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속 영웅이 재림하는 세상, 십오 년 전 일곱 용사의 투쟁으로 인간계는 지켜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모두 남의 모험담일 뿐, 실상은 시궁창이죠. 우리는 전쟁 피해로 엉망진창이 된 세계에서 유년기를 보낸 거친 영혼입니다. 아직까지 세계 곳곳은 파괴되어 있고, 곳곳에 부조리와 불화가 들끓습니다.
그런 현실을 재건하기 위해 나선 우리...라면 좋겠습니다만.
당신의 얼굴을 보세요. 먼지와 숯검댕이 지저분하게 들러붙어 있네요. 머리는 안 감은 지 얼마나 됐던가요? 당신, 집은 있어요?
우리는 세계에서 '전쟁의 얼룩진 부분'을 맡고 있습니다. 폐허가 된 세상을 헤매며 들쥐와 벌레를 잡아먹고 가끔은 같은 인간을 해치며 꾸역꾸역 살아남은 자들이죠.
언젠가는 봄이 오리라, 크게 한 탕 하리라 약속하곤 하지만, 지금 당신 꼬라지는 장밋빛 미래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카스턴셔 항구 가장 싼 주점에서 흙탕물 섞인 맥주를 들이키며 침을 튀기고 있으니까요.
성공하기 위해 무역항으로 왔지만, 어쨌든 이곳은...
너무 덥고 사람들은 모두 한통속으로 이방인을 낚을 생각뿐입니다.
자, 그래서 당신.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됐나요?
첫 번째 손님은 누구인가요?
핀셔:(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여기서 제일 싼 맥주 한 잔, 하고 주문할 때까지 아무도 그를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지저분한 개 수인.)
주방장 어니스트:이놈의 인간들 장사에 코딱지라도 도움이 될 때가 없어. 자, 여기! 빨리 마시라구.
핀셔:돈 줬으면 된 거 아냐! 드러워서 안 오고 만다. 다음부턴...
당신과 똑같이 꼬질꼬질한 주방장이 미지근한 데다 맛대가리 없는 맥주를 탕, 하고 내놓습니다.
주방장 어니스트:손님 없어 심심한데 이야기나 좀 해 봐. 댁은 뭐하는 사람이오?
핀셔:이야기? 이야기라...
그럼 이거 맥주 값으로 쳐 주나?
어이가 없다는 표정입니다....
핀셔:농담도 못 하겠군. 그쪽 이야기나 해 보셔. 그럼 얘기해 주지 뭐.
주방장 어니스트:나? 나 말인가! 하참, 나 말인가...
한때는 말이야, 나도 일류 요리사였다고. 비법으로 책을 전세계에 백만 부나 팔고 온 대륙에 랍스터점 지점을 열일곱 군데 냈지.
별의 전사를 아나, 당신? 십오년 전엔 말이야, 내가! 어? 그 사람들한테 식사 대접도 했다니까?!
...뭐, 인생이란 그런 거지.
쫄딱 망하고 지금은 다 무너져가는 술집에서 너 같은 거지한테 맥주나 내려 주고 있지만.
핀셔:그래, 그래. 나는 카스턴셔 여왕이고...(한 모금 들이키고 계속 들음...)
훌쩍, 중년의 뱀 수인이 뒤돌아 눈물을 훔칩니다.
주방장 어니스트:너 같은 애들이 믿어 주겠냐? 그래, 여왕. 어떻게 된 일인지 들어나 보자.
마침 주방 보조가 비었는데 사정이 딱하면 한 달 정도 시켜줄 수도 있고.
핀셔:나야 좋지만 내가 그러다 깨먹은 접시가 평생 먹은 빵보다 많을 텐데. 후...(맥주 원샷하고 테이블에 탕, 내려치곤) 크으, 맛 좋다. 이 정도면 용사한테 진상해도 되겠어. 믿어는 주지...
용사 놈들 한창 별조각 찾으러 싸돌아다닐 때 내가 루비 사관학교 학생이었다고 하면 믿겠냐? 그 명성 높은 곳에 입학했었단 말이지, 내가.
