭐 할려고 얻어탔어요?
마가:내 연구실도 거기 있으니까! 급하게 나오느라 많이 못 챙기고 나왔거든.
가서 좀더 챙겨오지 뭐~
캔터베리 벨:연구실이라, 하긴 엔지니어니까 그런 건 중요하겠지. 주종목이 뭔데요? 이것저것 잘 하는 모양이더만...
마가:'오토마타'라고 알아? 작년까진 거기에 심취해있었지. 이번에 만든건 생체신호를 교란시키는 판넬이고.
사람 몸에도 신호가 흐르거든!
캔터베리 벨:심장 박동이나 신경계 같은 거요? 기계치라 잘은 모르겠는데.
마가:그냥 사람을 약간 고장나게 만드는거라고 생각하면 돼. 잘만 쓰면 목소리 변조도 된다?
생각보다 할수있는게 많다니까.
캔터베리 벨:그건 혹하네요. 엄청나게. 갑자기 당신이랑 친해지고 싶고.
마가:뭐야~ 그런거 관심있어? 이거이거. 음흉한 사람이었네!
캔터베리 벨:뭐, 전 비밀경찰이니까요. 조국을 위해 언제나 힘쓰고 있죠.
어쩐지 비밀이 아니게 된 것 같습니다만...
마가:푸핫, 그 컨셉 계속 쓰는거야? 알았어~ 경찰 나으리.연구실이 멀쩡하게 남아있으면 시제품이라도 하나 건네주지.
캔터베리 벨:컨셉이 아니라니까. (경찰 배지 뙇)
..여기선 믿어줘야 하는거?
됐다, 됐어. 내가 비밀경찰이면 댁은 수수께끼의 엔지니어 M이겠다.
마가:그러니까~몇번을 말해!! 맞다니까?! 이렇게 눈치가 없는걸 보니 죽었다 깨어나도 비밀경찰은 아니네!
캔터베리 벨:네~네~세계 최고의 엔지니어 M 씨. 거기 있는 샌드위치나 좀 줘 보세요. 원숭이한테 받아먹긴 싫으니까. 뭔가 바뀐 것 같고...
마가:어휴. 진짜 짜증나. (덥썩) 먹어라 먹어.
햄 샌드위치였는데 누가 햄 빼먹었어요?
뭐야, 자백해! 장난해?! 토마토 양상추 샌드위치가 됐잖아!
배탈나면 큰일인데.
메리골드:그러게 말예요, 침팬지가 고기 먹어도 되나?
캔터베리 벨: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 두 가지가 애들이랑 동물이란 말입니다...
다포딜:괜찮아요. 잡식성이니까...양념이 문제죠.
그러니까 팔을 하나 더 달자고 말했는데...
어쨌든 벨도 세션시작 약 30분만에 간식을 먹었고(실화?) 우리는 계속해서 날아갑니다. 현재 시계탑에서 떠난지 약 8시간째.
아니다. 14시간 정도로 합시다. 밤이 한 차례 지나갔고 지금은 대낮으로, 머리 위에 해가 쨍쨍하게 떠 있습니다.;
세미콜론 무시하세요. 배고픔을 달랠 햄 샌드위치 한 바구니만 있다면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법입니다.
그나저나 항해에는 언제나 지도 보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아래쪽을 목이 빠져라 쳐다보며 지도 보는 사람을 도와줄 사람도요.
지도는.........
메리골드:인간이 넷인데 왜 지도를 침팬지가 보죠?
캔터베리 벨:저 지금까지 침팬지 안내 듣고 운전하고 있던 겁니까?
메리골드:축하해요, 2개 국어가 가능한 비밀경찰이라니...
음역대가 맞나 봐요.
캔터베리 벨:도대체 누가 경사났는데요? 아...어질어질하네.
메리골드는 그렇다면 눈치챕니다. 대략 30분 전에도 똑같은 암초 위를 돌았다는 사실을요.
아니, 어쩌면 1시간 전에도. 2시간 전에도 봤었죠. 처음엔 바다라서 풍경이 똑같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 보세요. 지도를 거꾸로 들고 있는 침팬지하며, 숭비게이션 말을 듣고 운전하는 선장하며...
메리골드:원래 시계탑에서 수도까지 걸리는 예상 평균 시간이 얼마 정도였죠?
캔터베리 벨:시계탑은 움직이는 성이야. 정해진 위치가 없어.
요.
메리골드:아무튼! 같은 곳을 빙빙 돌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나 인간이 지도 좀 보면 안돼요??
아니, 거꾸로 들고 있잖아...
다포딜:그냥 제가 볼게요. 팬지, 지도 이리 주렴...
캔터베리 벨:밤새 운전했더니 좀 졸리기도...
하.... 저흰...
뭐가 문제죠?
저희인게...
마가:난 빼줘. 이쯤되니 그냥 잠수함 만들어서 가는게 더 빨랐을 것 같다!
캔터베리 벨:내 생각에도. 쉬고 싶은데 어디 정착할 곳 없나...
없으면 졸음운전자와 숭비게이션의 무한한 연료 소모가 예상되는데요...
메리골드:관찰 판정 굴리고 싶다... 제가 뭐랬죠?
선언만 해도 됩니다. 파란 하늘, 노란 햇살, 나는 갈매기.... 아, 참 예쁘네요.
메리골드:아까 커다란 암초 옆에 섬이 하나 있던데 거기에 대는 건 어때요?
찾아보라는 선언 하라는 말이었는데 안타깝네요. 그 섬은...음...
아...
캔터베리 벨:이런 거 찍어서 신문에 넘기면...
메리골드:(고래 구경도 했으니까 정착할 곳 다시 둘러봄)
저기 커다란 배가 하나 보입니다. 갑판에 비행정 하나 정도는 충분히 앉을 정도로, 정말 큽니다. 항공모함이래도 믿겠어요.
대포도 여러 개 달려 있지만 해적선 표식이 없는 걸로 보아하니 일반적인 배입니다.
메리골드:웬 배가... 벨! 동쪽에 배가 하나 있어요. 쉬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캔터베리 벨:뭐, 허락해줄지가 문제입니다만...아. 저쪽 말이죠. 알겠습니다.
