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전원 저널 바꾸세요
트위터에올리시고요
다들올리면시작합니다
파랑이 많구나
랜든
ㅋㅋ
카르미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작부터 스펙타클, 텔리안의 묵직한 대검이 적을 횡으로 베며 두 동강을 냅니다.
지금은 블러디 헬 정규 훈련 시간! 모두 각자의 무기를 갈고닦고, 장점을 연구하며 단점은 상쇄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무기를 사용하나요? 방금 허수아비를 멋지게 베어 버린 텔리안! 당신부터 소개해 보실래요?
나머지도 똑같이 물어볼 예정이니 미리 써 두세요! 그리고 허수아비를 공격하는 지문 하나씩도요.
텔리안:이건 '거인의 도검'이다. 벌써 쓴지 8년은 됐나.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10년은 못 채웠어. 보통 검을 잡으면 일년 안에 박살나는데 이건 뭘로 만든건지 멀쩡하더라. 철보단 돌로 만들어진 것 같아. 좀 크긴한데 나도 그만큼 크니까 문제없지!
좋습니다. 근력과 피해 판정 각각 한 번씩 해 봅시다.
후두둑, 허수아비는 별 힘도 못 쓰고 부서집니다(당연하지만요).
거기 옆에, 텔리안 못지않게 열심히 칼질하고 있는 사람! 발레리아는 어떤 무기를 씁니까?
발레리아:저, 저 말입니까? 이건 칸서 교에서 성기사들에게 지급하는 강철 대검입니다. 연식이 꽤 오래 되어 새 검을 구할 때도 되었습니다만⋯ 손에 익은 검을 버리는 건 검사로서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지요. 칼날은 갈면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법! 검술도 마찬가지입니다.
큰 게가 집게발로 공격하듯 빠른 속도입니다. 허수아비가 여러 번 맞더니 쿵 하고 바닥에 쓰러집니다.
발레리아도 근력과 피해 판정 한 번씩 합시다!
텔리안이 경쟁의식을 느꼈는지 더한 기세로 허수아비를 날려내고 있습니다. 요란한 것들은 뒤로 하고, 나무 위에서 목표물을 가만히 쳐다보는 사람이 보입니다.
핀셔:이건 투척용 단검인데, 좀 떨어진 마을 대장간에서 떨이로 팔던 걸 싸게 사 왔다. 돈도 제대로 냈다고. 이제 그런 걸로 쩨쩨하게 굴 만큼 빈곤하지도 않으니까.
암기란 건 말이다, 애매하게 특별한 걸 쓰면 꼬리를 밟힌단 말이지.
중요한 건 쓰는 놈이야, 쓰는 놈.
어라, 죄다 빗나간 것처럼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허수아비를 가운데에 두고 일정한 간격으로 단검 열 개가 꽂혀 있습니다.
흙바닥이 깔린 훈련장에서 세 명이 고전하는 동안, 큰 아름드리 나무 아래 잔디밭에서는 나머지 세 명이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즐기고 있습니다.
사장님은 램프를 마른 수건으로 닦으며 알 수 없는 주문을 외고 있고요. 그 옆에는 거대한 수레가 몇 개 있고, 여분으로 보이는 무기가 꽉꽉 들어차 있습니다.
새처럼 노래하는 한 사람도 있네요. 펠! 당신도 소개 좀 해 봐요.
아스트라펠:안녕하세요, 저만 기다리셨죠? 카스턴셔 제일 가는 인기쟁이 아스트라펠 빼곤 여긴 봐 줄만한 게 없다니까요!
제가 이번에 가져온 건 피리인데요. 얼마 전에 시장에 가서 샀어요. 고향의 나무와 주술로 만들어졌다나 봐요. 분명 수해 전에 만들었겠죠. 큼큼, 아무튼!
오랜만에 특별히 노래 불러드릴게요!
원하는 액션 하나 판정해 봐도 좋습니다. 오늘의 운을 점친다고 생각하세요.
아스트라펠:
발동 조건:자기에 대한 노래를 들어 본 사람과 처음 만났을 때
굴림:12
효과:이 사람이 자기에 대해 들은 이야기 두 가지를 말하십시오.
이 통나무도 저는 알 걸요?!
나무는 바람에 잎사귀를 살랑거리기만 합니다. 아마 적당히 호응해준 모양입니다.
마지막, 주문서를 손가락으로 짚어 가며 읽는 당신. 카르미네! 소개하세요.
카르미네:(9발짜리 머스킷 권총이 허리춤에 꽂혀 있습니다. 과거 배 위에서 난전을 벌일 때 유용하게 쓰던 무기지만 지금은 호신용에 가깝습니다. 그야... 지금은 당신들이 있잖아요? 네, 유용한 따까리들이요.)
그래요, 아무거나 사제 주문 한 번 써 봅시다. 간편마법도 좋고 고레벨 마법도 좋습니다.
카르미네:(유용한 따까리들을 끝까지 잘 뽑아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손실을 최소화하는 겁니다.)
발동 조건:신에게 받은 주문을 사용하면 +혜 판정을 합니다.
굴림:10
효과:10+이면 주문이 부작용 없이 성공적으로 시전됩니다. 원하면 다음에 또 걸 수도 있습니다.
세부 사항:지속적인 효과를 가진 주문은 작용하는 동안 주문 시전에 패널티를 주는 일도 있으니 참고하십시오.
세부사항:주문을 걸 때 단어를 하나 고르십시오. 나중에 그 단어를 입 밖에 내면 그 주문을 걸었을 때 있었던 장소로 돌아오게 됩니다. 주문을 걸었을 때 사제의 몸에 닿아 있었던 동료들도 모두 함께 돌아옵니다. 귀환의 진언은 한 번에 하나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걸면 지난 번 귀환의 진언은 새것으로 대체됩니다.
어려움 없이 주문이 시전됩니다. 무슨 일이 있다면, 우리는 이 평화로운 땅으로 돌아올 겁니다.
오늘의 밥은 찐 랍스터를 끼운 바게트 샌드위치, 게살 스프, 그리고 휴양지풍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초콜릿 음료입니다.
핀셔:새삼 생각하는 거지만 굉장히 호화로워졌구만.
텔리안:아, 잠깐잠깐...아홉, 열.... (손가락 네개를 쥔다) 으하하, 발레리아!! 내가 이겼다! (밥먹으러 달려간다)
발레리아:앗?! 치사합니다! 텔리안이 먼저 시작했으니 그런 거죠! (뒤따라간다!)
갓 잡아온 랍스터를 써서 그런지 신선도가 남다릅니다. 코코넛 오일을 사정없이 뿌려서 깊은 맛이 나는 빵과 톡톡 터지는 살짝 짠 랍스터의 조화...
카르미네:(주문서를 닫고 일어납니다) 어휴, 먼지. (손 휘휘)
오늘 여러분은 훈련하면서 칸이 나눠주는 무기들을 써 보고 불량이나 불편한 부분이 있는지 검수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무기의 품질은 대체로 훌륭했지만 종종 불편한 부분은 있었을 겁니다.
칸은 한쪽에 필기용 책을 낀 채로 입에 샌드위치를 우겨넣습니다.
핀셔:투척용 단검 무게중심이 제각각이던데. 이거 주조로 하지 않나?
텔리안:내구성이 약해! (대검 두개를 부숴먹었다)
칸:그건 네 팔뚝 내구성이 너무 강한 거 아니고?
칸:(웃음이 쓰다. 지갑에 구멍이 났나...)
아스트라펠:피리로 연주하면서 동시에 노래도 부를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용?
내구성은 모르겠지만⋯ 도신이 울퉁불퉁해서 깔끔하게 베이지 않는 상품이 몇 개 있던걸요. (냠냠따.)
(탁탁.) 뭐, 그건 그거대로 수요가 있겠지만⋯.
카르미네:응, 내가 너한테 빼두라고 줬던 거 하나 제외하면.
칸:오-케이. 이번 임무는 좀 평화롭다. 카스턴셔, 특히 칸서 성전에서 난 무기를 대량으로 구하는 곳이 있더라고.
무기만 넘기고 다시 복귀하면 돼. 단가도 엄청 비싸게 잘 쳐주거든.
배 타고 가야 하는데, 다들 배멀미 약 잘 먹어 두고.
플루토스로 갈 건데, 너희 플루토스 가본 적 있냐?
핀셔:전혀 없지. 그땐 특히나 수인 차별이 심하다고 들어 가지고.
텔리안:그래. 그래서 얼씬도 하지 말라 그랬다.
발레리아:저는 카스턴셔에서만 지내서. (멋쩍⋯.)
칸:뭐, 그것도 옛말이야. 새로운 사상이 들어오고 난 지도 벌써 십칠 년인가? 이제는 노예 거래 규제도 심해졌고, 다인종 이주민도 늘어났어.
텔리안:그래도 워낙 악명이 세서. (입바람 후 불어 머리카락을 치운다) 쌓인 이미지란게 있잖아. 그쪽 의뢰들은 하나같이 질 떨어지기도 하고.
칸:역설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와서 새 시작을 하기에 좋은 곳이 됐으니. 혁명 후에 인구 손실이 심해서 이주민 환영 정책도 많이 푸쉬했잖아.
아무리 그래도 난 안 갈 거지만.
혁명이 일어났어도 옛날 귀족들 중에선 재산 몰수를 잘 피해간 경우가 많았대. 법적으로 귀족은 아니지만, 돈도 저택도 아직 있으니 귀족 행세를 하면서 살 수 있는 거지.
우리랑 이번에 계약한 놈들도 그 중 하나야. 사병을 키우려나 봐. 정부랑 눈치싸움하느라 나라 안에서는 병사랑 무기 구하기도 어려워서 외국에서 떼 오는 거래.
그래서 우리가 떼돈을 벌 수 있는 거지. 감사해해라.
카르미네:아무리 나라에서 뭘 규제해봤자 암암리에 다 한다니까.
핀셔:간이 땡땡 부었군. 덕분에 돈 벌 수 있으니 좋다만.
아스트라펠:저만 무슨 소린지 이해 못한 건가용?
발레리아:(펠 입가에 검지 손가락 가져다 댄다.)
텔리안:아. 근데 그녀석 거기가 고향이라지 않았나?
텔리안:브랜든 말야. 옛날에 자기 귀족이었다고 엄청 뺀질댔잖아.
거기가면 있을수도 있는거 아닌가?
발레리아:아마 있기야 하겠죠. 하지만 만날 확률은 극히 드물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난 걔가 뭔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쇼까지 하면서 받아준 건데 말이야. 아, 생각나네, 또.
우리 재판했던 것 기억나냐?
공부 많이한 사람들이랑 그렇게 오래있는건 처음이었거든. 뭐랬지? 사...사법? 판결?
핀셔:뺀질거리고 재수없긴 해도 웃긴 놈이었지. 다시 만날 생각은 없지만.
법이니 형이니 하는 걸 알 필요가 있나, 안 잡히면 장땡아니냐.
추억해 봅니다. 브랜든이 펙스 용병단에서 미인계를 쓰는 토끼 수인에게 푹 빠졌을 때...
봉사자 신분이 되어 우리 아래에서 징징거렸을 때...
펠과 함께 뱃사람들 앞에서 외모를 뽐냈을 때...
아스트라펠:식사에 너무 집중해서 그런데 아까부터 뭔 얘기 중이었어요?
카르미네:시덥잖은 얘기나 했어요. 다 먹었으면 갈까요?
작별 인사는 됐다며 의젓한 척하던 그 모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솔직히 그가 한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미인계는 발레리아와 텔리안, 카르미네가 돌아가며 쓸 수 있었습니다.
활잡이를 새로 구하지 않고 계속 버텼던 이유도 그 정도였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없이 사무소를 운영한 것도 벌써...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그는 뭘 하고 살았을까요?
잘난 허우대와 그렇지 않은 싸움 실력을 가진, 플루토스 몰락귀족 가문의 한 남자는 어디에 있나요?
브랜든:…배고프다. (주린배를 잡고 근처 아무 벤치에 털썩 주저앉습니다.)
브랜든은 퇴사 후 이곳저곳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구두닦이, 우편배달, 아이 돌보기, 식당 종업원, 공사장….
드디어 마음을 다 잡은 걸까요? 그럴 리가요! 천성은 어디 가지 않는 법이죠.