그 선생인지 조교인지 뭔지 미친 새끼한테 철퇴로 두들겨맞고 반쯤 쫓겨난 뒤로 내 인생은 쫄딱 망해버렸어. 부모도 없고 몇 년 거지꼴로 돌아다니다 보니 벌써 카스턴셔까지 왔군. 이곳은 너무 덥단 말이지...(맥주잔 탈탈 털다 한숨 푹 쉰다) 똑같은 걸로 한 잔 더 주쇼. 서비스는 없나?
주방장 어니스트:루비에 철퇴 교관, 대충 알 것 같군. 그놈 카스턴셔 출신이지? 이십 년도 더 전에 여기서 악명이 자자한 놈이었어. 군 장교였걸랑. 기다려 봐, 자아.
주방장은 때깔 좋은 전갈 튀김 꼬치를 두어 개 꺼내 줍니다. 요즘 카스턴셔에서 인기 짱이라는 바로 그거! 사막에서만 구할 수 있는 건데 어쩐 일일까요?
주방장 어니스트:멜리타르 항에서 좋은 물건이 많이 들어와서 그놈한테서 몇 자루 사뒀지. 특별히 맛보게 해 주는 거야.
핀셔:이 정도를 원한 건 아니었는데. 나도 양심이란 게 있다고...
내 말은, 한 5초 전까지는 있었다고.(홀랑 집어갑니다. 둘 다...)
주방장 어니스트:흐으음. 너 그럼 아무 계획 없는 거냐? 그런 주제에 대낮에 술이나 처먹고 잘하는 짓이군.
핀셔:그래, 거지 새끼한테 싸구려 술 두 잔 팔고 이런 것까지 가져다주는 그쪽도.
그래도 한때 군인을 꿈꿨던 놈팡이로서 뭔가 해야 하는 게 아닌가...그런 생각도 했었지. 몇 년 전에는...
근데 좀 지나니까 일단 살아야 하겠더라고. 소매치기나 싸구려 용병 의뢰 같은 거 하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지. 꼬치 값으로 그쪽 안주머니는 안 건드릴 테니 감사하쇼.
주방장 어니스트:쯧쯧쯧...됐어. 안주나 많이 팔아줘! 둘 다 꼴이...아. 손님이군.
어서와! 늘 먹던 걸로?
다음 손님, 누군가요?
발레리아:예, 뭐... 그렇죠. 맥주 말고 달리 여기서 마실 게 있답니까? 그 흙탕물인지 맥주인지 모를 것 마시고 조금이나마 취하는 게 그나마 하나 남은 낙인데. (하하..)
핀셔:시인이 오셨군.
주방장 어니스트:어허, 구구절절 욕이나 할 거면 그냥 집에 가! 여기만한 곳 없거든?
발레리아:왜요? 그래도 주방장 당신 요리 실력 하나는 일품이잖습니까... (망토 벗고 카운터석에 앉음..)
주방장 어니스트:거 봐. 내가 그랬지! 너만은 믿어주는구나, 발레리아.
맨날 하던 얘기 오늘도 해 줄 거지? 매번 들어도 웃기다니깐~
핀셔:제법 단골인가 봐. 나도 한 번 들어 보지. 누가 알아, 재밌으면 이야깃값이라도 줄지..
발레리아:어니스트, 그 얘기가 그렇게 웃깁니까? 나는 웃을 수 없는 얘기거든요, 거 참...
주방장 어니스트:저놈은 좀도둑이라니까 주머니 조심해라. 확 털리는 수가 있다.
발레리아:여기서 조심할 게 뭐 있습니까? 다 똑같은 잔챙이 놈들인데. 당신은 처음 보는 얼굴인 것 같으니 얘기해드리죠.
저는 카스턴셔 내륙 출신이거든요, '소금산호 호수'라고 아십니까? 먼 옛날에 바닷물이 유입돼서 내륙인데도 커다란 호수가 있죠, 크리스탈인가 뭔가 하는 거기도 비슷하게 만들어진 걸로 아는데... 아무튼.
핀셔:루비는 왜 빼?
하...아니다. 계속해.
발레리아:뭐야, 저 사람 루비 광팬입니까? 아무튼... 거기 사람들은 심해를 본 적이 없어요. 기껏해봐야 작은 열대여들 돌아다니는 산호 호수나 봤을 뿐이지... 그래서 모두가 깊고 깊은 심해를 동경한다오, 국교는 솔교인데도 거기에는 칸서 교회도 있다니까. 난 거기 성기사였고...