다들 돈은 좀 있으십니까? 가서 안 된다고 하면 협상해야 되니까.
얼마나?
몰래 대는 방법은 없겠죠? (급기야)
그나저나 메리골드, 조금 전부터 나침반 바늘이 빙빙 돌고 있습니다. 영 이상하네요.
메리골드:그나저나 수도 도착하면 나침반부터 사야겠는걸요.
캔터베리 벨:고장났나? 아니면 이 주변 암석이 희한하거나...
철분이 땅에 많으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잘은 모르지만.
갈매기들도 잘 보면 목적성을 갖고 나는 게 아니라, 무의미하게 같은 곳만 계속 도는 것처럼 보입니다. 지친 몇몇은 우리보다 먼저 그 배 위에 앉습니다.
벨은 뒤통수를 좀 긁다가, 그냥 착륙하기로 합니다.
캔터베리 벨:별 수 없지...새로 고친 비행정 착륙 기능 좀 볼까.
배는 구식도 신식도 아닌 모델로, 꽤 잘나가는 조선소에서 만든 것입니다. 황동색의 몸체와 약간 녹슨 갑판이 파도에 부딪치며 빛납니다.
끼익, 끽, 마찰음과 함께 비행정은 부드럽게 착륙합니다.
마침 구름에 해가 가려져서, 조금 어둡기까지 합니다.
살펴볼 수도 있고 무작정 다리 뻗고 쉴 수도 있습니다.
마가:(오호. 이 배 모델이 꽤나...구경좀 할게요)
마가는 갑판 위를 천천히 걸으며 이것저것 살펴봅니다. 잘 보면, 대포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는지 녹슬어 있습니다. 아마 이 배의 주인은 공격적인 사람들이 아닌 성싶습니다.
마가:이 사람들 대포를 전혀 안 쓰나봐~ 적어도 냅다 총맞을 일은 없지 않겠어?
어쩌면...총을 아주 잘 쏴서 대포까지 쓸 필요가 없는 걸지도...
고요함도 잠시, 저쪽에서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배 위에 누군가 왔어. "응, 나도 봤어." "설마 그놈들은 아니겠지?"
내가 보고 올까, 로빈? "위험할 지도 몰라. 총을 챙겨."
다포딜:지금이라도 다시 올라가면 안 될까요...
빌어먹을 놈들,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 "배를 훔친 건 우리잖아." "훔치고 싶어서 훔쳤어?!""
문을 박차고, 성큼성큼 그 사람은 걸어옵니다.
덩치가 큰 남자로 얼굴에 피를 흘렸던 자국이 있습니다.
로빈, 잘할 수 있을까? "우리 대장이잖아."
보아하니 조선소 사람들은 아닌 것 같고.
메리골드:비행정을 타고 날다가 잠시 쉬러 내려왔어요. 마침 배가 보이길래... (벅벅)
로빈:이름과 출신을 대. 허튼짓은 용납하지 않는다. 대충 봐선 용역도 아닌데...정부 측 사람도 아닌 것 같고.
다, 당신은 엔지니어인가.
오지 마. 이 정도 거리를 유지해.
로빈:기계쟁이들은 믿을 수가 없어. 이름과 출신을 대라니까?! 목적도! 어서!
계속 그렇게 입 닫고 있으면, 위, 위험할지도 몰라.
캔터베리 벨:저흰 수도로 가는 시민입니다. 저를 제외한 이 자들은 모두 히치하이커고요.
마가:그래! 뭐가 이렇게 살벌해! (손 번쩍든다) 난 마가. 해를 끼칠 생각은 요만큼도 없어.
캔터베리 벨:'코드네임 퓨마'라고 합니다. 조그마한 무역 일을 하고 있고요.
로빈:나, 나머지 두 녀석도! 아니, 세 녀석인가...
빨리 이름을 대. 우린 지금 아주 예민하다고.
다포딜:저는 다포딜이고...수도에 연구실이 있어서...
여기 이 친구는 팬지...침팬지요.
메리골드:저는 메리골드예요, 저 같은 노인네가 무슨 힘이 있다고 당신 같은 장정을 위협하겠어요? (손 든다)
로빈:...좋아. 우리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맹세해. 그럼 머물게 해 줄게.
그리고, 가지고 있는 무기가 있나? 아니면 엔지니어, 넌 할 줄 아는 게 뭐 있지?
통행료로 둘 중 하나를 걷겠어.
마가:어딜가나 엔지니어는 도구취급이지.(궁시렁궁시렁) 기계라면 뭐든 손댈 수 있어.
마가:뭐야. 평화주의자가 아니라 그냥 고장나서 못쓰는 거였어?
아~그래. 우리한테 안쓴다고 약속하면 얼마든지.
로빈:물론이지. 그럼 넌 우릴 좀 도와야겠다.
나머진 객실로 안내하지. 거기서 쉬어. 대신, 아직 완전히 믿는 건 아니야. 말했듯이 지금 중요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로빈은 뒤돌아서 앞장서 갑니다. 굉장히 겁먹은 것처럼 보이지만, 눈동자에는 무언가 강한 의지가 서려 있습니다.
갑판에서 내려가면 눅눅한 공기가 차 있는 객실입니다. 지저분한 카펫이 깔려 있고, 라운지에 로빈의 동료들이 앉아 있습니다. 대부분 중고등학생 나이의 소년소녀들이고, 로빈을 포함한 엔지니어도 몇몇 보입니다.(이들은 대부분 30대 이상입니다)
로빈:...응. 수상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표류했나 봐.
소파가 좀 꺼지긴 했는데, 여기 앉아 있어. 먹을 것도 조금 있으니까 대충 꺼내 먹던가. 딱 봐도 바로 출발할 생각은 아닌 것 같고.
대부분 부상자입니다. 붕대를 감아 치료한 사람들도 있지만, 여기저기 찰과상과 출혈을 숨기지 못한 자들도 있습니다.
어른들 중에서 중상을 입은 자의 비율이 더 많고, 소년소녀들은 상대적으로 덜 다쳤습니다.
메리골드:(소파 착석) 어쩌다 다들 이렇게 다쳤대요?