예를 들어 아이 돌보기는 그 집 귀한 도자기를 깨 먹는 사고를 쳐서 30분 만에 잘렸어요. 또, 식당 종업원 일은 그새를 못 참고 여자 손님에게 수작을 부렸는데, 알고 보니 그 손님은 지배인의 여자 친구였답니다. 당연히 이것도 잘렸죠. 공사장에서는 뺀질거리다가 일급의 반을 날려 먹었던가?
돈 벌어 먹고살기가 이렇게 고된 일이었나요? 적어도 칸 카르미네 사무소에 있을 때는 숙식이 편하기라도 했지, 지금은 겨우 입에 풀칠하기도 벅찹니다. 전 귀족의 체면이 말이 아니네요. 불쌍해라.
칸, 카르미네, 핀셔, 발레리아, 아스트라펠, 텔리안…. 익숙한 그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지낼지, 자기 없이도 잘 굴러갈지 (당연하지만요), 편식이 심한 엘타닌과 투반과 이오타는 잘 먹고 있을지 등 상념이 떠오릅니다.
브랜든:…이럴 때가 아니죠! 뭐 때문에 집을 나오고, 팔자에도 없는 이상한 사무소에 들어가고, 퇴사를 했는데! 궁상맞게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성공해서 보란 듯이 떵떵거리고 살아야죠!
그렇게 자기암시를 걸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런 의지를 하늘이 알아준 걸까요? 최근에는 오래전에 ―그러니까, 가세가 기울기 전에― 브랜든의 집에서 일하던 친한 메이드의 소개로 베이커리에서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습니다.
…이번에는 일주일은 버틸 수 있을까요?
성냥팔이 소녀의 이야기를 아나요? 팔던 성냥을 켰더니 보고 싶었던 형상을 보았다는 이야기.
동화 속 이야기처럼, 배고픈 당신 앞에 파란 머리 요정님이 나타납니다. 아, 요정이 아니네요. 용입니다.
"저런, 아이들이 어디로 가자고 하나 봤더니..."
샛별:네, 저예요. 잘렸다죠? 아이들에게 들었어요. 당신과 헤어진 날 드래곤의 텔레파시를 써서 날 불렀거든요.
그 뒤로 사무소에는 한 달에 10일만 맡기고, 내가 직접 아이를 돌보고 있어요.
애들이 당신을 그리워해요. 뭐 하고 사나요?
애들은 요즘 어떤가요? 편식은 고쳐졌을라나 모르겠네.
샛별:비행기를 안 해 주면 안 먹던데. 특히 고기는 아직도 새고기만 먹고. 영 고민이에요.
필요한 거 있나요? 그래도 한참 우리 애들을 봐 줬으니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브랜든:(잠깐 머뭇거리더니)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하하...
샛별 님은 더운 날 사막의 지평선처럼 일렁거리다가 눈 깜짝할 새 사라져 버립니다.
당연히 환각이었습니다. 뭘 기대했나요. 그가 당신을 왜 굳이 찾아오겠어요.
브랜든:…브랜든, 네가 기어코 미치기까지 하는구나... (땅바닥의 돌멩이만 걷어찹니다)
당신은 차가운 길바닥에 남겨졌습니다. 날이 어두워지니 좁은 단칸방으로 다시 들어가야 합니다. 베이커리에서 특별히 사정을 고려해 싼값에 내준 다락방입니다.
길거리에서는 호외 전단을 돌리며 사람들이 공화정을 찬양합니다. 뒷돈을 꽤 받은 모양입니다.
"위대한 시모 로마노 각하 만세! 혁명 이후 무역지수 최대 돌파!"
가장 가난한 사람은 지금도 벌레가 나오고 난방도 잘 되지 않는 조그만 방에서 오늘내일을 전전해야 하는데 말이에요.
브랜든:(
인생이여, 만세. … 그런건 다 헛소리지.)
허울뿐인 평등은 귀족과 시민의 경계를 없앨 뿐, 밑바닥을 취급하지 않는 것은 여전합니다. 플루토스에는 이곳저곳에서 들여온 마법 기구를 이용해 공장을 세웠습니다. 대량으로 생산한 물건을 외국에 팔며 돈을 모으고 있죠.
당신이 아무리 벌어도, 수입의 절반 이상을 세금이 차지합니다.
열심히 일해도 처지가 나아지지 않으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커랜드나 카스턴셔로 돌아가고 싶지 않나요?
브랜든:(솔직히 말하자면 가끔은요.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떡하나요, 여기가 고향인데. 이곳이 나의 집인데. 과거를 들여다보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현실을 봐야죠.)
각자 수레 하나씩 끌고 항구로 가자고.
플루토스 무역법이 더 엄격해져서, 소지품 검사를 거쳐야 해. 우리나라 동식물이나 검증 안 된 마법 물품이 있다면 두고 가라!
핀셔:빡빡하구만. 땅콩이나 좀 싸가려고 했더니.
칸:직업도 확실히 말해야 해, 여행자나 모험가는 안 된다. 용병도 통과가 어려울 수 있어. 나, 카르미네, 아스트라펠은 '상인', 나머지 셋은 '경호원'인 거다.
그건 괜찮아. 살아있는 게 금물이란 거다.
발레리아:경호원. 알겠습니다. (묘하게 긴장된다⋯.)
아스트라펠:절 알아보면 어쩌죠? (심각하게 말한다.)
칸:그렇게 걱정되면 얼굴에 마법이라도 걸고 가든가. (대충 대답한다) 준비됐으면 가자!
도착한 항구에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해적과 해군이 또 실랑이를 하는 모양입니다.
까치복:그러니까 저희는 아무 짓도 안 했다니까요....
총사령관 두르가 셜은 배 갑판 위에서 건어물을 씹으며 상황을 망원경으로 관망합니다
까치복:돌아가게만 해 주세요, 예에? 해 교단 쪽으로 간댔거든요, 배 하나만 얻어타서!
"그러라고 해!" 두르가 셜이 대충 손을 휘적거리자 군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고양이 수인을 데려갑니다.
여러분은 검역을 거쳐야 합니다. 해군들이 이곳 공무원 역할도 겸하고 있습니다. 배에 타기 전, 수상한 게 없는지 옷을 덥썩덥썩 뒤져 봅니다...
칸:다~털어 봐라. 아무것도 없습니다, 예예!
검문관:마법의 힘이 느껴집니다. 이 램프는 뭐죠?
칸:그냥 램프예요! 신령이 깃들어 있대서 멜리타르에서 산 건데 난 마법을 쓸 줄도 모른다고요.
사장님이 고난을 겪는 동안 여러분은 꽤 순조롭게 배에 탈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관문에서 묻습니다.
핀셔:경호원이오. 고용주는 여기 셋.(칸칼미펠 가리킴)
카르미네:상인이에요. 나라가 새로워졌으니 장사를 시작하기에도 안성맞춤 아닌가요?
아스트라펠:그, 그럼용~ (흠흠, 고개를 끄덕인다.)
"말을 왜 더듬지? 아무튼, 그래요. 패스! 다음 들어오세요."
모두 배 안쪽 승객실에 들어가 앉습니다. 강화 쾌속선이라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멀미약을 꾹 삼키고, 파도가 출렁이는 소리를 듣다 보면.... 플루토스 도착입니다.
십몇 년 전이었으면 사나흘은 걸렸을 텐데.
칸:밥도 주고, 얼마나 좋냐? 던전용 식량이지만.
대략 5~6시간 정도 걸린 끝에, 해가 뉘엿뉘엿 지는 항구에 다다랐습니다.
항구 주변에는 공장이 상당히 많아서, 규칙적으로 풀무질하고 망치를 두드리고 베틀을 움직이는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려 옵니다.
옛날에 플루토스는 대리석과 금칠한 건물로 가득한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했다던데, 모두 옛말일 뿐입니다.
왕정의 흔적과 문화유산은 대부분 그 가치를 잃었고, 금칠이 벗겨진 거리는 황량한 잿빛으로 가득합니다.
여러분은 커랜드나 카스턴셔에서 '플루토스식 오페라'를 본 적 있나요?
그 또한 플루토스의 화려했던 귀족 문화로, 옛날에는 거리를 지나면 극단 사람들이 항상 오페라 공연 홍보 전단을 돌렸다고 합니다.
강매도 빈번하게 있었고, 유명한 배우들은 귀족 못지않게 명세를 떨치며 부와 명예를 누렸다고 하죠.
지금은 본토에서 오페라를 볼 수 없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사치를 즐기지 못합니다. 대신 소규모 연극만이 간간이 열립니다....
마부에게 종이를 넘긴 칸 사장은 어두워지는 하늘을 가리킵니다.
칸:해가 빨리 지네, 거리가 생각보다...뭐랄까.
칙칙하다?
발레리아:브랜든에게 들은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느낌이군요.
텔리안:커랜드가 훨씬 예쁘구만. 먼지낀 것 같다.
핀셔:일 말고 다른 이유로는 오고 싶지 않은 곳이구만.
아스트라펠:확실히 6시간 멀미하면서 볼 가치가 있는 장경이네요옹.
...우욱.
배보다 이 마차가 더 심하게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돌길은 오랫동안 관리가 덜 된 건지 갈라지고 깨졌습니다.
공장 지대 한복판의, 더 이상 쓰지 않는 폐건물에 마차가 멈춥니다.
지금이 저녁 시간인 건지 공장 지대의 노동자들은 밖으로 나와서 묽은 수프를 받아 마시고 있습니다.
아스트라펠:길에 토해도 돼요...? (텔리안 본다)
펠이 구역질하고 있으면, 옆에서 마님이 등을 팍팍 두들겨 줍니다. 꼴이 말이 아닙니다. 사장님은 마차 뒤에 실었던 거대한 수레를 돌바닥에 질질 끌고 가 폐건물의 문을 두드립니다.
창문은 두꺼운 커튼으로 다 막혀 있고, 문은 굳게 닫혀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평범한 행색이지만 피곤한 얼굴을 한 사람들 몇몇이 얼른 들어오라며 여러분을 집 안으로 들이고는 문을 잠급니다.
다들 오시느라 수고 많았어요. 오늘따라 파도도 심하던데, 힘드셨죠? (웃는다)
핀셔: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내 착각이냐?
칸:칸카르미네 사무소 사장 칸입니다. 물건부터 보시겠습니까?
텔리안:....................?
칸:너희들, 아무한테나 그런 식으로 말하면 인종차별이다.
발레리아:⋯⋯ 여기서 금발은⋯ 흔하니⋯ 까? (갸웃⋯.)
칸:아무리 너희 눈에 플루토스인이 다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도 말이야.
베일리:그 전에... (핀셔, 펠, 카르미네를 본다.)
발레리아:테, 텔리안⋯ 눈 빠지겠어요. (고개 제대로 돌려줌⋯.)
베일리:어머, 정말 아름다운 분들이네요. (활짝 웃는다)
자, 이제 물건이나 볼까요? 당연히 좋은 물건들이겠죠?
칸:예. 저희가 직접 품질 검증까지 다 마치고, 최종 테스트까지 완벽하게 통과한 하자 없는 녀석들입죠. 여기 보시면 이쪽이 머스킷류.
사격 보정이 좀 들어간 것도 있어요. 단가가 더 세지만. 단거리 무기는 대부분 마법 강화가 들어갔고요.
계약금 500닢은 이미 받았으니, 나머지는 지금 주셔야지? 아니면 퀄리티 좀 더 살펴보고 주셔도 되고.
텔리안:그래, 야. 나만 눈 삔거 아니지? 저거 브랜든 아니냐?
발레리아:아니, 왜 그렇게 돼요? (속닥속닥)
텔리안:아니-!!(속닥) 누가봐도 닮았잖아, 저 인상이랑 눈매랑 웃는거 하며...
발레리아:텔리안은 가끔 이상하다니까요, 친척 정도를 생각하는 게 보통 아닙니까?
핀셔:그래. 동일인물이라기엔 체취가 다르단 말이지.
발레리아:텔리안 마음 속 고생의 정의는 대체 뭡니까⋯?
카르미네:뭔 고생을 어떻게 해야 저렇게 된대요.
거기, 당신들.
카르미네:다른 사람이겠죠. 발레리 말대로 친척... 네.
베일리:자꾸 누군가를 말하는데, 혹시 그 사람의 이름이...
브랜든 발레리오 웨스턴. 맞나요?