핀셔:광팬이 아니라...(궁시렁궁시렁...) 성기사 나리가 여기까지 오셨구만. 교회 사정이 안 좋으신가?
발레리아:아~뇨. 아마 어니스트가 폭소했던 포인트가 여기부터일텐데... (찝찝한 표정..) 고아 출신 꼬맹이가 성기사도 되고 봉급도 짭짤하게 받았으면 딱, 그 정도로 만족해야 했겠지만요. 나는 만족 같은 거 몰랐거든. 돈이 아주 많이 필요했습니다.
핀셔:푸하하...안 봐도 뻔하구만. 신께서 벼락 내리진 않았고? 칸서면 해일인가.
발레리아:... 해일도 벼락도 안 맞았습니다만... 신탁을 몰래 빼돌려 팔다가 들켰죠. 퇴출당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요. (...... 머쓱...) ... 어휴, 생판 처음 보는 사람한테까지 이야기 하게 될 줄은 몰랐군. 어니스트! 맥주 언제 나옵니까?
주방장 어니스트:와하하하하하하! 진짜 웃기는 친구일세. 아니, 그래서 지난번에 내가 물었지. 칸서 신이 신탁 내려봤자 쇳덩이가 어디 묻혀있느니~그런 거 아니냐고.
탕! 시원한 맥주입니다. 옆에는 랍스터 치즈구이가 있어요. 진수성찬이군요.
주방장 어니스트:쭈욱 들이키고 이것도 같이 먹어라. 그 시절 최고였던 메뉴니까.
발레리아:비웃는 게 싫다가도 이것만 먹으면 다시 오고 싶어진다니까, 여기에 약이라도 탄 게 틀림 없어요. 당신도 계속 들르다보면 중독되고 말걸.
주방장 어니스트:대륙을 휩쓸던 맛인데 당연하지. 이봐! 궁금하면 한입 맛보던가.
슬픈 사연이 주절주절 늘어지는 새, 딸랑 하고 문에 달린 방울이 울려댑니다. 또다른 손님, 누굴까요?
아스트라펠:어머! 장사가 아주 잘 되는 걸 보아하니 주방장이 상당한 실력자인 모양이네요~
주방장 어니스트:저 친구는 신경쓰지 말게. 부자처럼 보이지만 그냥 바보니까.
핀셔:지금 이게 잘되는 것처럼 보이시나?
아스트라펠:음? 아닌가~ 두 명이나 있잖아요. (땀 뻘뻘)
발레리아:왜요, 이 정도면 항구에선 나름 선빵이에요. (맥주 벌컥)
주방장 어니스트:여기 자릿세만 얼만줄 알아? 에잉, 참. 어디서 왔는진 몰라도~
핀셔:여기 경기가 많이 안 좋은가 봐. 빨리 떠야겠어...멜리타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지.
아무튼 온 김에 이야기나 해 보쇼. 당신 엘프 아닌가?
꽤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이 옆에 성기사 나리만큼...
아스트라펠:이야기요? 하하! 제가 멋진 이야기만큼은 누구보다도 많이 가지고 있다고요!
발레리아:당신 이런 데 오는 사람치고는 당차보이기는 하네요, 그럼 아무거나 하나 해주시겠습니까?
아스트라펠:좋아요. 제가 제 예전 동료와 북쪽으로 갔던 이야기를 해드리죠!
주방장 어니스트:또 그 얘긴가? 지겹지도 않은가 봐~
아스트라펠:어허~ 어니스트. 들어나 보시라구요! 이번에는 전 용사랑 같이 갔던 얘기라니까요!
주방장 어니스트:전 용사? 푸하하하! 잘도 믿겠다. 댁이?
아스트라펠:아무튼 들어보시라구요. 난 전대 용사를 두 명이나 안단 말입니다! 난 전 용사의 고향인 백작의 영지로 갔어요. 우린 산을 넘었죠. 용사는 칼로 마물을 해치우고 난 노래를 불렀어요.
그런데 산을 넘으면서 노래를 부르는 순간! 겨울인데도 아주 따뜻하더라니까요. 북쪽은 원래 따뜻하잖아요. 그, 그쵸? (....눈치보기)
발레리아:거기 눈보라 쌩~쌩부는 산골짜기 아니였던가~ 이름이... 드... 드루... 모르겠다. (랍스터 냠냠...) 그리고 백작이 아니라 공작 아니었습니까?