수도에 오는 건 처음인가? 그럼 모를 수도 있겠군...
캔터베리 벨:저도 자주 들른 건 아닙니다만, 일단은.
마가:연구실에만 박혀있었으니까. 나도 잘 모르지.
벨라리아:저기, 그전에 저도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로빈, 물어도 돼요?
그 원숭이는 뭔가요?
로빈:그런 걸 왜 데리고 다니는 거야? 뭐, 우리 꼴보다는 덜 희한하다만...
정말 이상한 조합이군, 너희...
적막이 흐르고, 로빈은 못 참겠다는 듯 머리를 마구 헤집다가 곧 주방으로 갑니다. 먼지가 동동 뜬 차를 갈고리호 쪽 사람 머릿수대로 끓여서 가져옵니다.
로빈:뭘. 궁금해하는 모양이니까,
우리 소개를 해 줄게.
어디부터 말해야 하지. 음, 일단은...
로빈:우린 수도에서 가장 큰 조선소인
코스모스의 노동자들이야.
저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비슷해. 부양할 가족은 많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지만 모든 시간을 일하는 데 쏟지.
힘이 덜 필요한 일은 몸값 싼 애들한테 시키고, 기술자들도 홀대하고...수도의 다른 곳과 별 다를 바도 없어.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부터 희한한 낌새가 있었어. '톱니바퀴 열풍'. 이건 어차피 당신들도 알 거야.
조금씩 기계를 들여오기 시작하더니 월말마다 해고를 했어. 갈 곳도 없는 어린애들은 거리로 내쫓기고 그 깡통들은 사람보다 몇십 배는 빠르게 조립할 줄 알았지.
대우가 점점 안 좋아지는 것도 삽시간에 일어난 일이었어. 우리는 사람이라 다칠 수도 있어. 중간중간 쉬어 줘야 하고 너무 오래 일하면 죽어간다고.
로빈:철판에 노조장이 깔려 죽은 날이었어. 임금은 십 년째 그대로였어.
더 이상은 살 수가 없어서 우린 들고 일어났다.
그리고 봐. 그 결과가 이거야.
그들의 상처가 다시 눈에 들어옵니다. 저마다 눈에 독기가 서려 있습니다. 절망하는 소년소녀, 짙은 피로가 쌓인 얼굴들...
벨라리아:전 동생이 여섯 명이에요. 셋은 일하고 셋은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나이입니다.
이대로 잘리면 정말 갈 곳이 없어요.
틸리아:여기 있는 애들 전부 마찬가지야. 조실부모하고 나와서 일했지만 매일매일 상황은 안 좋아지지.
아이들은 상처 위를 손으로 쓸며 막연하게 괴로운 표정을 짓습니다. 차가 식었네요.
마가:(먼지 후 불곤 벌컥 들이킨다) 아~ 목 타네.
정말이지..어딜 가나 엔지니어는 도구 취급이라니까.
메리골드:뭐, 예상은 했지만 역시 어두운 이야기네요... (호록..)
틸리아:우린 그래도 멀쩡하게 걸어다닐 수 있어. 병상에 누워 있는 사람은 더, 더 많아.
계속 싸워야 해. 언니, 오빠들을 위해서.
우린 조립하는 일만 하지 그 이상으로 공부한 건 아니라서 대포를 개조하는 법은 몰라.
이 배에 있는 대포는 거의 장식용이야. 무기로 쓸 수 있을 정도로 화력을 강화시켜 주길 원해.
고쳐주면 쓸수는 있어? 애초에 당신들, 사람을 제대로 쏴본적은 있나?
로빈:그런 경험은 없어. 무기상 출신의 공장 직원들은 맨 앞에 나가 싸우다 몇몇은 죽었고 몇몇은 중상이야.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조 사람이 아니었던 직원들이고 너무 어려서 위험한 일에 나설 수 없었던 어린애들이 대부분...윽.
그래. 상황 거지같지. 근데 그럼 어떡해. 포기하라고?
마가:그런 말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지금 당신들한테는 엔지니어보다 의사가 더 필요해 보이거든.
아, 그치만 필요하다면 고쳐줄게. 비실거리는 사람들도 쓸수 있을만큼 시위를 당겨주지!
로빈:고맙다. 넌 어디 출신 엔지니어지? 왠지 어디서 봤던 것 같은 기분이...
마가:비밀.일이 이렇게 됐으니 어느정도 거리감은 필요하지 않겠어?
다포딜:저 사람들도 쓸 수 있는 대포를 만드는 것보다 저 사람들이 낫는 게 더 빠를 것 같은데...
(자러못
노동자들은 메리골드에게 한층 더 친절하게 대합니다.
로빈:어쨌든, 일은 빨리 하는 편이 좋을 테니까. 대포실로 안내할게. 이쪽으로 와.
나머지 여러분은 좀 쉬고 있어.
마가/로빈 조와 나머지 조로 나눕니다. 누구 먼저 하실래요?
로빈과 마가가 떠나고 차갑게 식은 차만 자리를 지킵니다. 철썩철썩 파도에 배가 조금씩 흔들립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눈빛을 교환하다가 여러분 쪽을 빤히 쳐다봅니다.
만, 만져봐도 돼요?
아, 그렇군요. 팬지를 향해 반짝이는 시선이 쏟아집니다.
저를...아니...아니구나.
물어볼게요...
(경멸...)
너 되게 똑똑하다!
팬지:(엉덩이 살랑살랑 흔들며 아이들에게...)
벨라리아:이거 애교 부리는 거예요? 귀, 귀엽다...
다포딜:좋은가 봐요. 오랜만에 칭찬을 들어서...
열몇 명이 팬지를 둘러싸고 마구마구 쓰다듬습니다. 동물에게 안 좋은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얘넨 정말 비교적 건강하고 상처도 없어 보입니다. 저쪽에서는 어른들이 아픔을 잊기 위해 보드카를 조금씩 마시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배 안의 나침반도 전부 이상합니다. 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싶었는데 라디오입니다. 소음 때문에 거슬리는지 틸리아는 라디오를 꺼 버립니다.