칸:웨스턴 씨, 아는 사람입니까? 우리 사무소 퇴사한 직원입니다. 좀 됐습니다.
가족이에요. 쌍둥이 남동생.
아스트라펠:우리 사무소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요...? (속닥)
베일리:그 녀석, 어디서 굴러먹고 있나 했더니... 이런 곳에도 일을 했나봐요?
보나마나 여자한테 이상한 수작질이나 했을테죠.
칸:뭐, 가끔 불성실한 면모를 보이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웬만큼 잘 일하다 갔습니다. 저희 사무소에 머문 건 2년 정도였고요.
지금은 뭘 하고 사는지 모르겠군요. 소식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소식은 무슨. 집 나가서는 편지 한 통도 주고받은 적 없어요.
뭐어, 나도 보낼 생각은 없지만.
칸:그렇습니까. 여하튼 신기한 인연입니다. 저희, 돌아가는 배는 이틀 후라 최소한 그동안은 플루토스에 머물 생각입니다.
상품으로 테스트해 보시고 하자가 있으면 연락 주십시오. 저희 숙소는 이쪽입니다.
사장님은 주소가 적힌 종이를 '베일리'에게 주고, 여러분과 함께 무기를 옮기는 것을 돕습니다.
이 건물 안 사람들은 여러분 앞에서 말을 극도로 아끼며, 종종 자기들만의 암호로 대화합니다. 공용어가 맞는지도 모를 이상한 단어 조합이 오갑니다.
"이곳은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다른 문 쪽으로 데려가 드리겠습니다."
지켜보고 있던 몇 명이 문을 막으며 팔짱을 끼고 서서 우리를 내보냅니다.
물건 팔러 온 건데 무슨 도둑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에요.
베일리:(주소를 천천히 읽더니) 그나저나, 여긴 형편없는 곳인데... 괜찮으시다면 제 집에서 머물다 가실래요? (펠, 핀셔, 카르미네에게 묻는다)
아스트라펠:어엄... 어떡하죠? (카르미네를 본다.)
(냉큼;)
핀셔:우리 여기서 더 머물러야 하나? 물건만 넘겨주고 바로 가는 줄 알았는데.
칸:쾌속선은 바다와 바람 신령의 힘을 빌려 가는 거라, 그날 컨디션에 따라 낼 수 있는 최대 속도가 다르다.
오는 배가 얼마나 걸릴지 몰라서 넉넉하게 잡아 놨지.
그러면 신세 지겠습니다. 7명이 머물 만큼 방이 있나요?
베일리:하인이 머물렀던 방, 브랜든이 쓰던 방, 제 방. 이렇게 3곳이 있어요.
하인이 쓰던 방은 창고로 쓰고 있어서 기껏해야 1명정도 쓸 수 있을거고, 브랜든이 쓰던 방은 얼마전에 싹 비워서 3명 정도. 제 방은 저를 포함해서 3명.
칸:그래도 초면인 사람과 방을 같이 쓴다는 게, 불편하지 않으십니까?
베일리:괜찮아요. 평소에도 자주 그런 편이라서. (슬며시 웃는다)
베일리는 겉으로 보기에 나쁜 사람 같지는 않습니다. 이 건물 안에 있는 사람 전체가 그렇죠. 여기는 옛날에 약물을 가공하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긴 테이블이 여럿 있고, 커다란 오크통이 굴러다니는 등 아직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베일리와 같은 방을 쓸 2명, 혼자 잘 1명, 나머지 3명을 정해 봅시다.
텔리안:저사람이랑 같은 방 쓸 사람은 이미 정해진 거 아냐?
베일리는 다른 사람들과 뭔가 할 얘기가 있는지 잠긴 방으로 사라집니다….
난 좀 그렇다. 미인은 환영이지만 생긴 게 하필이면...
칸:근데 난 저 인간이 뭔가 수상쩍어서, 두 명을 굳이 골라야 한다면 최소한 무슨 일 있을 때 자길 지킬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텔리안:마님이랑 펠. 다른사람이 들어가기도 그렇잖아...뭐~? 진짜?
발레리아:그런가요? 으음~ 그러시다면⋯⋯. (긁적.)
아스트라펠:걱정 마세용~ 제가 나름 최고령자 아니겠어요?
텔리안:어어, 그래. 일단 덩치큰 놈들은 흩어지자.
짧은 회의가 끝나면 베일리와 그 동료들이 방에서 우르르 쏟아져나옵니다. 대략 열 명 정도 되네요.
“그럼 오늘은 살펴 들어가고.“ “오케이, 조심해. 호외가 돈다.“ 베일리를 제외한 인원은 폐건물 밖으로 나갑니다.
칸:예, 누가 어디서 잘지 잠깐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가시죠.
타지에서 걱정했는데 재워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실은 저희가 전부 플루토스는 초행길이라서요.
베일리:정말요? 그러면 더 좋겠네요. 기왕 온김에 내일 아침에는 여기저기를 돌아보는 건 어떠신가요?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볼만한 곳도 있답니다.
칸:관광지나 시내는 돌아보려고 했습니다. 특히 마법 공장은 견학할 만할 것 같아서요. 옛 궁정 근처에도 재미있는 게 많다죠?
텔리안:(순 먼지구덩이밖에 없는 것 같던데...하품.)
베일리는 우리를 데리고 플루토스 시내의 한 대저택으로 향합니다. 깜짝 놀랄 만큼 규모가 크고, 빈 방이 몇십 개는 있는 것 같습니다.
시내에는 가로등이 줄줄이 있는데, 각각은 그렇게 밝지 않아서 눈을 게슴츠레 뜬 채로 다녀야 합니다.
저택의 외관은 꽤 낡아 보이는 데다 여기저기 부서져 있습니다. “혁명 이후로 돈이 될 만한 건 다 가져갔거든요, 대리석 조각 같은 것도. 외국 미술품 수집가의 갤러리에 있을지도 모르죠.“
텔리안:그래도 엄청 크네. 이정도면 수백명은 가볍게 묵겠는걸.
커다란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관리가 안 되어 누렇게 말라죽어 있는 정원 식물들이 은은한 등불 아래 눈에 띕니다. 건물과 직접 통하는 안쪽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것은 거대한 초상화입니다. 4인 가족의 그림이네요.
그림 속 브랜든과 베일리는 젖먹이 정도의 아주 어린 나이입니다. 비단과 멋진 플루토스 자수가 박힌 옷을 입고 있네요. 아이들을 안고 있는 사람은, 브랜든을 꼭 닮은 어머니(로 추정)입니다. 옆에는 콧수염을 길게 기른 아버지가 있고요.
참 그림으로 그린 듯한 아름다운 귀족 가족이네요. 다른 부분은 죄다 관리가 잘 안 되어 낡은 티가 나지만, 그 초상화만큼은 반질반질 잘 닦여 있습니다.
텔리안, 핀셔, 발레리아는 몸무게 탓에 발을 딛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바닥이 푹 꺼질 겁니다.
베일리:들어오세요. 제 방과 브랜든의 방은 2층. 하인 방은 1층에 있으니, 쉬고 싶으신 분은 먼저 들어가세요.
텔리안:여기 바닥 너무 물러! 계단 올라가다가 부서지는 거 아냐?
아스트라펠:저는 멀미 때문에 먼저.... (가슴께를 쥐고 말한다.)
카르미네:안내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먼저 들어가볼게요. (펠의 뒤를 따라간다)
칸:저어기, 저거 아냐?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베일리:아, 거긴 저희 집 고양이 화장실인데.
베일리:쓰실 거라면 저쪽을 쓰세요. (반대편을 가리킨다)
핀셔:고양이를 집에서 키운다고? 아무튼 알겠수다.(손 설렁설렁 흔들면서 복도 너머로 사라진다)
고양이 화장실이 있다고는 했지만, 집에 고양이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아까 그림 속에 몸집이 작은 성묘가 한 마리 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브랜든도 나이가 꽤 있으니, 지금까지 살아있기는 어렵겠죠.
베일리에게 ‘선택받은‘ 둘을 제외한 나머지는 하인 방에서 묵기로 합니다. 복도로 가면 방이 열 개는 넘게 줄지어 있습니다. 어디로 들어가라는 걸까요?
문을 열어 보면 대부분의 방은 잡동사니로 가득차 있습니다. 책, 회의록, 아무튼 종이, 종이, 종이. 베일리의 말대로 딱 두 곳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습니다. 얕은 먼지 층만 한 꺼풀 벗겨내면 우리 넷이 잘 만합니다.
칸:인생은 혼자지. 사장은 옆방으로 가마. 잠이나 자라.
텔리안:잘자, 사장님! 어디... (적당한 자리에 풀썩 주저앉는다) 여긴 내자리.
핀셔:이렇게 공간을 놀릴 바엔 집 팔고 이사가는 게 나을 텐데. 무슨 이유라도 있나?
발레리아:(구석 자리로 간다.) 팔고 싶지 않은 게 아날까요?
지친 몸을 뉘이면, 생각보다 오늘 하루 동안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피로가 온몸을 짓누릅니다. 발을 주무릅니다….
풉.
(텔리안 코 막기) 이놈을 혼자 자라고 할걸...
핀셔:그나저나 참 수상한 여자 아니냐? 사병 만들려고 무기 반입하는 놈들이 다 거기서 거기지만.
발레리아:그러게 말입니다. 브랜든이랑 닮긴 했지만⋯ 분위기는 미묘하게 딴판이고.
핀셔:뭔가 꿍꿍이가 있어 보이지? 빨리 발 빼고 카스턴셔로 가고 싶군...
아무튼 나도 자야겠다.(눈 감았는지 아닌지 잘 안 보이는데 아무튼 눕는다)
발레리아:안녕히 주무십시오. (뒤척뒤척) 모쪼록 별 일만 없었으면 좋겠네요⋯. (꾸벅꾸벅)
펠과 카르미네는 위층으로 갑니다. 베일리는 표정이 확 바뀌더니, 목욕물을 준비해 주는 게 좋냐면서 느물거립니다. 거절할 이유는 없으니 호사를 누려도 됩니다.
베일리는 직접 팔뚝을 걷어붙이고 장작을 가져오더니 물을 끓입니다. 집에 하인이 없다 보니, 좋은 옷을 입고 제 손으로 일하는 이의 모습이 꽤 어색합니다.
“준비 다 됐어요, 자. 마음껏 목욕하시고 나와서 시원한 차 한 잔 하세요.“ 욕조는 하나뿐이라, 둘이 가운을 입고 같이 들어가야 합니다. 싱글벙글 웃는 베일리는 욕실에서 나갑니다…
약간 연둣빛이 도는 목욕물에는 흰색 꽃잎이 띄워져 있고, 좋은 냄새가 납니다.
카르미네:(꽃잎을 띄운 물을 손에 담아보다가 다시 기울여 쪼로록 흘립니다) 좋은 곳이네요. 그쵸?
아스트라펠:저도 나중에 세계 제일 가는 음유시인이 되면, 이렇게 떵떵거리고 살 거예요. (수면을 손바닥으로 쳐 물을 튀긴다.)
카르미네:하하, 그래요. (뒤로 기댄다.) 근데 아까 그 사람들, 분위기 이상하지 않았어요?
아스트라펠:오면서 본 사람들이요? 에이, 뭐요. 월급 3달 밀렸을 때 제 표정이랑 똑같은데요?
그나저나 마님 이것 보세요! (가운 앞섬을 푼다.)
칸:어이, 아가씨들, 특별 대우 받고 있었냐?
아스트라펠:제 새로운 수.... 꺄아아아아악!!!
(바가지로 냅다 물을 뿌린다....)
칸은 물벼락을 맞고 뒤로 세 발자국 물러나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습니다.
카르미네:그러게 왜 기척도 없이 들어와? 펠도 놀랐잖아. 그쵸?
칸:난 원래 기척이 없다. 타고나길 킬러인데 어쩌라고? (주섬주섬 옷벗고 터번벗고 입수하려고 한다)
칸:니들한테만 물 데펴 줬다고, 지금 덩치 큰 놈들은 다 벼룩과 빈대가 드글드글한 곳에서 자고 있단 말야.
카르미네:어머, 안쓰러워라. (하나도 안 안쓰럽다는 목소리.)
카르미네:어휴, 정말. 됐어. 우린 나가요, 펠. 저 사람 하게 냅두고.
나도 끼워 줘!