여기에 음유시인은 널렸다고요, 항구도시를 얕보면 쓰나...
아스트라펠:네, 네에...? 아니에요! 분명 백작가라고요! 뭐 잘못 아신 거 아녜요?
아 됐어요! 이야기가 싫으면 노래라도 들려드릴게요!
주방장 어니스트:그래, 온 김에 한 곡조 뽑아 달라구.
아스트라펠:크음, 큼. 이 노래는 말이죠오, 무려 전전대 용사가 직접 하사한! 책의 노래예요.
(못 외워서 책 펴서 보는 중...) 어... 이 부분이 좋겠다!
핀셔:뭔 노래길래 용사가 직접 하사를 해? 용사 중에 음유시인이 있었단 얘긴 못 들었는데.
아스트라펠:일단 들어봐요! 용사들은... 뭐! 취미로 음유시인도 못하나!
우주는 진리를 담고 마법은 피어올라~
생명의 불길이여 어둠을 삼...ㅋ...
...이거 이렇게 읽는 거 맞나? (긁적;;)
핀셔:가사 참...
아스트라펠:부... 불만 있어요?!
발레리아:(책 흘긋) 당신이 부른 가사 어둠이랑 생명이랑 바뀌었는데요, 뭐야, 그거 흑마법서 아닙니까? (오싹;)
핀셔:계속해 보십쇼, 음유시인 나리. 목소리는 괜찮군.
불길한 소리 마쇼! 이래서 마법은...
아스트라펠:oO(더 못읽겠는데...) 제 노래는 비싸거든요! 쉽게 더 들을 수 있을줄 아세요?!
핀셔:돈이 없는데 어떡하나. 허풍보다 더 허풍 같은 인생 얘기라도 해 줄까?
아스트라펠:됐어요 됐어! (흥!)
발레리아:있죠, 저 사람 루비 광팬이라 마법을 싫어하는 모양입니다. (맥주 꿀꺽꿀꺽...)
아스트라펠:뭐어요?! 말도 안 돼!
핀셔:광팬이 아니라 사관학교 학생.
뭐...'전' 학생이지만. 반쯤 떠밀려서 자퇴했소.
발레리아:네네, 저는 칸서교 교황이고요. 크... 맛 좋다.
핀셔:하....
아스트라펠:교황이요? 말도 안되는 소릴...(멍청...)
주방장 어니스트:세상에 말이 되는 건 또 어디 있냐?
나 같은 망한 자영업자가 원래는 세상에서 제일 잘나가는 일류 요리사였다는 거나~저기, 게잡이 자식이 성기사였다는 거나. 하룻강아지 쟤가 루비 엘리트였다는 거나.
하다못해 네가 하는 헛소리까지 싹 다 코미디 아니겠어?
삶이란 그런 거다, 응?
아스트라펠:허, 헛소리요!?
주방장도 맥주를 진탕 마신 모양입니다. 하나같이 정상이 없군요.
거기, 문 뒤 금발 왕자님. 안 들어오세요?
발레리아:어니스트, 저건 뭡니까? 뺀질거리는 놈 하나가 쳐다보고 있는데.
브랜든:(문을 거칠게 열고 실내를 한 번 쓱 보더니 혀를 쯧, 찹니다.) 뭐 이렇게 낡아빠진 곳이 다 있어?
핀셔:그러게 말입니다. 이런 귀한 곳에 누추한 분이...
주방장 어니스트:불만 있으면~
자~! 다음은 손님 여러분께서 말해 주세요~
하나~둘~셋~
아스트라펠:꺼져!
발레리아:꺼져!
핀셔:꺼져~
주방장 어니스트:그렇다고 하시네, 왕자님~
브랜든:(무시하고 대충 근처 의자에 걸터앉습니다) 예쁜 손님들이 그러면 쓰나~ 것보다, 이보쇼 주방장. 여기서 제일 비싼 술 주쇼.
아스트라펠:어우~ 저질
발레리아:뭡니까, 이 자식? 얼굴에 흙탕물이라도 부어버려요. 당신 진흙팩이라고 압니까?
주방장 어니스트:비이싼 술? 여기 들어온 이상은 쫙 빼입은 통령이든 누더기 뒤집어쓴 거지든 다 똑같이 싸구려 맥주걸랑?!