벨라리아:사실 저희도 표류 중이에요. 배를 훔쳐서 농성 중이었는데 방향키가 이상해져서 좀 먼 바다까지 나와 버렸어요.
지금까진 식량도 넉넉한데 아마 내일 아침쯤 되면 슬슬 부족할 것 같고...
...
그렇군요...
틸리아:당신은 뭐 태도가 그래? 별 생각 안 들면 말을 하질 말든가!
다포딜:별 생각 안 드는 건 사실이지만, 태도는...음, 노력해 볼게요...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그런데 전 생화학자라서요. 값싼 동정밖에 드릴 게 없는데...
전 남이 싫어하는 건 되도록 안 하려고 노력하자는 주의라...
메리골드:..... 말재주 참, 저희 선장은 근처 암석 때문이 아닌가 하더라고요. 저희도 바다 위에서 한참 헤매다가 내려왔거든요.
다포딜:아...맞아요. 자철석인가, 철광석인가...아무튼.
캔터베리 벨:아니.... 지금 생각하는 거지만 역시 침팬지 때문에...
...
부쉈니?
우리 집도 고양이를 키우는데... 성격은 안 좋지만...
둘째가 버려진 걸 주워와서 키우고 있거든요. 얘랑 하는 짓이 꼭 똑같아요.
몇 살이에요? 원숭이.
다포딜:둘은 목 단위로 다르지만요...뭐, 사람도 가끔 금수랑 구분이 안 가니까요....
아마...대여섯? 정확힌 몰라요.
벨라리아:그래요? 생화학자라셨잖아요. 그럼 얘도 실험용이에요?
왜, 신문 보니까 무슨 약 주입하고 우리에 가두고 그러던데..
다포딜:관상용으로 팔려온 건데 제가 데려왔어요. 사실 실험하려고 침팬지를 굳이 공수해 온다는 건 비효율적이죠...
이 애는 그냥...
음.
뭘까요?
그게 맞나 봐요.
반려동물로 하죠...
흠, 그러고 보니 소개도 안 했네. 난 틸리아. 수도에 있는 콘 스트리트에 살아.
쟨 벨라리아, 고아원 동기야. 야, 인사해.
벨라리아:그래도 어른들이 와 주셔서 기뻐요....
보다시피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건 애들뿐이라....
무서웠거든요....
아, 괜찮다면 책이라도 읽겠어요? 저도 선물 받은건데...
할일 없이 있는 것보다는 집중할 거리가 생기면 좋지요.
우리 문맹이야. 읽어줘.
...
가르쳐 드릴까요?
다포딜:제 말은...읽는 걸 도와주면...음.
좋으니까요. 배우면...여러모로.
메리골드:좋은 생각이에요, 다포딜! 글을 배우면 세상이 확 넓어진답니다. (짝)
다시 한 번 눈빛 교환이 오갑니다. '이래도 돼?' 하는 표정. 제일 당돌한 틸리아의 옆구리를 찌르는 애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틸리아는 침을 꿀꺽 삼키고, 뒷목을 만지작거리더니...
다들 눈이 초롱초롱해져서 유식한 두 명을 둘러쌉니다.
메리골드:(종이와 깃펜을 꺼내 다포딜에게...)
벨라리아:간단한 셈 정도는...할 줄 알아요. 저희도 가장이니까 장부 써야 하고...
근데 읽을 줄 알면 사람이 영악해진다고 사장님이 배우지 말라셔서...
그럴 시간도 없지만요, 저희는...
메리골드:그거 다 본인들 배불리려고 계약서에 말도 안되는 내용 적어두는 거랍니다.
벨라리아:그런가, 하긴 어른들이 화난 데도 이유가 있으니까...그, 그래서.
진짜 가르쳐 주시는 거죠? 저 제 이름은 쓸 줄 알아요. 이게 B고, E, L, L, A, R, I...다시 A.
맞죠? 제가 예전부터 똑똑하단 소린 꽤 들었어요! 잘 배울 수 있을 거예요. 아마도...
사장님은 일머리 나쁘고 멍청하댔지만...
틸리아:뭐래? 네가 우리 중에선 제일 똑똑하잖아!
애들 대표로 팀장한테 따지기도 했으면서.
그래서, 빨리 알려줘! 뭐부터 배우면 돼? 알파벳?
다포딜:(얼레벌레 깃펜 받음...) 누굴 가르쳐본 적이 없어서...아마도요.
그리고 사실 사람이 화내는 이유는...딱히 없달까. 호르몬의 농간이죠...전 사실 호르몬 설명하는 게 더 편한데.
캔터베리 벨:학자라면서 그런 것도 안 해봤습니까?
다포딜:사제관계랄 만한 것도 없고...아, 팬지한테 가위바위보를 가르친 적이 있어요.
결과는...음,
메리골드:습. 재미 없는 것부터 시작하면 흥미가 떨어질까봐 걱정인데.
뭐, 역시 알파벳부터 하는 게 좋겠죠. 다 떼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의 철자를 알려줄게요.
틸리아:세 개밖에 몰라. 그래도 자음, 모음이 뭔지는 알고 있어. 다들 비슷할걸?
유독 많이 나오는 거 다섯 개가 모음이지?
...알파벳 교본이라도 베낄까요?
캔터베리 벨:있긴 해? 뭐든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스겜을 위한 trpg다운 진행! 지금부터 메골 선생님과 다포딜 선생님은 +지와 +혜를 한 번씩 굴립니다.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수업에 차질이 생깁니다. 가 보세요!
메골은 패널티가 있는 성공. 족족 잉크가 번져서 글자 모양을 해치고, 팬지가 방해합니다. 다포딜 선생님은 최악의 첫인상과는 달리 인기 짱!
틸리아:진짜 유식한가 봐! 다포딜 선생님, 그래서 선생님이 연구하는 게 뭐라고?
그러니까...세균과 바이러스요. 부업으로 동물의 신체구조나 종 구분 같은 것도...
틸리아:병균 같은 거? 우와, 돈 많이 벌겠네. 얼마 전에 콜레라 유행했잖아. 의사랑은 다른가?
다포딜:의사는 사람 살리는 직업이죠...저는 실력 나쁜 의사 밑에서 시체를 주워간답니다.