그때 밖에서 누군가 노크하려다가 열린 문을 보고 살짝 말을 건넵니다.
베일리:소란스러우신데,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칸:아뇨, 아무 일도 없어요. 가 보셔도 됩니다.
(칸을 쓱 본다)
...흉터는 내 취향이 아닌데, 이건 꽤...? (중얼)
칸:뭐야? (브랜든이 말하는 것 같아서 불쾌하기만;;)
아스트라펠:아아, 나가요 나가. 둘이 나가라고요! (물 뿌린다.)
칸:에잇, 까칠하긴. (옷 안 입고 나가려고 한다)
아스트라펠:옷은 입어요 제발!! (자신의 가운 앞섬을 부여잡고 칸 본다.)
베일리:(필사적인 표정관리...지만 좋아하는게 티난다... 미친 여미새;;)
칸:실수. (어깨를 으쓱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옷을 대충 주워입는다.) 아가씨들 적당히 하고 자, 내일은 관광해야 하니까.
아스트라펠:됐어요! (수건을 칸의 머리에 던진다.)
카르미네:그럴 거야. 너 때문에 무드 다 깨서 더 할 마음도 안 든다.
베일리:나가시게요? 그럼 제가 대신 몸을 닦아드려도 될까요? (후후...)
카르미네:(수건을 들고 머리를 대충 정리하며 욕조에서 나온다.) 괜찮아요. 피곤해서 이제 그만 쉬러 들어가고 싶네요. 오는 동안 뱃멀미로 꽤 고생했던지라.
베일리:(넋 놓고 바라본다...) 그러신가요? 그러면 먼저 들어가세요. 저도 이참에 씻고 들어갈게요.
베일리는 활짝 웃으며 여러분이 오늘 묵을 방의 위치를 가르쳐 줍니다. 당신들이 자는 방은 침대보 위에 먼지도 없고, 방금 다렸는지 이불이 바삭바삭 따뜻한 상태입니다.
예쁜 촛대 위에 촛불도 켜져 있고, 전반적으로 쾌적하네요.
헌데 옆방에서 종종 중노년 남성의 기침 소리가 들립니다.
모르겠네요.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나머지 블러디헬 중에서는 기침병이 있는 사람도, 저 정도로 나이가 있는 남자도 없습니다.
카르미네:흠… 다른 손님 아닐까요. 신경 쓰여요?
아스트라펠:뭐, 그렇겠죠?! (이불에 털썩 눕기)
잠시 후 베일리가 들어옵니다. 물어봐도 되겠네요.
카르미네:네, 편안하네요. 감사해요. 그런데...
혹시 옆방에 다른 분이 계시나요?
음, 옆방에 아버지가 계세요. 폐가 안좋으신 분이셔서... 양해 좀 드릴게요. (언짢은 표정.)
아스트라펠:(팔꿈치로 카르미네 툭툭 친다. 속닥속닥) 반응이 별론데요?
카르미네:어머, 많이 안 좋으신가요? 어쩌다가.
베일리:글쎄요. 어느 날부터 저렇게 기침을 하시더라고요.
그건 그렇고, 다들 성함이? 통성명을 못한 것같아서요.
카르미네:카르미네예요. 이쪽은 아스트라펠이고요. (펠이 누워 있는 옆자리에 앉는다.)
아스트라펠:반가워용, (위를 보며 새침하게 말한다.)
베일리:카르미네와 아스트라펠... 정말 예쁜 이름이네요. (웃는다)
저는 베일리 발레리아 웨스턴. 편하게 이름으로... 베일리라고 부르세요.
하하호호 웃다 보면 밤이 깊습니다. 뱃멀미에, 마차 멀미에, 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칸의 말처럼 금방 잠에 듭니다.
베일리와 이야기하며 든 생각은, +혜 굴려서 그의 인간상을 파악해 볼까요?
그는 그냥 예쁜 여자면 사족을 못 쓰기도 하지만, 아까 폐건물에서부터 쭉 뭔가를 숨기느라 더 여러분에게 치대고 과하게 잘해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선 긋는 실력이 훌륭한 사람입니다. 그는 여러분이 모두 잠들고 난 후에야 비로소 잠에 듭니다….
낯선 곳에서도 란의 쟁반이 하늘을 한 바퀴 굴러가 지고, 보랏빛 새벽이 찾아오고 나면, 다시 아침입니다.
어니스트가 쟁반을 내리쳐 깨우는 듯한 환청이 들리지만…
이번에는 아닙니다. 다들 반사적으로 일어났네요. 생활 패턴이란.
창고를 보던 베일리는 턱을 짚고 뭔가를 고민하더니 여러분에게 한 가지를 부탁합니다.
일곱 분이나 식사를 대접하기에 식료품이 부족하니, 시내에서 먹을 것을 사 와 달라고 하네요. 구경하는 겸 나가 볼 수 있겠습니다.
베일리:가급적이면 두고 가세요. 수상한 사람으로 의심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텔리안:어어? 그치만...(벅벅) 경호원이어도 안돼?
요즘은 ‘시기가 시기‘라서, 길거리에서 무장하고 다니면 공권력의 의심을 사기 쉽다고 합니다.
베일리:어제는 사람이 잘 지나가지 않는 시간대라 괜찮았겠지만, 이 근처는 아침이 되면 유동인구가 많아져서 위험해요.
베일리:불심검사가 없어야 할텐데. 행운을 빌게요.
발레리아:식료품 사러 다녀오는 정도면 큰일은 안 생기겠죠. 전 두고 갈게요.
무거운 대검과 레이피어를 벽에 세워 둔 채로 시내로 갑니다. 몸이 한층 가벼워진 듯한 기분이 듭니다. 진정한 칼잡이는 잘 때도 손에서 칼을 놓지 않는다던데, 여러분도 그런가요?
아침의 플루토스 시내에서는 새 우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부산스럽게 출근하거나 장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 것은 치즈, 빵, 과일 약간입니다.
유제품 가게로 들어가면, 냄새가 독특한 치즈가 줄지어 진열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가게 한쪽에서는 완장을 찬 군인이 가게 주인에게 다그치고 있네요.
“정말 모르는 거 맞아? 거짓말했다간 훨씬 더 무거운 벌을 받게 될 거다.“
“각하께서 이번에 쥐새끼들을 한 마리도 빠짐없이 숙청할 계획을 세우고 계신다. 더 이상은 본보기가 아니야.“
“살려만 주세요, 그러니까 저는 아무것도…. 우리 아들은 커랜드로 유학 간 뒤로 일 년에 몇 번 편지만 보내요.“
치즈를 골라서 카운터로 왔지만, 여전히 주인과 군인은 실랑이 중입니다.
텔리안:(킁킁) 이거 신선한거 맞나. 냄새가 꾸리꾸리해.
칸:치즈는 신선한 게 없어. 다 발효식품이니까.
근데 저거, 끝날 기미가 안 보이네.
텔리안:어?! 그치만 상한 치즈 먹고 배탈난 적 있는데!
아스트라펠:무슨 상황인 것 같아요? (멀찍이서 실랑이를 본다.)
텔리안:몰라. 초록색 곰팡이 생긴거? (카운터에 치즈를 우르르 쏟는다)
(얌전히 실랑이가 끝날때까지 기다린다...)
(가만히...)
(....)
저기, 주문 먼저 해주고 마저 하면 안될까?
“지금 중요한 안건이 있는 거 안 보이나? 쳇, 수인이 떼거지로…“
군인은 뒤로 비켜 주지만, 영 호의적인 자세는 아닙니다. 여러분은 동전과 치즈를 바꿔 옵니다. 가게에서 나왔습니다.
칸:다음은 뭐냐면…. (장보기 목록을 펼쳐 본다.) 빵이다. 여러 개 사야 해.
핀셔:나라는 바뀌어도 사람은 안 바뀌는구만?(낄낄)
있을수록 구린내 나는 곳이야. 빨리 살 거 다 사고 뜨자고.
칸:이러니 이민자를 어떻게 받아. 돈 굴릴 줄 모르는 것들이라니까.
텔리안:치즈 냄새랑 분간이 안간다. (털레털레)
다음에 들어가는 곳은 베이커리입니다. 갓 구운 빵 냄새가 문전에서부터 확 풍겨옵니다.
들어가자마자 한 남자가 상사에게 엄청나게 혼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당장…“
텔리안:(못 참고 갓 나온 바게트의 귀퉁이를 문다..)
(와삭.와삭.)
핀셔:(진열대 구경)빵에 소시지를 넣는다고? 호화스럽구만.
텔리안:(한입 더 먹는다.) 어째 나라 분위기가 흉흉하다.
카스턴셔 바닷가가 그리워. 거기 물고기는 살도 많고...
발레리아:돌아가면 어니스트에게 다 같이 아부 좀 떨어보죠.
핀셔:그러게 말이다. 통통한 랍스터 먹은 게 몇 달 전 일 같다.
칸:근데 플루토스 사람들은 정말 다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냐?
핀셔:그나저나 플루토스 놈들이 다 똑같이 생기긴 했나 보다. 저기 봐.
그래, 내 말이!
칸:이것도 인종차별이겠지? 이런 말 하면 안 돼.
육촌? 칠촌?
발레리아:어째, 온 나라가 브랜든인 것 같은 느낌⋯. (머리 꾹꾹)
칸:여기, 몇 세대 전까지도 근친혼을 많이 해서 가문 안에서도 족보 꼬이는 경우가 많다고 했어… (소곤소곤 귓속말.)
핀셔:이복동생 같은 거 아니겠냐. 귀족들은 그런 거 많다던데.
브랜든:... (말없이 노려보고 있다. 쟤들이 왜 여기있어?)
텔리안:진짜 브랜든같은데? (껄껄 웃으며 바게트 마저 털어먹는다)
칸:에잇, 거 먹지 말래도. (바게트 값 먼저 주인에게 쥐여준다.)
텔리안:하나 먹었다고 하면 돼...사장님 최고. (우물)
주인은 직원 청년을 혼내다 말고 동전을 받으며 허허 웃습니다.
브랜든:...어서오세요,
손님. (마지막 단어에 힘줘서 말한다.)
텔리안:(입가 빵가루 슥슥) 야. 너 진짜 브랜든이냐?
브랜든 어려운 이름이요?
브랜든:...알면 빨리 가지? 나 방금 혼난거 안보이냐? (속닥)
핀셔:브랜든 뭐시기가 빵집에서 일한다고? 야, 출세했다.
텔리안:푸핫, 으하하!! 이새끼 진짜네? 야, 너 빵집 취직했냐?
핀셔:고향에서 일하니 일할 맛 나겠어? 푸하하!!
발레리아:지, 진짜였다고요? 우와⋯. 이런 우연이.
칸:웬일로 본국으로 돌아온 건지 모르겠군. 여기선 취급 못 받아서 외국으로 간 거 아니었나?
너희 누날 만났다. 내놓은 자식이라더만.
브랜든:(잠깐 베이커리 주인이 어디 있는지 살핍니다.)
당신과 손님의 친분엔 별 관심이 없나 봅니다.
브랜든:...그 사이에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몰라도, 누나가 왜 그쪽 사무소랑 만나죠?
뭐 여자라도 찾아달라는 의뢰라도?
칸:고객이야. 자세한 건 네가 알 바 없고, 기밀이거든.
누나랑 연락도 안 한다면서. (빵 고르느라 브랜든 얼굴도 안 본다)
여기 와서 사는 건 누나가 알고 있냐?
텔리안:소세지다. (텁) ...감자다. (텁텁)
먹지마. 돈 내고 먹어.
텔리안:(팔에 하나씩 끼워들고있다) 안 먹는다. 누굴 무전취식범으로 아나.
손님한테 태도가 너무 불량한데. 너 그러다 또 잘린다?
브랜든:... 못하는 말이 없어. (투덜투덜)
나 바쁘니까 얼른 사고 나가.
발레리아:(아이고~) 오랜만의 재회인데도 변함이 없네요.
다들 원래 이런 거 알잖아요. 잘 지냈죠?
브랜든:이거 봐. 블랙 기업 나가고도 멀쩡히 일 하고 있잖아?
빵 함부로 찌르지 마라 (어금니꽉)
플루토스는 미식의 나라. 분명 무슨 빵이든 맛있을 겁니다. 사장님은 비명을 지르며 텔리안이 찌른 빵을 죄다 계산합니다…
카르미네:적당히 해요, 텔리안. (등 툭툭...)