옛다~마시든가.
아스트라펠:(핀셔 옆에 붙어서 부들거리기)
브랜든:(어니스트 꼬라보다가 맥주 한모금 마시기...) 더럽게 맛없네
핀셔:불만 있으면~
발레리아:꺼져! 하하하!
핀셔:됐고, 온 김에 그쪽 이야기나 해 봐. 20년 전 플루토스에서 똑 떨어진 것 같은 도련님이 여긴 왜 오셨나?
발레리아:그러게요, 커랜드의 멋들어진 바에서 와인이나 찔끔찔끔 마셔댈 것처럼 생겼는데.
브랜든:허... (맥주 들고 아스트라펠 옆으로 갑니다) 어떻게 알은건진 몰라도, 그래. 나 도련님 맞아. 비록 빌어먹을 에지디오 집안 용사 때문에 말아먹었지만.
주방장 어니스트:냅둬~몰락한 귀족이라도 되나 보지. 요즘 그런 놈들이 어디 한둘이냐?
거 봐, 내가 말했지.
브랜든:(어니스트에게 중지 날립니다)
아스트라펠:(책으로 팔 꾹 눌러서 거리 벌리기) 으...
주방장 어니스트:그게 왜 용사 때문이냐? 거긴 망할 만했다던데.
발레리아:어휴, 여긴 손님이 아니라 주인장이 왕인데... (쯧쯔...)
브랜든:우린 대대로 기사집안이었거든. 웨스턴 가문이라고 아나? 당연히 알겠지. 내 친척이 용사놈이랑 친구였으니까.
핀셔:거기 인종차별은 끔찍했지. 내 수인 동기들 중에 그쪽 슬럼가 출신이 몇 있었는데...
그건 또 누구냐? 에디디온가 하는 거기도 헷갈리는구만...
발레리아:난 타국 귀족 이름은 모릅니다. 그런 거 외울 시간에 일을 한 탕 더 뛰지.
주방장 어니스트:청산별곡도 거긴 지점 안 냈다구. 아, 청산별곡이 뭐냐면 우리 음식점 옛날 이름.
핀셔:동감이야, 교황님.
진짜 웃긴 이름이구만...망할 만했어.
주방장 어니스트:에잉, 나이 좀 있는 놈들한테 다 물어봐라. 하나같이 대답할걸? 청산별곡은 전설이었다니까!
브랜든:(발레리아 힐끗 봅니다. 쟤는 또 뭐래) 그러면 내 이름이나 똑똑히 새겨둬. 브랜든 발레리오 웨스턴. (맥주 벌컥) 내가 다시 집안을 일으켜 세울거야. 비록 예전에는 후작이었지만, 망할 에지디오 집안보다 더 잘 살거야.
아스트라펠:아~ 저는 모르겠는데요.
주방장 어니스트:겹친다.
(뭐가?)
아스트라펠:(뭐가?)
핀셔:흥하려면 이름 좀 줄여. 외우기 힘든 이름은 다 망하더라고...(랍스터 요리 한 입) 오, 이거 꽤...대체 가게 영업을 어떻게 했으면 이런 요리를 하는데도 망하는 거야?
주방장 어니스트:그래, 나는 주방장 어니스트 앤더슨이다. 내가 다시 청산별곡을 일으켜 세울 거야아~
칸:그러지 말고 여보님, 오랜만에 쉴 때 됐는데 술이나 한 잔 할까? 여기 그 유명한 '청산별곡' 주인이 망하고 차린 술집이 있댔는데.
아니면 다른 곳도 좋고~전갈 가지고 짭짤하게 벌었으니 마누라 원하는 데로 가자고~
브랜든:아, 거기로 가십니까? 제가 안내해드리죠!
그 주인이 여러분들을 모시고 오라고 했습니다.
칸:그러고 보니 자기야, 요즘 카스턴셔 인신매매가 엄청 문제시되는 거 알아?
검은 약탈자보다 백만배는 무서운 놈들이 쥐도새도 모르게 끌어서 잡아간다는데.
브랜든:(ㅋ......)
칸:하긴 이런 허접쓰레기가 그런 극악무도 범죄를 저지를 리 없지. 그냥 따라가 볼까?