......이런 얘기는 하면 안 되나요?
사장님이 유식한 사람들은 다 괴짜랬는데 진짠가 봐요.
다포딜:사실 사람들은 어느 방면에서든 다 괴짜라고 생각해요...서로 절대 이해 못 하는 면이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벨라리아:뭐, 괜찮아요. 저도 선생님을 이해 못 하지만 선생님이 좋아요.
그보다 팬지가 메리골드 선생님을 많이 좋아하나 봐요.
아, 머리 뜯긴다. 노인공격이라고 하나...?
틸리아:메리골드 선생님은 뭐하는 사람이야? 이런 데 껴 있기엔 되게...음...뭐랄까.
평범해 보이는데
다포딜:저도 당신이...아니, 이런 말은 하지 말라고 했었나?
침팬지 입장에선 서열정리라고 하는...말릴게요.
메리골드:반려 동물 간수 잘못하면 주인이 욕먹는 세상인데... (^_^)
틸리아:글자보다 쟤네 언어 익히는 게 빠를 것 같아.
야, 우끼끼. 이렇게 하면 되나?
다포딜:보통 이렇게 말이 통하는 것 같으면...
서열정리를...안 돼, 팬지. 하지 마.
근데 선생님, 왜 아까 말 끊었어요? 선생님은 제가 싫어요?
다포딜:저는 당신을 이해하기도 어렵고...그렇다고 딱히 호감이 생기지도 않아서...제가 좋다는 사람을 처음 봐서 신기하네요, 뭔가.
벨라리아:왜? 선생님은 똑똑하고 귀여운 동물도 데리고 다니고 남들 가르치기도 잘하잖아요.
야생 동물한테 먹이를 줘서 길들이는 행위 같은 거죠, 지금이...팬지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나네요.
비유가 좀 부적절한가...
벨라리아:선생님 우리보다도 솔직하지 못하네요. 우리 동생 같아요.
메리골드:매일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연구만 했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걸지도 몰라요.
다포딜:유년시절에 인간관계 형성이 부적절했나...아동심리학은 잘 모르지만요.
벨라리아:연구만 하면 그렇게 돼요? 사장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다포딜:전 늘 생각하는 그대로 말하고 있어요...좀 걸러 말하는 게 좋겠단 얘기도 가끔 듣는데.
어찌저찌해서 몇 시간 내리 이어진 수업 끝에 이곳 아이들은 알파벳 스무몇 글자를 모두 익혔습니다. 이쪽을 안절부절못하고 보고 있던 몇몇 어른들도 까막눈이었다는 것이 밝혀지자 분위기는 한층 유해졌습니다.
화기애애한 와중 해는 지고, 바깥은 고요합니다. 이제는 갈매기도 날지 않습니다. 어둠이 깔린 바다는 마치 우주 한복판 같습니다. 짭조름한 냄새가 납니다. 배 위라서? 아니요.
조촐한 식사는 검은빵 약간과 버터 조금, 딱딱하게 굳은 치즈가 전부지만 모두 군말없이 먹습니다. 그나저나 마가와 로빈은 뭘 하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걸까요?
마가 턴입니다. 로빈은 계단 두 층을 내려가 깊은 선실로 안내합니다.
컴컴하고 먼지 냄새가 나서, 정말 여기 뭐가 있긴 한 건지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콜록, 콜록, 기침이 절로 나옵니다.
로빈:왜 기침을 하고 그래? 너도 폐병 환자야?
전등 스위치가 어디 있었는데...
쌓여 있는 수많은 무기 부품과 거대한 대포 총 열 개.
모두 군용입니다. 아마 이 배는 정말로 함선용으로 제작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가르쳐만 준다면 우리도 당신을 도울 수 있어.
우린 누가 뭐래도 기술자니까.
따라들어온 기술자 군단(대여섯 명쯤 되고, 전부 너덜너덜합니다)이 결연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애들이랑은 정신력부터가 다릅니다. 모두 각자의 공구를 꺼내고 얼굴에 묻은 검댕이를 훔친 뒤 장갑을 낍니다.
마가:장식용으로 만든 것들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그럴듯한 모양새를 내려고 진짜처럼 만든 다음에 마지막으로 제 기능을 못하게 살짝 망쳐두지.
잘 봐. 대포가 한쪽 방향만 뚫려있어야 제대로 날아간다는 것 정도는 알겠지. 이것들은 구멍이 막히고 반대편이 뚫려있어.
말 그대로 고치면 돼. 그리고 원한다면 홈을 하나 더 내주지. 대포알이 회전하면서 날아갈걸?
로빈:댁은 뭐 군용기지에서 일하던 사람이라도 되나? 아니면 불법무기 제작하던 사람이야?
어느 쪽이든 마음에 드는군. 일단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주면, 우리가 따라해 볼게. 시켜만 주셔!
마가:원래 모든 무기는 태초에 도구였고 사람한테 쓰는게 아니었다고. (공구 꺼내서 휘릭 돌려 든다) 나도 간만이라 바로 될지는 모르겠네. 감좀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시도는 해 보지!
발동 조건:레시피를 사용하면 +지 판정을 합니다.
굴림:9
효과:7~9가 나오면 조립 또는 해체는 성공하지만 다음 중 하나를 마스터가 고릅니다.
• 부품 하나를 잃어버려서 어떤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 조립이 헐거워서 금방 부서집니다.
• 레시피를 잊습니다. 다음에 암기하기 전까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대포알 하나가 굴러떨어져 바다 어딘가 깊은 곳에 잠겨갑니다. 그래도 괜찮죠? 하나쯤은 만들 수 있잖아요. 화약은 충분하니까요.
마가와 로빈과 엔지니어 군단은 뉘엿뉘엿 해가 다 질 때까지 대포를 개조합니다. 다들 꾸벅꾸벅 졸기 시작할 때쯤 모든 게 완성됩니다.
로빈:눈이나 펑펑 쏟아질 것 같고 별론데. 네이밍 센스 구려.
아까부터 궁금했던 건데.
저 기계...인지 동물인지는 뭐냐?
로빈:그래, 그거. 정신 사납게 튀어다니잖아.