텔리안:(꼬르륵 소리가 심상찮다. 원래 공복엔 시장을 보면 안되는 것...)
“브랜든, 외국인 손님들이랑도 인맥이 있나 보네?“ 당신의 친구인 메이드 출신 직원이 빵을 진열하다가 조금 웃습니다.
브랜든:아, 누나. 응, 뭐... 어쩌다보니. 아하하... (어색하게 웃는다)
“그럼 그만 떠들고 일이나 하지? 너 때문에 ‘어쩌다 보니‘ 손님들 다 나가겠다.“
(입모양으로 '빨 리 나 가'라고 한다.)
브랜든을 별로 좋게만 보진 않는 모양입니다. 그렇겠죠, 자기가 모시던 도련님이 일을 개발새발 하고 있으면 누구나 그럴 겁니다.
칸:안부 확인하러 와 줬더니만 손님 쫓아내기만 하고. 그래, 알았다. 소원대로 나가 주마.
직원 교육 좀 더 시켜요!
칸은 여러분이 수북하게 들고 있는 빵을 전부 계산해 주고 빵집에서 나옵니다. 브랜든은 어떻게 하나요?
칸:뭐야? 바가지잖아? 플루토스에서 아무리 진수성찬을 먹어도 20닢 안 넘던데.
장사 이따위로 하실 건가?
브랜든:가격 책정은 제가 아니라 사장님이 하신 거라서요.
제 말은 칸 씨가 아니라, 저쪽 사장님. (빵집 주인)
카르미네:어머, 그래서 사장님 불러서 따져라?
그런 뜻인가요. 알바생?
사장님은 여전히 구석에서 빵을 썰고 있습니다…. 빵집이 워낙 넓어 여기서 말하는 건 잘 들리지도 않습니다.
... 사장님이랑 잠깐 얘기 좀 하고 올게요. (결국 얼굴에 넘어갔다!)
카르미네:저렇게 일을 해서 어떻게 여태껏 버텼지?
아스트라펠:집에서 새던 바가지가 밖에서 안 새지는 않는 법...
... (월급에서 깎였다)
이런 식으로 여태껏 버텼나 보죠. “브랜든 씨, 한 번만 더 지침 어기면 정말 해고입니다. 조심 좀 해요.“ 따끔하게 사장이 한마디하고는 마저 빵을 썹니다.
칸:고마워요, 브랜든 씨? 이제 우리 정말 갈 건데, 할 말 없나요?
(언짢은 표정으로 배웅한다)
아스트라펠:와, 저 새끼 정도 없는 것 봐요. 야!
발레리아:만나서 즐거웠단 말도 못 합니까? 하여튼.
텔리안:가자. 가서 밥이나 먹자. 진짜 배고파~
카르미네:뭐 반갑지도 않은 것 같은데, 그냥 가죠. 텔리안이 여기 있는 빵 다 집어 삼키기 전에.
모두 빵을 손에 든 채로 베일리의 저택으로 돌아갑니다. 가는 길에 사장님이 베일리가 부탁했던 과일도 바구니 가득 채워 삽니다.
칸:플루토스는 포도랑 올리브가 유명한 것 알지? 잔뜩 먹고 가자고.
적막만이 감돕니다. 사장님이 노크를 해 보지만, 문은 그냥 열려 있습니다.
카르미네:아무도 없나요? (소리 높여 말해봄)
천장이 높아 목소리가 메아리치기만 하고, 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사온 식료품을 내려놓으면 양손만 가벼워집니다.
집에 여섯 명만 남겨진 채 의문을 표하고 있으면….
군인 대여섯 명이 들이닥쳐 블러디 헬에게 플루토스식 장총을 겨눕니다. “꼼짝 마라, 손 들어! 불심 검문이다! 웨스턴 가가 반동 분자라는 증거는 모두 수집했다!“
…이게 무슨 기막힌 타이밍이죠? 블러디 헬! 우린 그냥 식객일 뿐이라고요!
다음 세션에서 마저 봅시다. 수고하셨습니다. 경험치 정산 하세요!
감옥체험!!
블러디헬!!
배도 고픈데...
핀셔:
발동 조건:너무 곤란한 상황에 빠져서 벗어날 길이 필요하면
굴림:17
효과:바로 탈출합니다.
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브랜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줘려살
브랜든잡아가
ㅇㅈㄹ
진짜이거밖에없다니
넵
모험?아니고 일함+1
어
랜든이 렙업함
뭐했다고?
[독점]빵만 구웠는데 레벨업
ㅋ
ㅋ
ㅋ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따
내말이
블헬언제함
2025. 1. 6.
브랜든이 없는 동안 그의 존재도 까마득해질 만큼 바쁘게 지내던 우리,
플루토스의 한 금발 여성에게서 의뢰를 받아 카스턴셔에서 플루토스까지 긴 항해를 했습니다.
이상할 만큼 친절하지만 수상한 그는 밤이 늦었으니 자고 가라며 우리를 그의 저택 빈 방에 재워 줍니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위한 재료를 사서 집에 돌아오자...
꼼짝 마라, 손 들어! 불심 검문이다! 웨스턴 가가 반동 분자라는 증거는 모두 수집했다!
외국에서 옥살이하긴 싫죠? 그 무시무시한 로마노 체제에선 끌려갔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릅니다. 어쩌면 다시는 지하감옥 고문실 밖으로 못 나갈지도....
이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해 봅시다. 누구든 자신있는 판정으로 운을 떼시길.
단단히 오해하고 있습니다. 베일리와 살바토레 씨는 잠시 자리를 비운 모양이고, 이 집엔 우리밖에 없나 봐요.
텔리안:
발동 조건:상황이나 사람을 세심히 살펴 보면 +혜 판정을 합니다. 상황 파악으로 얻은 대답에 의지해서 행동하면 다음 판정에 +1을 받습니다.
• 여기서 최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하고 있는가?
• 무엇을 주의해서 봐야 하는가?
• 여기서 나에게 유용하거나 값진 것은 무엇인가?
• 이 상황은 누가 장악하고 있는가?
• 여기서 겉보기와 다른 것은 무엇인가?
굴림:8
효과:다음 목록에서 하나 골라 마스터에게 질문하십시오.
(잊어버린 사람들을 위해: 살바토레 씨란? 이 집 골방에서 기침 소리를 내던, 남매의 아버지십니다)
텔리안:(여기서 최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왜 아무도 없지?)
군인들은 웨스턴 가문이 '반란 분자'라고 합니다.
두 가지 가정을 해 봅시다. 반란 분자가 아니라 영문 모를 사람이라면, 잠시 우리가 장 보러 다녀온 새에 이렇게 증발하듯 사라지진 않았을 겁니다....
여기서 우리와 함께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겠죠.
베일리 씨가 정말로 반란 분자라면, 군인들이 온다는 소식을, 어쩌면 땅이 울리는 그 작은 진동만 듣고도 금방 숨었을 겁니다.
하지만 빠르게 숨느라 우리에게 연락하진 못했습니다.
우리는 베일리와 무관함을 주장할 수도 있고, 우리 누명을 벗기 위해 베일리가 반란 분자라고 아예 몰아갈 수도 있고,
뭐, 주먹을 쓸 수도 있겠죠. (제정신이면 이러진 않을 것 같네요)
텔리안:이봐. 우린 웨스턴이 아냐. 심부름꾼이라고. (빵봉지를 머리 위로 들어올린다) 이거 봐!
하지만 전부 완벽히 통하진 않을 겁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반란 분자에게 무기를 공급한 셈이니까요.
거짓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볼까요? 텔리안, 매력 판정.
나 배고파!!
"심부름꾼? 웨스턴에게 고용된 인물이란 건가?"
"그렇다고 해도 함께 가 줘야겠어. 단순히 찬거리를 사오는 것만 시켰을지, 아니면 다른 '중요한' 일도 맡겼을지 어떻게 아나?"
군인들은 모자를 각 맞춰 고쳐 쓰고 여러분의 팔을 잡습니다.
(혼자 튈까?)
"혐의가 없으면 금방 놔줄 테지만, 그래도 웨스턴 가에 대한 증언을 해 줘야 한다."
순순히 끌려갈 건가요? 카리스마, 민첩 등 뭐든 판정해 보세요.
사장님은 이 상황에 입을 꾹 다물고 있습니다. 가서 웨스턴에 대한 증언을 할 생각인 모양입니다.
(입모양으로 말한다.)
칸:알고 대준 건 아니야. 여기 오기 전 계약서에는 분명 플루토스 무기공학 연구와 대학간 교류를 위한 샘플 제공이라고 적혀 있었어.
그걸 증거로 내고, 잘 안 풀리면....
...
텔리안:우린 외국인이다! 여기 와서 부순것도 없는데 체포한다고?(쩌렁쩌렁)
발레리아:(번뜩) 마, 맞습니다! 사실상 신세진 건 하루 뿐인데다 달리 증언할 거리도 없어요!
"바토레, 이레네, 알레시오! 가만 있지 말고 가서 2층을 뒤져. 먼지나게 털어라."
"그렇다면 묻지, 웨스턴 가의 자제들이나 살바토레 웨스턴과 함께하면서 특별히 이상한 점이 있었나?"
"식객이라고? 여기 묵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할 거야."
아스트라펠:특별히 이상한 점은... 그, 그 여자가...!
제가 씻을 때 목욕탕에 처들어와서 성희롱하려고 했어요!!!!
발동 조건:누군가와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 때, 그 캐릭터의 플레이어(NPC인 경우 마스터)에게 다음의 목록에서 한 가지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세부 사항:상대는 사실대로 대답을 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면 상대도 이쪽에게 다음 목록에서 하나의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이쪽도 역시 사실대로 대답해야 합니다:
•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 당신은 내가 무엇을 했으면 좋겠는가?
• 당신이 _________를 하게 하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당신의 지금 진짜 기분은 어떠한가?
•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풀, 풀어주세요! 저랑 마님도 피해자예요!
죄목을 잘못 알고 찾아오신 거 아니에요...?
저희 풀려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카르미네:어머, 세상에. 그걸 그렇게 크게 말하면 어떡해요...!
아스트라펠:응큼한 눈으로
씻겨 드릴까요?라고 했다니까요!? (목소리를 따라한다.)
"그런 작자일 줄은 정말 몰랐군. 외국인인데도 말이야. 어이, 이레네! 그쪽에 뭐 있나?"
"2층 개인실, 이상 무!" "침실 이상 무!"
"상병님, 숨소리도 안 들립니다. 이 집에 없는 거 아닙니까?"
"배 타고 올 때 받은 확인증과 신분증을 제시해."
칸은 주섬주섬 품에서 도장 찍힌 구겨진 종이를 꺼내 굽신거리며 냅니다.
'상병'이라 불린 군인은 유심히 종이를 보더니 말아서 다시 칸에게 줍니다. "그런 일을 당했다니 플루토스인으로서 사죄하지. 보통 망나니가 아니라서 말이야."
"그 작자를 오랫동안 추적했는데, 찾을 때마다 본거지가 바뀌었어. 서에 가서 좀 더 자세히 증언하면, 그를 처벌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외국인들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적이자 반드시 잡아다 숙청해야 하는 희대의 범죄자다."
텔리안:흥.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설명을 했어야지.
그는 외국인 신분증을 확인한 뒤로부터 갑자기 말투와 표정이 유순해졌습니다. 칸이 서류로 무기를 납품한 것이 학문적 가치를 위함임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웃으며 다시 묻습니다. "이 품목들, 어디에 납품했는지 기억하나? 데리고 가줄 수 있을까?"
칸:공장 지대였던 것만 기억합니다. 폐건물 중 하나였는데, 그런 곳에서 무기 개발을 많이 한다고 설명해 주어서 별로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칸이 폐건물 주소를 건네자 군인은 방긋 웃습니다. "우리 서로 오면 차 한 잔 대접해 주겠네. 카스턴셔인들은 향신료를 좋아한다지?"
"얘기도 나누고, 금방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게..."
핀셔:난 남의 나라 공공기관은 딱 질색이야. 그게 플루토스면 더더욱!
핀셔:굳이 따라가고 싶으면 여기서 잠깐 헤어지자고. 잘 안 풀리면 몰래 지하감옥으로 내려가서 문이라도 따 주지...