브랜든:(허접 쓰레기... 살짝 일그러지는 미소)
네네, 아주 친절히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카르미네:(못마땅한 표정,) 뭔 일 있으면 당신이..알아서 해줄거지? (책임져, 라는 말 돌려서 하는 중)
브랜든:당연하죠. 혹시 성함이...
칸:칸.
칸이랍니다~
브랜든:(그쪽 물은거 아니거든요)
칸:(마눌님 뒤로 숨김)
카르미네:(뭐야....) 카르미네. (뒤에서 말함)
브랜든:넵! 카르미네씨, 그리고 칸씨? 이쪽으로 따라오시면 됩니다~ (영업용 미소 장착)
브랜든은 둘을 주점으로 끌고 갑니다. 허름하지만 나름 아늑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입니다...
딸랑, 벨이 울립니다. 그들이 들어오죠.
브랜든:이봐, 주방장!
아스트라펠:오. 진짜 데려왔네요.
요즘 애들 참 순진하죠?
브랜든:나는 하면 한다고. (기세등등)
발레리아:애초에 그것도 못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죠..
핀셔: 이제 할 일 끝냈으니 저놈은 다시 쫓아내지.
칸:여~미래의 백만장자 여기 왔다네.
브랜든:에이~ 쫓아내는건 너무했다, 자기야~ (자연스럽게 핀셔 옆으로 앉음)
주방장 어니스트:신경쓰여 죽겠지만 나는 한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다. 여기 가만히 앉아 있다가 가는 거다, 응?
작업걸지 말고. 아이고, 오셨어? 댁에서 산 전갈이 아주 인기 폭발이라니까요~
카르미네:손님이 많네.. (탐탁찮은 표정..)
아스트라펠:(터벅...터벅...)(의자 들고 브랜든과 핀셔 중간에 가서 앉기)
발레리아:멜리타르 억양이네요, 먼 곳에서 오셨나봅니다.
아스트라펠:안녕하세요~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하셨어요~
발레리아:(펠 옆에 앉음..)
핀셔:구석으로 비켜 드릴깝쇼, 나리?
칸:아이~그럴 필요 없다구. 자, 여기 앉으면 되니까. 우리 자기야도 착석하시죠~
브랜든:(카르미네에게 시선 고정) (과연 어떻게 생기셨을지)
발레리아:(브랜든 시야 차단)
칸:먼 곳? 아휴, 그럼요. 우린 멜리타에서 왔어요. 켄타우로스 발굽, 타이 사막 전갈, 낙타 안장, 멜리타르 커피, 돈 되는 건 다 팔지!
브랜든:슨치으라... (이꽉물) (손 치움)
칸:한몫 해본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전갈이 마침 오자마자 다 팔려서 말이야! 하하하. 주인장 커피는 안 사나?
핀셔:(저놈 정말 안 쫓아내도 되는 걸까? 브랜든 꼬라보기)
카르미네:(칸 옆에 앉고 속닥임) 여기 맘에 안 들어.
칸:(속닥임2) 누군 아니야? 참아. 여기 방울뱀 이놈 거물이니까.
카르미네:하.. (끄덕임)
칸:여기 불쌍한 나리들! 난 말이지, 애꾸눈 같이 성공할 거야. 지금은 세계를 주름잡는 상단이지만 말이야, 검은 약탈자가 원래는 불법 마약 거래선이었다는 거 알고 있었어?
여기 장교분들하고 말씀 좀 나눕다가 알게 된 건데 장난 아니었다고 하더라고~글쎄 그 호크랑 샤샤 부부가 감옥에도 갇히고. 지금은 완전 개과천선한 거지 뭐야? 날 때부터 백조인 줄 알았다만.
브랜든:(호오... 장교랑 얘기까지 나눌 수 있는 신분이구만...)
발레리아:그럼 용사로 발탁 돼서 개과천선... 뭐 그런겁니까? 신기하군요.
칸:비단 그것뿐만은 아니지~원래 능력이 되는 사람이니까 그랬던 거야.
어쨌든 나는 장사의 신이 될 거다! 그때가 되면 어니스트 당신네 가게도 탈탈 털어먹어 주지.
핀셔:꿈이 꽤나 높으시구만...
카르미네:(장사의 신이 될거란 저 말만 몇 번째냐... 질린단 표정;)
핀셔:일꾼은 필요없나? 사다리는 아니어도 계단 정도는 되어 줄 수 있는데.