마가:내 조수~ 이래뵈도 힘 쎄다? 귀엽지.(손에 들어서 보여줌)
안타깝네요. 삐뽀는 오작동을 일으킵니다. 회로가 망가졌나? 신호음이 조금씩 노이즈를 일으키며 깨집니다.
그러더니 작동을 멈춥니다. 사람을 해칠까 자신이 직접 셔터를 내린 겁니다.
나침반도 라디오도 삐뽀도 전혀 작동하지 않는 걸 보아하니 이 주변에 기현상이 있기는 한 듯합니다.
마가는 대충만 눈치챕니다. 이건 사람의 몸에 흐르는 신호와 관련있다는 걸요. 당신이 초능력자 검사용 기계를 교란시키기 위해 연구했던 바로 그거.
정확히는 무슨 일인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 거대한 흐름은 이 바다 한복판을 떠돌고 있습니다.
어쨌든, 아주 큰일은 아닙니다. 일단은 밤이 깊었으니 좀 자러 가도 되겠어요.
로빈:오늘 정말 수고 많았다. 저녁은 좀 입에 맞았나? 우리가 가진 게 많지 않아서...
좀 좋은 걸 대접해 주고 싶었는데.
마가:하하! 됐어. 변변치도 않으면서 뭘 그렇게 챙겨주려고.
아무쪼록 하려는 일이나 잘 됐으면 좋겠네.
로빈:네 덕분에 잘 풀릴 것 같아. 뭔가 큰 기대를 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악수 한 번 할까. 하하.
마가와 로빈, 엔지니어 군단은 퀘퀘한 무기고를 벗어나 위로 올라갑니다.
아이들이 잘 준비를 하고 있고, 우리의 갈고리호 동료들은 마가를 맞이합니다.
캔터베리 벨:어떻게 하실 겁니까, 여러분?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하시겠어요? 아니면 지금? 전 아까 좀 자 둬서 바로 운전할 수 있습니다만.
구석에서 작은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 덕분에 분위기는 다소 노곤노곤합니다. 모두 친해지기도 했고요.
다포딜:전 아무때나 출발해도 딱히 상관없는데...팬지도 자고요.
벨라리아:선생님. 좀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돼?
바로 헤어지기 싫은데...
틸리아:야, 애냐? 선생님은 수도로 가야 된댔어.
뭐했어? 재밌는거?
틸리아:우리가 까막눈이라 선생님들이 글을 가르쳐 줬어! 대단한 사람들이더라.
다포딜:여기 남아 있으면 제가 연구를 못 하는데요...배로 수도까지 데려다 준다면 모를까.
벨라리아:맞아요. 다포딜 선생님, 특히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아, 그건 안 돼요. 여러분도 우리가 벌일 일에 휘말리게 될 거라.
로빈:아침 8시가 되면 사장과 그 일당이 출근한다.
그때 해안가로 접근할 거야. 모든 일을 끝내야지.
비폭력적인 일은 모두 시도해 봤어.
폭풍전야 같네.
어쩐다고요?
마가:아~ 이대로 떠나기 아쉽긴 한데. 그건 내 사정이고 당신들은 수도에 볼일이 있댔지.
캔터베리 벨:이 밤에 바로 출발하기도 조금 그렇긴 해요. 별 잘 봅니까? 나침반 보긴 글렀고...씁.
전 그냥 아침에 출발하는 편이. 휘말리더라도 이 배 안이라면 안전할 거고요. 마가가 무기개발을 맡았으니 별로 무슨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서.
마가:하. 요즘이 별같은거 볼 시대는 아니지.
캔터베리 벨:그럼 어떡합니까? 나침반도 먹통이고 댁네 조수도 쿨쿨 잠만 자는데.
다른 건 볼 필요도 없겠군요. 다섯 모두 내일 아침으로 정했습니다.
그럼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선실로 가서 잠을 청해 보아요.
벨라리아:선생님. 우리 방에서 같이 자 주면 안 돼요?
다포딜:배에서 번개를 맞을 확률은 제가 당장 심장 발작을 일으킬 확률보다 낮고...제가 있어 봤자 번개 맞았을 때 사망자 수만 늘어나는데요.
그래도 괜찮다면...자기 전에 단어라도 몇 개 가르쳐 드리죠 뭐.
틸리아:그 말이 아니잖아! 큰 소리가 들리면 무섭다고.
아까 가르쳐준 '미트볼'은 잘 기억하고 있어. 근데, E랑 A가 붙으면 왜 '이'소리가 나는지는 아직 모르겠단 말이지.
더 알려줘! 오늘 잠은 다 잤어, 아주.
벨라리아:배우는 거 엄청 재밌더라고요. 선생님.
저흰 여전히 선생님 좋아요.
전 상관없긴 한데...열 개만 배워 보죠. 수면시간이 너무 적으면 뇌에 문제가 생기니까요...
벨라리아:열 개나? 와, 곧 책도 읽을 수 있겠어요.
틸리아:빨리 가기나 해! 선생님, 왜 이렇게 고지식해? 그러니까 선생님인 거겠지만.
우리 방은 저기야.
석유 등은 오렌지색이고, 니스를 칠한 배의 나무 바닥은 울긋불긋한 남쪽 나라 카페트가 덮고 있어 걸을 때마다 소음이 먹혀 옵니다.
피골이 상접한 아이들의 얼굴에는 검은 땟국물이 흐르고 영양실조 탓에 입 주변은 하얗게 일어나 있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웃을 줄 알고 어른을 한심하게 볼 줄도 알고, 칭찬을 받으면 하늘을 날 만큼 기뻐합니다. 손끝은 건조하니 갈라졌어도 미소만큼은 과즙이 가득합니다.
언젠가 먼지 쌓인 공장에서 나와 꽃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을 날도 올까요?
다른 자제들처럼 여학교에 다니면서 정갈한 백 퍼센트 울 재질의 교복 치마를 휘날리고, 풀 먹여 다린 셔츠를 입는 날도 올까요?
다만 그들은 살기 위해 싸웁니다. 자신 앞에 어떤 일이 닥칠지도 모르는 채로.