텔리안:잠깐, 야! 튈 생각 아니지? 우리도 수상해진다고!
발레리아:오래 얘기하면 할수록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죠. 솔직히 저도 그닥 내키지 않습니다⋯.
아스트라펠:브랜디? 브로드? 걔랑 관련 있는 거 아녜요?
똑같이 생겼던데....
핀셔:브랜든 위치를 부는 건 어때. 딱 보니까 같은 성씨들 다 잡아가려는 것 같던데...
텔리안:왜 아냐고 추궁하면? 같이 일했다고 할건가?
발레리아:불면 괜히 더 수상하게 여길 거예요.
텔리안:야, 국가문제랑은 얽히는거 아냐. 내가 오죽하면 이러겠냐.
개죽음 당하고싶어?
카르미네:저, 따로 떨어트려놓진 않으실거죠? 혼자 있으면 무서워서요. 동료들이랑 같이 있고 싶은데…
아스트라펠:둘째, 바보인 척을 해서 도움은 쥐뿔도 안되고 홍차만 아깝단 생각이 들게 만든다.
셋째, 아무것도 모르니까 아무것도 말 안하고 풀려난다~
발레리아:조금이라도 말실수하면 큰일 나겠네요.
"아니, 잘못하신 것도 없는데 왜 그러겠어. 7명 같이 조사받을 거다."
아스트라펠:지금부터 본인 머리 한 대씩 쥐어 박으세요.
(헙)
아스트라펠:카스턴셔의 한 폐쇄적인 마을에서 와서, 공용어를 잘 못하는 컨셉은 어떨까요?
카르미네:어머, 정말 다행이에요. 어쩜 이리 친절하실까… (뒤돌아서 동료들을 본다...)
가서 무슨 일 생기면 제 팔 잡아요...
아스트라펠:통역 물약 먹어서 그런 거라고 하죠?
하아, 정말. 바보인 척 안해도 될 것 같아요.
가자, 부하들아.
군인들이 여러분을 연행해 갑니다. 칙칙한 관공서는 벽에 금이 가 있고 거미줄도 쳐져 있습니다. 사정이 그리 좋진 않아 보입니다.
....한 잔이 테이블 위에 올라갑니다. 우린 소파 같은 긴 의자에 주르륵 앉았습니다. 그래도 외국인이라고 나름 대우해 주는 모양입니다.
"우리가 그리 사정이 좋진 못해서. 자, 드시고."
"그러면 한번 들어볼까? 여러분은 베일리 웨스턴과만 접촉했던 것 맞나? 살바토레 웨스턴에게선 이상한 조짐 없었고?"
아스트라펠:이게 바로 맥시멀리즘, 아니 미니멀? 맥시멈? 앗, 뭐라고요?
"살바토레 웨스턴. 금발에 콧수염, 키가 큰 50대 남성. 정말 본 적 없어? 그 집에 머물면서?"
특별 이벤트. 지금부터는 매력이 낮아야 성공합니다.
매력 실패하면 군인이 여러분을 풀어줍니다. 자신없는 사람부터 판정합니다.
텔리안:몰라. 일일히 사람얼굴 외울만큼 머물지도 않았다고.
"그래. 그럼 하나 더 묻자. 베일리 웨스턴이 뭔가 숨기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나?"
"성희롱 건은 우리가 확실하게 처벌하도록 하지. 나라에 요청하면 배상금을 받을 수도 있을 거야. 그를 체포해야 가능하겠지만."
(고개를 도리도리 젓더니 현란하게 손짓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외국 수어 같다. 평생 이런 걸 하면서 살아온 듯한 손놀림이다...)
절 음흉한 눈으로 봤던 걸 제외하면 전혀 없었어요. 특히 꼬리를 엄청나게 쳐다보던데... 원래 플루토스인들이 다 그런가요?
"이것 참.... 미안하다는 말밖에 드릴 수가 없군...."
"그래. 수고 많이들 해 주셨다. 이제 그만 가 봐도 좋아."
"아, 이 책을 빌려가. 내국인이 외국인에게 경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외국인이 신청할 수 있는 구제 절차야. "
식은 홍차를 뒤로하고 관공서에서 나갑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 이제 어쩌죠?
웨스턴 저택에 짐을 다 두고 왔기 때문에 웬만하면 다시 그 저주받은 저택으로 가야 합니다.
텔리안:뭘, 먹을것도 거기 다 두고왔다. 한번 더 가자고.
발레리아:또 아까같은 상황이 벌어지진 않겠죠? (씁.)
아스트라펠:설마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던데.
텔리안:방금 풀려났잖아. 또 잡아가려고 하진 않겠지!
돌길은 울퉁불퉁하고, 거리는 한산합니다. 돌아간 저택은 한층 더 음산해 보입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닥에 네모난 구멍이 나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베일리와 살바토레 씨가 늦은 아침을 먹고 있네요.
⋯⋯?
...?
우리가 얼마나 개고생하는지 다 들으셨겠네?
그런데 코빼기도 안 내비치고 밥이나 먹어?
베일리:크흠... 아까 있던 일은 죄송했어요.
칸:이보세요, 이렇게 위험한 의뢰 다신 안 할 겁니다. 지금 우리 물건 사용처 속인 거 맞죠? 대학에서 일한다면서?
베일리:저희도 도망치는데 급급해서 미처 여러분을 생각하지도 못했네요.
이쪽에 앉으세요. 출출하실텐데, 어서 드세요.
칸:지금 당신들뿐만 아니라 우리까지 휘말리게 생겼잖아요. 제대로 사과하세요.
핀셔:그래. 이런 곳에 더 있고 싶지도 않다.
핀셔:카스턴셔로 가는 제일 빠른 배편이 뭐지?
칸:당일 예매는 부르는 게 값이지만, 얼른 나갈 수만 있다면....
이것까지 꺼낼 생각은 없었는데...
사죄비를 드리도록 하죠. 귀금속, 돈, 금은보화... 이런게 필요하시진 않으신지?
속물....
베일리:저희 쪽에 옛 왕실 유모 출신이 있어요. 왕족들 목이 날아가기 전에 닥치는대로 꿍친 것들이 조금 있는데...
어떠신가요?
칸:플루토스 왕실의 금은보화는 수준급이다. 북부에 사파이어 광산과 에메랄드 광산이 있어서 전세계로 수출되고 있지. 지금 받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는 없는 거야. 경매로돈더미에앉고싶지않나?
칸은 말이 빨라집니다. 결단의 시간입니다. (여러분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베일리:어제 만난 폐건물에 있어요. 가봤자 여러분은 못찾으실테니, 제가 따라가도록 하죠.
칸:가는김에겸사겸사무기잘작동하는지도마지막으로한번씩봐드리죠그럼!
베일리:역시 말이 잘 통하시는 분은 마음에 든다니까요.
칸:(휙 뒤돌아 말한다.) 목숨 건 임무가 처음은 아니지?
발레리아:⋯ 저 눈빛인 사장님은 못 말리죠⋯? (속닥)
핀셔:나보다 돈 밝히는 사람은 저놈 말곤 없을 거다.
아스트라펠:놓치면 안되는 정말 중요한 게 있어요.
사장님 짱~! (하이파이브~!)
칸:제일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가라, 성실한 직원들아! 지금 당장 가자!
베일리:여러분 모두에게 드릴 양은 충분하니 걱정마세요.
핀셔:그래, 난 금이 좋다. 왕창 녹여 가야겠어.
발레리아:지금 저만 무서워요? 저만 무섭냐구요. (따라감)
텔리안:어쩌겠냐. 까라면 까야지.(꼬리 살랑)
블러디간이배밖으로튀어나온헬은 다시 한 번 마차를 탑니다. 살바토레 씨의 거친 기침 소리가 우리를 배웅합니다. 그는 이 빠진 접시를 닦고, 삐걱거리는 계단을 올라갑니다.
군인들이 뒤져서인지, 마지막으로 본 집안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었습니다. 한참 돌길 위를 굴러 도착한 곳은 어제 그 공장 지대입니다.
어제는 분명 갈색 지붕이었는데, 오늘은 그 옆옆옆 건물입니다.
칸:이러니 거처를 못 찾지. 이 지대를 전부 점령했구만?
자, 웨스턴 씨. 문 열어 주시죠.
베일리:잠시 멀리 떨어져주세요. 암호를 대야해서요.
아스트라펠:으흐흐, 저에게도 드디어 보석 반지, 보석 목걸이, 보석 티아라가....(멀찍이 서서 음흉하게 웃기)
핀셔:좋~댄다. (그러는 지도 히죽히죽...)
아스트라펠:이것만 받으면 평생 일 안해도 될 걸요 하하하하. 다들 받은 걸로 뭐하고 싶어요? (흐흐...)
텔리안:배부터 타고싶은데. (영 못마땅하다는듯 발을 탁탁 구른다)
발레리아:전 아까 같은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구요, 정말. (한숨.)
칸:플루토스에서 나가는 배는 그리 많지 않다. 오늘은 안식일이라 끝나 버렸고, 내일은 국가 공휴일이라 아마 많아야 한두 척일걸?
텔리안:이틀후에 온다던 배는? 결국 내일까진 기다려야하는건가.
아스트라펠:뭐 어쩔 수 없죠. 금 만지고 놀면 하루 금방 갈걸요?
텔리안:그거야 뭐...(쩝) 까봐야 아는거고.
아스트라펠:그나저나 우리한테 다른 일을 시키려는 건 아니겠죠?
베일리:거기서 뭘 떠들고 계시는 건가요? 들어오세요.
텔리안:난 니가 나보다 멍청해진 줄 알았다. 가자고.
칸:이봐, 베일리 씨. 난 감정을 할 줄 알아. 가짜를 내놨다간 보복할 거야.
핀셔:거 잡담도 못 하나.(순순히 따라간다...)
덜컥, 문이 열립니다. 쥐 죽은 듯 고요하고, 안쪽은 어두컴컴하지만....
조금 더 걸어가면 문이 하나 나옵니다. 그 아래로 빛과 소음이 새어나옵니다.
"아, 그러니까! 그거 아니라니까, 영감탱이!"
파올로:당장 내일이 작전일인데 이렇게 분열해서야!
토마소:하루라도 안 싸운 날이 있긴 했나요....
파올로:웨스턴. 한 명이 아니군. 뒤는 누구지?
우리 무기를 공급해준 귀인들.
그런데... 일이 좀 꼬였어.
코린나 씨, 비상금 있지? 그거 좀 나눠드려.
코린나:뭐? 우리 마지막 자금이야. 쪼개고 쪼개서 그것만 남은 거야. 그걸 또 나누라고? 미쳤어?
아니, 애초에 네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해서 믿었더니, 설마 이분들....
아무것도 모르고 오신 건 아니겠지? 왕당파에 감복해서 도우러 오셨다면서?
너, 아르크의 벗에 대고 거짓말했나?
베일리:아니, 그게... 좀 부탁해~. 나 때문에 끌려갔다 오시기까지 했다고.
코린나:끌려가? 이 자식이, 외국인은 끌어들이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어! 그러면 나중에 왕권을 되찾아도 외세에 휘둘리게 된다고! 옆 나라 못 봐서 그래? 네가, 미쳤구나, 미쳤어!
아스트라펠:(텔리안 손 툭툭 친다. 도리도리.)
토마소:너무 그러지 마요.... 우리나라에서는 무슨 수로 몰래 무기를 충당한다고.... 누나는 할 만큼 했을 걸요....
파올로:물건은 확인했다. 품질만 어긋남 없으면 될 일이다.
코린나여, 어서 금고를 꺼내시오. 보아하니 입막음이 필요한 모양인데.
베일리:토마소... 파올로 씨... (감동해 우는 시늉)
베일리:그러게 누가 꿍쳐놓은 비상금을 들키래?
화상 흉터가 있는 중년 여성이 담배를 태우며 뒤쪽 서재로 갑니다. 여러분은 낙동강 오리알처럼 가만히 서 있습니다.
토마소:저어,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사실 자금이 그렇게 남아나지는 않아서 많이는 못 드려요....
의뢰비만으로 늘 간당간당해서....
베일리:좀 있다고 했지, 많이 있다고는 안했잖아요.
카르미네:아직 말장난 하실 처지는 남아있으신가봐요?
베일리:에이, 그럴리가요~ 아까 보셨죠? 저희끼리도 말 안맞는 거.