발레리아:용사랑 우리 사는 세계는 영 달라서 뭐 부러워하지도 못하겠고... 나중에 일꾼 필요하면 불러주십시오. 저 힘은 세니까.
칸:일꾼? 마침 모집하고 있었는데, 아, 실은 말이지. 우리도 여기까지 온다고 상선을 빌려서 무지 적자라서.
발레리아:뭐, 그게 정말입니까?
칸:밥은 먹여줄 수 있지만 인건비는 못 줘~
아스트라펠:이거 완전 악덕이구만요?
브랜든:칸씨라고 하셨나요? 당신은 물론 되실겁니다! 제가 예전에 플루토스에서 조~금! 높은 신분이었는데, 제가 그때 사람을 많이 봐뒀거든요. 칸씨는 물론 성공하실 분입니다! (영업용 미소)
악덕이라니, 거 참 말 심하네!
발레리아:.... (곰곰) 그래도 나중에 한 탕 칠 수는..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죠.
핀셔:뭐...밥 주고 잘 곳 준다면 나한텐 천국이지. 이런 후진 가게 와서 좋은 인연 찾는구만.
아스트라펠:다 됐고! 장사의 신이 되실 그, 킨? 칸 씨?
브랜든:칸 씨.
이름 정도는 제대로 외워두지 그래?
아스트라펠:미래를 위해서 음유시인의 노래 한곡은 어떤가요? (브랜드 머리 깡 내려치고 헤헤.)
핀셔:좋습니다, 나리. 일 좀 돕고 나중에 한 탕 하면 발톱만큼 떼어 주쇼. 밥은 제대로 주는 거 맞지?
칸:오오, 당신 노래 좀 하나? 그래, 한 곡조 뽑아 달라구~거기 수인 친구는 흐음, 이번에만 써 보고 잘하는지 어떤지 보지 뭐.
핀셔:한 번만 믿어 보시지. 후회하지 않을걸.
주방장 어니스트:그놈 좀도둑질 업으로 삼은지 좀 됐단다. 조심해라.
브랜든:저기, 칸씨? 혹시 플루토스의 웨스턴 가문이라고 혹시 아시련지... 아하하, 물론 아시겠죠! 칸씨는 보아하니 여러 곳을 다니신 것 같으니까요. 그게, 저희 가문은 대대로 기사 가문입니다. 그래서 저도 무예는 좀 하는 편인데, 혹시 경호원같은걸 붙일 생각은 없으신지...
핀셔:어허! 암만 그래도 내가 개새끼라 상사 주머니는 안 털어요.
아스트라펠:크흠... 큼! 왜 갑자기 여기가 구인구직의 장이 된 거죠?
칸:우리도 싸움으론 어디 가서 안 지는데. 흐음, 밝힐 생각은 딱히 없었지만 말이지.
난 마법사야.
아스트라펠:나, 아스트라펠이 칸 씨를 위해 노래를 부르겠다니까..요... 마법사요!?
발레리아:마법사요? 멜리타르에 마법사가...
칸:그래. 너희 같은 애들은 본 적도 없지, 마법사?
핀셔:(어쩐지 뺀질나게 생겼더라니 마법사였군...오늘도 깊어지는 편견)
아스트라펠:아뇨, 전 엘프라.
브랜든:호오, 마법사라...
카르미네:....
핀셔:마법사야 루비 다닐 때 쌔빠지게 봤지. 그쪽 샌님들은 다들 불빛이나 뿅뿅 쏘고 다녔지만.
아스트라펠:그치만 마법사는 정말 대단하죠! 예에전에 마법사 펜파릴을 본 적이 있는데...
브랜든:하지만 칸씨? 마법과 무술은 다른 계열입니다. 왜 크리스탈과 루비가 하나로 합쳐지지 않겠어요?
아스트라펠:그... 불 쏘는 거? 그거 할 수 있으세요?
칸:웬수천치니까 그렇지. 당연한 거 아냐?
핀셔:혹시 크리스탈 출신이신가? 그렇다면 실례했습니다그려.
발레리아:플루토스 출신이라 염호 전설은 모르나보죠, 쯧쯔.
칸:아니~나는 그렇게 대단한 마법사 나으리는 아니고. 모험하면서 주운 게 있걸랑. 어쩌다 보니 인연이 생겨서...자세한 건 영업기밀.