청새치와 싸우던 배 위의 노인처럼 모두가 자신을 가로막는 것과 대치합니다. 아이들일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바삭바삭한 소리가 나는 오래된 이불 위에 누워 잠에 듭니다.
틸리아: 학구열이 높아서 부담스럽다. 어쩐지 이것저것 가르쳐야 한다는 의무감도 들고...
벨라리아: 내게 관심이 많아 보여서 부담스럽다. 다른 데 관심을 가지면 좋을 텐데...
렙업했네 +지 수치 1 더하고 액션추가
발동 조건:다른 누구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것에 대해 지식 더듬기를 사용하면 판정에 +1을 받습니다.
굴림:11
효과:마스터는 그 대상에 관하여 현재 상황에서 의미가 있는 흥미롭고도 유용한 사실을 밝힐 것입니다.
세부 사항:그 지식을 언제 어떻게 배웠는지 마스터가 물을 수도 있습니다. 즉시 사실대로 밝히십시오.
별일 아닙니다. 그냥 여러분이 많이 피곤했을 뿐이죠. 파란 하늘, 곪은 상처, 분주히 움직이며 음식을 나르는 아이들과 무기를 점검하는 엔지니어들.
어제보다 훨씬 결연해진 표정입니다. 그야 당연합니다. 출항해야 하니까요.
여러분, 아침 드세요. 물 탄 수프입니다. 그리 맛있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주린 배를 채우기엔 아주 나쁘지도 않습니다.
현재시각 알 수 없음(시계마저 고장남). 단, 해 뜨는 시각을 고려하면 대략 아침 6시경.
마가:까마득한 옛날엔 나도 배에서 일했으니까~ (기지개 쭉)
캔터베리 벨:합법해적...아니다. 뭐, 됐지. 오늘은 다들 컨디션이 좀 더 나아 보이네. 다행이야. 아니. 다행입니다. (메.골 보고 말투 고침)
메리골드:어제 한 소리 했다고 굳이 그럴 것까진...
캔터베리 벨:원래 존댓말 썼잖아요. 뭘 새삼스럽게...하암.
다포딜이 갑판에서 내려옵니다. (어제 소녀들이 다포딜이 남자인 걸 알고 내쫓았습니다)
일어난 지 한 시간쯤 지났나, 밖에 슬슬 육지가 보인다고 하네요.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모양입니다.
로빈:근데 희한한 게 하나 있어. 운전하는 아저씨가 그러던데.
다들 자러 간 밤에는 이상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지금은 봐, 또 신호가 이 모양인데.
마가, 확실히 삐뽀가 밤에는 갑자기 작동을 시작하더니 방 안을 돌아다녀서 소음에 깼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가:흐음. (검지손가락으로 턱 톡톡 두드린다) 대체 뭐지? 신호 관련 일인건 알겠는데..
전파에 문제가 생겼을 겁니다. 하지만 왜, 뭐 때문에? 로빈은 뒤통수를 벅벅 긁다가 앞에 나와 단상에 섭니다.
로빈:어제 작당모의한 대로,
곧 폭격이 시작된다.
여기 있는 '마가'의 합류로 생각보다 위력이 강할 예정이야. 큰 폭파가 일어나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어차피 이긴 싸움이나 다름없으니까.
로빈은 씨익 웃습니다. 어라. 왜 기분이 묘한 걸까요.
사기는 하늘을 찌릅니다. 어제는 바람 불면 쓰러질 것 같았던 사람들이 오늘은 스파르타 군대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 대열에 껴서 무슨 생각 중인가요?
캔터베리 벨:비실한 놈 같으니. 이거나 마셔라.
저 멀리 점으로만 보였던 육지는 점점 가까워집니다. 점에서 선으로, 또 검은 건물의 집합으로.
아, 아름다운 수도의 '콘 항구'입니다. 잠시 감상 타임 가지실게요
새로 지은 공장들은 번쩍번쩍 빛이 나고, 열기구 몇 대가 날아다닙니다. 뱃고둥이 울리며 어선과 무역선이 출발합니다.
수도에서 저런 조선소는 본 적 없으시죠? 이 조선소는 본점이 아닌 몇 개월 전 새로 지은 분점입니다. 마가는 아주 옛날에 수도를 떠났고, 다포딜은 몇 달 전부터 지방으로 출장을 나왔기 때문에 저 건물은 본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각자 자리로. '포격병'들은 모두 대포 앞에 섭니다. 로빈이 호루라기로 오와 열을 정돈하면, 소녀들과 소년들은 대포알을 조달하고, 힘 좋은 장정들은 조준을 시작합니다.
이 노동자들도 분점으로 발령난지는 얼마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새로 지었으니 당연한 일이죠.
이 일대 공업 단지는 '혁명과학기술산업'의 성지 같은 곳이라서 수많은 연구소와 학술기관, 엔지니어 사무실이 연결되어 있기도 합니다.
'콘 항구'와 '콘 스트리트', '콘 공업단지'.
모두 여러분의 연구실이 위치한 곳입니다. 그것도...
조선소 분점이 들어선 곳 코앞, 새로 짓는 공장 때문에 땅값이 무지막지하게 올랐다던...
포격을 시작한다!!!!!!
으아악!!
벌겋게 빛나는 뜨거운 대포알은 화약을 먹고 굉음을 내며 날아갑니다. 마치 유성우처럼....
물론 그것도 멀리서 봤을 때의 이야기지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위성 사진으로 본다면 아마 꽤 아름다운 광경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한 것은 가슴 뜨거워지는 투쟁. (아니, 실제로도 뜨겁습니다)
격렬한 폭격에 일대는 전쟁터가 됩니다. 콘크리트 벽은 부서지고 기둥은 꺾이고 크고 작은 불똥이 튑니다. 출근하려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칩니다.
사장 일당과 용역들은 넋을 놓고 불타는 조선소를 바라보다가 허둥지둥 소방 대원을 부릅니다.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각자의 집에서 앓던 이들은 눈을 뜹니다.
그들이 창 너머로 본 것은 배. 황동 몸통에 최신식 대포를 갖춘 군함 한 척이었습니다. 이런 작은 항구에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배입니다.