토마소:베일리가 의뢰금은 넉넉히 드렸을 텐데요.... 그걸로는 부족하셨을까요?
아스트라펠:넉넉하고 말고가 문제예요?! 저흰 남의 나라 경찰서까지 갔다왔다고요!!
토마소: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대신 돈보다 값진 걸 드릴 수 있는데.... 혹시 관심있으시다면....
이 소년은 기껏해야 스무 살 정도로 보이는데, 발음이 귀족적이고 잘 배운 티가 납니다. 그런데 손은 굉장히 거칠게 굳은살이 박혀 있습니다.
토마소:혹시 저희가 뭐 하는 사람들인지는 들으셨나요? 베일리 씨나, 다른 분들에게서....
핀셔:나도 동의한다. 세상엔 몰라도 되는 게 많아.
발레리아:애초에 군인들은 베일리 씨를 잡으려 혈안이 되어있는 눈치던데요.
아스트라펠:우린 떨거지 놈들이라서 귀족적인 사람들 싫어해용.
코린나 씨, 아직 멀었어? (자리를 뜬다)
토마소: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고, 왜 쫓기는지 알아야 변명도 잘 할 수 있는 겁니다.... 로마노 정권은 외교 문제에 큰 신경을 기울이지 않고 반란 분자 잡기에만 혈안입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아 풀려났지만, 다른 외국인들은 내통 혐의로 끌려간 일이 다반사예요. 만약 며칠 더 머무르신다면 행동 강령을 반드시 알아야만 합니다.
저는 플루토스에서 정보상을 하는 토마소 데 제노바라고 하는데, 앞으로 이 나라가 어떻게 바뀔지 대략적으로라도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 플루토스는 너무 폐쇄적인 곳이어서 외국에 소식이 쉽사리 전해지지 않아요....
하지만....
제가 알려드리는 은행 몇 개에 소액이라도 넣어 두시면, 장기적이겠지만 십 년쯤 후에는....
아까까지만 해도 의기소침해 있던 소년은 방자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서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고 돈 모양을 만듭니다.
토마소:이건 자국민들도 잘 몰라요. 사는 데 혈안이라서.
아스트라펠:그러니까 요지는 은행에 돈 넣으란 거죠?
토마소:그러니까 수년 내로 금리가 왜 오르냐면....
은행은 돈 넣고 빼는곳이지.
핀셔:난 은행 못 믿어. 내 돈 먹고 튀면 어떡하냐?
아스트라펠:아 진짜 말 더럽게 어렵게 하네! 우리 애들 못 배워 처먹어서 못 알아 듣는다고요!
핀셔:나만 아는 곳에 구덩이 파고 묻어 놔야지.
아니, 그래서 금 언제줄건데? 우리 금!
토마소:100닢을 넣으면! 200닢을 준다고요! 1년 후에!
핀셔:헛소리하고 있네. 은행이 우리가 뭐가 예쁘다고 돈을 늘려 줘!?
사이비 그런 거 아니에요?
토마소:당신들이 돈을 주니까! 은행에서 이자를 왜 주는지 지금 38번째 설명했잖아요!
아니, 이 사람들이랑 얘기해 봤어요? 돈 얘기 아니면 듣지도 않는데 돈 얘기도 이해를 못 해요!
넌 그거만 고치면 딱 내 동생으로 삼고싶은데 말이지~. 어디사는 누구랑 다르게 말이야.
아무튼, 여기 비상금 찾아왔어요.
1인당 하나 씩 나눠드릴게요.
텔리안:그래. 이렇게 보이는게 있어야지. 진짜 재산이란건 말야.
토마소:당신들 지금부터 가장 빠른 배를 타도 내일이에요. 그건 알고 계시죠? 그때까지 군인들이 경비를 강화할 거예요.
쉽게 말해서 아무나 아무 이유로 잡아갈 수 있어요. 총통에 반하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금부터 알려 드릴게요. 여기 아니면 못 들어요.
파올로:아무리 외국인이라도, 플루토스 공화국이 마왕전 전까지 왕국이었다는 것은 알고 있나, 자네들?
나는 당시 대사제였던 파올로 칼라브리아고, 이 학생은 심부름꾼인 토마소 데 제노바라고 하네.
지금 로마노 체제는 완전히 망가졌어. 초반에야 좀 잘해 보나 싶었지만 좌파는 금방 분열해 버렸고, 의회에서는 매일같이 무정부주의자들과 온건파가 개처럼 물어뜯으며 싸우고 있지.
처음 선포되었던 '조각 헌법'도 입맛대로 개정해 버려서 선거 체제조차 마비되었어. 그러니까 더 이상 국민을 신경쓸 필요가 없게 된 거야. 자기 배를 불리는 데 급급하느라 나라는 모든 면에서 완전히 망가지고 있고.
우리는 무너진 왕실을 되살리고, 이전의 '하나의 플루토스'로 돌아갈 거다.
당신들, 대의같은걸 찾고있는거야?
파올로:그래. 이 땅에 사는 모두가 예전처럼 풍요롭게 살길 바란다. 태양과 달과 열두 별자리가 다시 이 땅을 밝게 비추길 바라.
지금은 신격도 사라졌고, 국왕의 핏줄도 흐려져 버렸다. 우리는 차기 왕을 추대하고 다시 이곳을 축복이 가득한 땅으로 만들 거다.
코린나:난 왕실 유모 출신이야. (보석함을 열어 티아라 하나를 펠에게 건넨다.) 이 손으로 키워낸 왕자와 공주만 몇 명은 되네.
죽은 왕의 육촌을 숨겨서 키우고 좋은 스승을 둬 교육했어. 그가 왕이 될 거야.
아스트라펠:이봐요! 전쟁시대를 살아놓고 왕정을 다시 세운단 말이 나와요? 염치가 없잖아!
코린나:넌 전후시대 플루토스에 산 적 없잖아.
베일리, 이들에게 브랜든 이야기를 해 줘.
브, 브래드? 브랜든이었지.
베일리:거기서도 못미더운 놈이었군요... 그럼 그렇지. (한숨쉰다)
별건 없어요. 10살까지 잘 살다가 몰락했고, 그 후로 뭐... 여자나 꼬시다가 갑자기 잘 살아보겠다고 외국으로 돈 벌러 나갔다는 거?
뭐 돈은 꼬박꼬박 보내준게 대견하긴 하죠.
베일리:저도 그 녀석에게 관심 없어서 별로 할 얘기가 없어요.
코린나:돌아오려고 했지만 성공하기 전까진 안 된다고, 무조건 망해 버린 자기 집 이름 알려야 한다고 편지를 보냈지. 그 애 아니었으면 우리가 모이지도 못했을 거야.
베일리:예전에 비하면 철이 들긴 했죠. 외국 나가서 돈 벌어올 생각을 다 하고.
아 됐고, 토마소. 행동 강령이나 알려드려.
토마소:어쨌든 우리나란 그런 상태예요. 반드시 지켜야 할 건 크게 세 가지 정도인데, 일단 거리에서 노래가 나오면 반드시 하늘을 쳐다보면서 묵념해야 해요. 따라 부르면 더 좋고.
혹시 인생이여, 만세!라는 구호 들어 봤어요? 예전에 엄청나게 돌았던 선전 문구인데.
토마소:왕국 시절에는 명목상으로라도 종교 국가였으니까 '인생'이라는 건 사실 없었어요. 전부 하나잖아요.
공화국으로 바꾸고 제헌하면서 그 '인생'이라는 걸 엄청 강조했어요. 전부 한 명의 사람이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그래서 여기 반하는 말은 절대로 하면 안 돼요. 누가 '인생이여, 만세!'하면 꼭 목례하거나 따라 제창해야 돼요.
아니면 바로 왕당파로 간주돼서 끌려가니까 조심하세요.
괜찮아 보이는 데서도 쁘락치들이 사사건건 감시하고 있으니까 말 하나하나 조심해야 돼요.
요즘엔 이걸 되게 꼬아서 물어보기도 해요. 일종의 사상검증이라고 해야 하나? 말할 때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고 '사람'이라고 하기도 하고.
토마소:사실 우리나라 문법에 안 맞는 거였는데 십 년 전쯤 개정돼서 정착했어요. 공용어로 들으면 좀 이상하죠?
파올로:이 나라 밖 사람이니 자네들 중에선 교인이 있나?
신에게 반하는 말이라도 목숨을 지키려면 해야만 하네. 성표는 전부 숨기고, 남들이 있는 데서 기도하거나 마법을 쓰는 일은 삼가.
이렇게 세 가지만 지키면 크게 흠잡힐 일은 없을 거야.
지금 바로 옷 속에 숨겨.
텔리안:(머리 벅벅) 물건 하나 팔러와서 이게 뭔.
이봐. 당신 동생도 자기가 벌어온 돈으로 이런 수작질 중인거 알고 있나?
베일리:간간히 근황을 편지로 보내고 있긴 해요. 하지만 편지도 나라에서 다 감시를 하는 터라, 목숨 부지하려면 이런 일을 쓸 수는 없죠.
텔리안:그자식은 하-나도 모른단 거군. 그래. 걔한테 이런 대범한 짓거리에 발 올릴 깡이 있겠냐.
아스트라펠:그나저나 브랜든 위험한 거 아니에요? 지금 플루토스에 있잖아요.
텔리안:몰라. 알아서 하겠지. 가족 잘만나는것도 복이다.
발레리아:그야 위험하겠죠. 같은 가문일 테니까.
핀셔:니네 누나가 반란군이니까 도망치든 합류하든 하라고?
절대로.
핀셔:나도 동감이다. 돈 받았으니까 그냥 빨리 집이나 가고 싶은데.
발레리아:저도 동감입니다. 이 이상 엮이는 건 위험할 게 뻔해요.
핀셔:애초에 이렇게 쥐꼬리만할 줄 알았으면...에휴, 아니다.
이거, 쥐꼬리 아니다. 이 티아라 하나만 해도....
자세한 건 감정을 제대로 해 보고, 불빛으로 비춰 보고 두들겨 봐야 알겠지만....
이거, 못해도....
칸:...닢은 하는 거 맞지? 유모랬나? 당신은 알 거 아냐.
코린나:한때 왕실의 상징이었던 물건인데 값이 그 밑으로 떨어지면 우리가 이렇게 밑바닥에서 개 같이 구를 이유가 없지.
싸구려 왕을 모신 적 없다. 그건 내가 제일 잘 알아.
칸:7등분해도 너희 2년 정도 유급 휴가 줄 수 있겠다.
칸:다들 의견은 모아진 거지? 그럼 하루빨리 여기서 나가자고. 빨라야 내일 아침 배를 탈 테니, 항구 근처에 숙소 잡을까?
베일리:숙박업을 하는 지인이 있어요. 도와드릴까요?
텔리안:아니!! 더이상 엮이기 싫다고 했잖아!
우리 그냥 따로 잡자.
핀셔:솔직히 여기까지 들어왔으면 우린 한 배를 탄 거지.
칸:최대한 위험을 피하려는 시도는 나쁘지 않아. 좋아, 따로 잡자고.
텔리안:그런 말 함부로 하지마. 한 배는 무슨.
보수는 주면 끝이다. 인연이 아냐.
칸:이봐, 이거 포장 좀 안 들키게 잘 해 주시고. 이 티아라 감정서도 같이 주시고, 옳지. 이 빛깔 보시게....
베일리 씨, 우린 간다.
브랜든을 한 번만 만나면 안될까요?
네가 아예 말도 안 되는 소릴 한 적은 없으니.
아스트라펠:아무리 그래도 그렇잖아요! 몇 년 씩이나 같이 일했는데.
집안이 줄초상당할 위기고, 그걸 알게 됐으면 말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칸:넌 남들보다 길게 사니 맺고 끊음도 확실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정이 많았나? 아스트라펠.
베일리:호오... 그 녀석에게 아직 정이 있는 사람을 보는 건 처음이네요.
늘 뺨 맞고 돌아오던게 일상이었는데. (큭큭 웃는다)
아스트라펠:불쌍하잖아요! 전쟁을 지나오면서 그런 식으로 죽은 사람을 제가 얼마나 많이 봤겠어요!
그럼 걔가 상황이 그렇구나 하고 인사나 해줄 것 같아?
우린 아무 문제없이 잠이나 자고 출발한다고? 그건 아니잖아, 아스트라펠?