핀셔:크리스탈이랑 루비를 합쳐? 미친 소리를...
역시 그놈들은 제대로 된 게 없다니까. 그쪽 출신이 아니라니 다행이군요.
브랜든:(발레리아 말 무시) 에이, 웬수인것도 그렇지만! 마법사는 마법이 실패할때도 있지 않나요? 하지만 무예는 다릅니다. 무예는 빗나갈 일이 있을지언정, 실패하는 일은 없다고요!
물론 마법을 무시하는 발언은 아니랍니다~
핀셔:빗나가는 게 실패지...
발레리아:내말이요.
브랜든:생채기라도 나긴 하잖아?
아스트라펠:브랜든...
나보다 심한 사람은 처음보는 것 같아요!
핀셔:극찬이구만.
브랜든:아까 밖에서 들었는데, 넌 북쪽이 따뜻한걸로 알더라?
칸:거기 플루토스 왕자님, 그,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는 모양인데.
우린 실패하면 바로 죽음이야.
빗나가면 죽는다고.
핀셔:옳은 소리야. 전장에선 실수를 용납하지 않지.
카르미네:(고개 끄덕.)
핀셔:뺀질이 도련님, 무서우면 빠져도 된다.
브랜든:아이고,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왕실상급학교에 다니다가 중간에 혁명탓에 학업을 멈춰버려서...
칸:대단한 용사라도 되는 것 같아? 이 바닥에서 경호인력이든 용병이든 오래 가는 거 못 봤다. 이상한 환상 가지고 무대포로 올 거면 그냥 사려.
발레리아:쯧... 칸, 아마 저 금발 놈팽이보다 내가 더 힘세고 일 잘할겁니다. 난 적어도 허울만 번지르르한 헛소리만 하진 않거든.
칸:집에서 부모님이 해 주시는 밥 잘 먹고.
브랜든:(집 나왔는데...)
아스트라펠:저도 아마 쟤보다는 똑똑할 걸요~
카르미네:(칸한테 팔짱끼고 기대서 칸만 들릴 정도로 작은 소리로 말함) 난 쟤네 맘에 안 든다니까.. 어디서 구르다 온 놈들인줄 알고, 특히 저 금발머리.. (브랜든 쳐다봄)
칸:(끄덕...의심 가득한 눈초리) 나도 저놈은 별로야. 차라리 자선행사 한다 생각하고 좀 부려먹은 다음 제 발로 나가게 해?
브랜든:(ㅎㅎ...)
칸:끝까지 들러붙을 것 같은데.
카르미네:..몰라, 맘대로 해....쟤, 나 보고 웃어. 기분 나빠.
칸:어디 감히 우리 여보야를. 내가 저놈 눈깔을 찔러 버릴게.
브랜든:아이고, 무슨 그런 무서운 소릴!
에이, 그러지 마시고, 한 번만 속는 셈 치고? 받아주시면 안될까요~?
카르미네:(내숭떠는 듯 쿡쿡 웃는다..브랜든 쳐다보는 눈빛은 여전히 싸함)
칸:흠.
좋아, 한 번만이야. 단, 딱 일주일, 그동안 있어 보고 아니다 싶으면 알아서 나가.
너희도 아닐 거라 생각 마. 보아하니 그쪽은 산전수전 다 겪은 것 같긴 한데.
브랜든:네넵! 당연하죠! 감사합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칸:난 장차 거물이 될 사람이니 아무나 들이지 않아~
핀셔:일주일이면 충분하지. 그럼 계약 성립인가?
칸:그래. 카스턴셔에서는 고용할 때 서류를 써야 한다지? 이럴 줄 알고 준비했지.
칸은 빳빳한 종이 네 장을 꺼내 여러분 앞에 돌립니다.
칸:서명하든 지장을 찍든 하라구.
핀셔:글 써 보는 건 오랜만이군. 누구 펜 있나?
카르미네:(옆에서 펜 꺼내 건네줌)
핀셔:고맙소, 마님.
브랜든:(멋들어진 서명! 브랜든 V. 웨스턴!)
카르미네:(미소지으며 핀셔에게 목례)
핀셔:이런 촌놈한테까지 인사 안 하셔도 됩니다.(펜 돌려줍니다. 나름 예법을 갖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