로빈은 밖에 나가서 소리칩니다. 너희들이 빼앗아간 것을 돌려달라고.
그러자 소녀들도 칼날처럼 부는 바람을 이겨내고 갑판 위로 올라갑니다.
투쟁가 가락이 울려퍼집니다. 목에서 피가 나도록 소리칩니다.
하하핫!!(눈물줄줄줄)
....................
캔터베리 벨:뭐야? 당신들 표정이 왜 그렇습니까?
마가:너무 감동적인 장면이다~(왈칵)으아아악!!!
캔터베리 벨:정신 차리세요, 왜 울고 난리래?
다포딜:.................................
메리골드:그렇다면 이로써 갈고리호 선원 전원 홈리스네요......
마가. 당신네 연구소는 이층집이죠? 다락방을 로봇 창고로 쓰고 있잖아요.
아, 저기 '뿅뿅이'도 보이네요. '싹싹이'도.
'탈탈이'도...세탁기와 건조기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었죠.
대학원생들은 농담처럼(농담이 아닙니다) 페트리 접시에 눈에 보이지도 않으면서 자기보다 비싼 녀석들이 담겨 있다고 투정하곤 했는데...
아이고!!
닻을 내리고, 판자도 내립니다. 노동자들은 밀물처럼 뛰쳐나가 한바탕 농성을 벌입니다.
비행정을 타고 내릴 수도 있고 그냥 두 발로 걸어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여러분의 불바다가 된 집과 마주해야겠지만...
히치하이킹은 이제 끝인데.
....있잖아...이젠 좀 내가 M이라는걸 믿어주라...필요해서 찾았으면 고용해달라고~!! 으아앙!
배에 엔지니어 안 필요해?!
간식 먹여줄 사람 안 필요하세요?
메리골드:팬지면 충분할 것 같은데... 실력 좋단 건 알겠지만요, M이라는 소리도 거 신빙성이 있어야 믿어주죠!
캔터베리 벨:생각 좀 해 보죠. 그보다, 음.
저쪽을 보세요. 협상이 끝났나 본데요.
정말입니다. 뛸 듯이 기뻐하는 사람들과 울며 겨자먹기로 서류에 도장을 찍는 사장.
하지만 이걸로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더 나은 삶, 인간다운 삶을 위해 그들은 나아갑니다.
아마 그건 주거권을 잃은 우리도 마찬가지겠죠.
캔터베리 벨:저기 뭐가 있길래 그럽니까? 울지 말고 말해봐요.
마가:내 역작. 삑삑이가 있었단 말이야! 아무도 못 따라하는 거라고!
캔터베리 벨:네이밍 센스 꼬라지가 거기서 거기네요.
마가:거기서 거기? 에휴,됐다. 그게 얼마나 귀한 부품들이 들어간건데.
살짝만 따끔하면 온갖 검사를 무효화시킨다고.(툴툴)
캔터베리 벨:마가.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진짜 그렇다곤 생각 안 하는데.
M의 제자였습니까?
내가 M이라니까!
What was it she did to break your heart...
Betray your heart and everything...
갈고리호는 배에서 내려 불길 속을 걸었습니다. 한참 걷다 보니 다포딜이 "이대로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모두 죽어요..." 같은 말을 궁시렁거렸죠.
벨은 돌아가 멋들어진 배 위에서 비행정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 뒤로는 뭐, 뻔한 일입니다.
다시 네 명과 한 마리의 탑승, 그리고 비행.
위에서 바라본 도시는 거대한 벽난로 같았습니다.
소방차 여러 대가 조선소에 쉴새없이 물을 뿌려댔고, 한동안 이명처럼 사이렌 소리가 귓가에 윙윙대고는 했습니다.
숯덩이가 되어 버린 집터 위에서 그간의 흔적을 끌어안고 운 것은 조금 나중의 이야기입니다...왜냐하면.
신문 1면을 조선소 대규모 농성 시위로, 2면은 '수수께끼의 엔지니어 M, 자택에서 폭격에 말려들어 사망'이니 뭐니 하는 기사로 꽉 차 있었기 때문이죠.
캔터베리 벨과 메리골드는 절망했습니다. 이제 적국 스파이와 초능력자에게는 아무런 희망이 없는 걸까요?
동생들이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대요. 좁고 별로 볼 것도 없지만...
백수 다섯은 졸지에 어린애 집에서 파티를 했습니다. "앞으로도 글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많이는 못 드리지만, 이 근처에서 모금을 한다고 하던데!"
...그런 꿈같은 이야기도 몇 번 오갔습니다만,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무급으로 일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일이 마무리되고, 우리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세계 최고의 산업 도시인 수도에 섰습니다.
벨과 메리골드는 M의 죽음으로 정체를 숨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 정확히는 아닙니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은...
캔터베리 벨:아직도 잘 믿기진 않습니다만...그러니까.
M이 살아있다는 거죠.
이제야 조금은 납득이 갑니다.
그렇네요. 이런 거대한 벙커를 만들 수 있을만한 사람은.
당신뿐일 테니까.
M, 마가.
그곳에서 우리의 항해는 다시 한 번 시작합니다.
잉잉대는 용접음과 함게 스파크가 튀깁니다. 땅, 땅, 망치를 두들깁니다.
세 명의 조수는 기계 조수 삐뽀보다 못한 실력으로 얼렁뚱땅 엔지니어 선생님을 도우며 살고 있습니다.
emas이리내
끝내야지
러다이트운동이라
한거라고
개위험한바이러스많아서 다유출됐을건데
다포딜:가치관:위험한 약물과 세균과 바이러스를 퍼트립니다
ㅋㅋ
마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캔터베리 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리골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보라고
콜레라시대의사랑 이지랄
ㅋ
ㅋ
ㅋ
ㅋ
ㅋ
ㅋ
ㅋ
ㅋ
다포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캔터베리 벨:다음국면 들어오는대로 바로 갈항합시다
내일도가능
나도내일가능
전염병얘기로 다음국면ㅋㅋ써주세요
과제해야되
다포딜:ㅋㅋㅋㅋ나는그 산장추리어쩌구가 ㅈㄴ재밋어보이던데
산장추리도할꺼임
걱정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