아스트라펠:가능하다면 빼오는 게 제일 좋겠죠! 빌어먹을 금발을 염색이라도 시키던가요!
텔리안:그러니까 왜 그래야하는데. 걘 이제 여기 소속도 아니라고.
아스트라펠:지금은 이렇게 냉담하게 말할 수 있겠지만 난 보증할 수 있어요. 지금 브랜든을 만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거예요.
텔리안:그냥 두는게 더 안전할거란 생각은 안드냐? 그자식도 어련히 생각이 있으면...!
2년이나 같이 지내면서 그걸 몰라요?
그럼 죽는거지.
아스트라펠:전쟁을 겪고도 그렇게 무정할 순 없어요.
내일이면 이 땅에서 일어날 일이에요. 전쟁이란 거.
텔리안:누가 몰라? 나는 무슨 꽃밭에서 살다왔냐?
아무리 강해도 개죽음 당하는게 전쟁이야. 말 하나 잘못해서, 상관 잘못만나서, 눈치 잘못봐서, 땅 한번 잘못디뎌서.
걘 가족 잘못만나서 죽는건데 뭐가 억울하냐? 자기가 보낸 돈으로 뭘 하는지 한번을 안 물어봐서, 여자후리고 도련님 자존심만 세우고 살다가 죽는건데 뭐가 그렇게 억울해?
싸우다 밤 새겠어요. 바쁜 건 저희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카르미네:아스트라펠. 정말 그러고 싶어요? 그러다가 무슨 일을 당해도?
아스트라펠:우리 마을은 전쟁 사대에 그렇게 세상과 상생해왔어요. 포로들과 다친 군인의 몸을 숨겨주면서.
난 그래서 부끄럽지 않게 전후를 살아갈 수 있는 거예요.
부끄러워서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몰라서 그래요.
말만 해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말....
그렇게 자기 목숨들 아까우면 저 혼자서라도 갔다 올게요.
대신 정말 말만 하고온다고 약속해.
(방긋 웃는다. 끄덕끄덕.)
카르미네:전 브랜든이 뭐 어떻게 되든 하나도 가엽지가 않아요. 솔직히 그렇잖아요?
다만 혼자 가게 둘 수는 없어요. 여러분은 꽤 실력 좋은 용병이고, 개죽음 당하면…
아깝거든요.
발레리아:저는⋯ 심적으로 누구의 편을 들어드릴 수는 없겠지만.
저흰 플루토스 초행인 외국인들이고, 공교롭게도 그 베이커리의 빵은 상당히 맛있었으니까⋯.
⋯ 다시 가볼 가치는 있겠죠?
핀셔:그래, 나도 브랜든이 죽든 살든 알 바 아니지만 거기 빵 냄새는 좋았다고. 목숨 값으로 공짜로 몇 덩이는 주겠지.
지루하다는 듯 벽에 기대 왕당파 어르신들과 말장난하던 칸 사장이 잠잠해진 여러분에게로 고개를 돌립니다.
칸:너흰 정말 손해 보는 선택만 하는구나. 특히 아스트라펠! 너 때문에 밑 빠진 독처럼 날아간 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한 번도 용서해 주마.
목숨을 걸기로 한 건 네놈들이지, 내가 아니니까. 젊은 게 좋긴 좋아, 그렇지?
(벌떡 일어난다.)
나가기 전에 연습 한 번 하고 가자.
칸은 갑자기 가슴을 주먹으로 쿵, 하고 치더니 연극 발성으로 외칩니다.
과장된 말투가 풍자극에나 나올 것 같습니다. 다음 구호를 외치라는 듯 여러분을 쳐다봅니다.
⋯⋯ 와, 진짜 안 맞네요, 그쵸?
텔리안:어울리지도 않는 말을 하니까 그런거야.
칸:박자가 다 다르잖아. 뭐, 각하도 이 정돈 봐 주시겠지. 그렇죠?
토마소:구호 몇 개 더 적어 드릴게요. 이것도 다 외우세요. 쉬워요.
신세져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려드린 은행에 꼭 예금 넣으세요.
핀셔:살다 살다 글을 다 외워 본다. 학교에서도 해 본 적 없는데.
파올로:내 자네들에게 솔의 축기도문을 외워 줄 테니 불의에 붙잡혀도 믿음의 힘으로 자유롭게 되기를.
(성호를 긋고, 하얀 과자인지 말라붙은 빵 같은 것을 하나씩 나눠 준다.)
들게. 주교가 축성한 음식이니 효험이 있을 거야.
간에 기별도 안가는데.
핀셔:카스턴셔도 카스턴셔도 솔 교가 국교인데.(쩝쩝)
발레리아:배부르라고 먹는 게 아니니까요. 나참⋯.
코린나:브랜든 군이 잘 지내는 걸 이 눈으로 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니.... 당신들을 정성껏 배웅하는 수밖에.
우리에게 철로 된 자유를 전해 주어 고마웠다. 잘 가길.
베일리는 입구까지 당신들을 데려다 주고, 마차에 잘 태웁니다.
여자는 몰라도, 동료는 정말 잘 뒀구나.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 (큭큭 웃는다)
칸:이봐! 알고 있어, 빵집에 직접 가면 동생 얼굴을 보게 될까 우리한테 심부름을 시켰지?
전해줄 말은 없고?
베일리:전해줄 말이라... 글쎄요. 하고 싶은 말은 편지에 다 써서 없어요.
그냥 뺨 맞지 말고 집에나 사지 멀쩡히 돌아오라고나 전해줘요.
베일리:그거 알아요? 어릴 때 나는 머리가 굉장히 짧았어요.
그래서 종종 서로인척하면서 놀았죠.
칸:복도에서 봤어.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똑같더만.
정말 전생에 무슨 지독한 인연이었는지...
지금은 분간이 가나요?
칸:글쎄, 네 동생 쪽이 좀 더 철든 것 같다.
베일리:정말이지... 예전에는 훨씬 더 나았는데 말이죠.
도대체 그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걔가 철이 다 든 건가요?
그렇게 전해 주마, 그럼.
너흰 다들 젊구나.
마차 바퀴가 구릅니다. 폐건물 거리 풍경이 움직입니다.
베일리의 금발도 속도에 휘날려 사라져 버립니다. 그가 폐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거리는 조용하고 또 스산합니다.
아스트라펠:(마차가 덜컹이는대로 몸도 흔들린다.) 시대가 늙어버린 거예요. 세상은 별조각 용사단을 칭송하지만,
사실 그 시절엔 우리 모두가 용사였답니다.
칸:그것도 참 낡은 선전 문구다. 그 말 내세워서 나라 재건한답시고 얼마나 많은 어린애들 골수를 빼먹었는지 기억 못 하냐?
아스트라펠:악마와의 전쟁 속에서 경계 없이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우린 다들 목숨을 걸었죠. 그건 누군가가 내세워서 따른 게 아니에요.
최소한 우리 마을 사람들은 그랬으니까요. 숲과 생명의 질서에 투혼했어요.
그 말이 선전 문구가 되었을 땐 이미 녹이 슬어 있었답니다. (턱에서 손을 떼어내고 무릎에 놓는다.)
칸:(시큰둥한 얼굴로 창밖 풍경을 본다. 금칠이 벗겨져 회색이 된 거리가 빠르게 지나간다.) 용사 일곱 명도 저마다 달랐다던데, 전국민이 용사면 오죽하리.
나와 너도, 나와 너희도 전부 다를 뿐이다.
한참 달린 마차는 시내의 상점가 앞에 멈춰섭니다.
덜컥, 돌길 틈에 바퀴가 끼는 소리와 함께 크게 흔들립니다. 내릴 때가 되었습니다.
다음 세션에 계속됩니다. 경험치 정산 하세요!
보물 +1
7렙 4xp->6xp
카르미네:모험+1 보물+1 7렙 10xp -> 7렙 12xp
+1
무기 거래를 위해 들른 플루토스 공화국은 공포의 독재자 시모 로마노의 지배 하에 있다.
알고 보니 우리의 거래 상대는 반란에 필요한 무기를 주문했던 것이었고, 퇴사해 빵을 팔아 근근이 먹고살고 있던 전 사원 브랜든의 쌍둥이였다.
입막음 뇌물을 받기 위해 아지트로 찾아갔지만, 어쩐지 너무 많이 엮어 버렸다는 기분이 든다.
브랜든은 나라 상황이 얼마나 심각해졌는지 알고 있을까? 그가 근무하는 빵집으로 블러디 헬은 찾아갔다.
칸:베일리에게 아까 들었어. 내일은 국가공휴일이라지?
내일이 정확히 플루토스 왕정이 폐지되고 공화정이 세워진지 17년 되는 기념일이라더라. 거기 맞춰서 반란을 한다는 소문이 계속 돌아서....
일주일 전부터 경비 보안을 강화했단다. 그래서 외국인까지 잡아간 거야.
한 번만 다시 확인하고 가자. 누가 물어보면? 수상하다고 같이 가 보자고 하면? 각자 한 마디씩 변명해 봐라.
만세!
칸:나머지도 더 해 봐. 꼭 저게 아니라도....
아스트라펠:전, 흐음... 공용어를 못하는 척 할게요.
칸:엘프어를 못 하니 저게 맞는지 모르겠군.... 플루토스인들도 마찬가지겠지.
발레리아:전 카스턴셔 토박이인 척 하죠. 사투리가 심하면 아무리 공용어라도 못 알아들을 테니까.
발레리아:(억양과 발음이 제멋대로라 알아들을 수 없다⋯.)
칸:난 증서가 있고, 카르미네도 이걸로 괜찮겠지.
그럼 내리자.
그런데, 어째 빵집 앞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고 행인도 없습니다.
(내 말은 마차 문을 열고 있는다고.)
칸은 빵집 문고리에 손을 댑니다. 정말로 이상하네요. 창문에는 커튼이 쳐져 있어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습니다.
빵이 잘 보이게 진열해둘 법도 한데.... 아침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안쪽에서 문이 열립니다. 칸이 그대로 문에 밀립니다.
돌길에 넘어져 멍하니 문 안쪽을 봅니다. 그 안에서는....
"누구냐?" 키가 2미터에 육박하는 군인 한 명이 우리를 내려다보며 신원을 요구합니다.
빵집 안에서는, 군인 두 명이 직원을 제압해 양쪽 팔을 붙들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계급이 높아 보이는 군인이 직원에게 무언가 진술하게 시키고 있습니다. 사장은 다른 군인에게 붙들려 있습니다.
공포에 질린 직원은 영문을 모른다는 얼굴입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툭 떨어질 것 같습니다.
핀셔:
발동 조건:상황이나 사람을 세심히 살펴 보면 +혜 판정을 합니다.
굴림:9
효과:다음 목록에서 하나 골라 마스터에게 질문하십시오.
세부 사항:상황 파악으로 얻은 대답에 의지해서 행동하면 다음 판정에 +1을 받습니다.
목록
• 여기서 최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하고 있는가?
• 무엇을 주의해서 봐야 하는가?
• 여기서 나에게 유용하거나 값진 것은 무엇인가?
• 이 상황은 누가 장악하고 있는가?
• 여기서 겉보기와 다른 것은 무엇인가?
군인:시끄럽다, 웨스턴. 묻는 말에만 대답해.
사실 주의해서 볼 것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브랜든의 얼굴입니다.
우리는 '플루토스인이 다 똑같이 생겼다는 건 외국인 눈에나 그렇다'며 넘어갔었죠.
베일리는 자신이 죽어도 브랜든은 거울을 보면 된다며 위안으로 삼았습니다.
군인은 베일리를 압니다. 저택에는 가족의 초상화가 붙어 있었습니다.
베일리를 안다면 저 얼굴을 못 알아볼 리 없습니다.
헤어스타일과 체형만 제외하면, 아니, 만약 그들이 베일리가 여자인 걸 몰랐더라면 그냥 머리를 자른 베일리가 위장하고 있는 걸로 생각할 정도로 똑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정말로 '가족 잘못 만나 죽는' 꼴을 지켜보면....
그 말을 뱉을 때처럼 가볍게 지나갈 수 있나요?
칸은 침을 꿀꺽 삼키며 그 짧은 시간 동안 눈을 굴리다가....
군인:커튼이 닫혀 있는데 용케도 들어왔군. 척 보니 외국인인데.... 신분증은 있나?
칸이 신원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동안 여러분은 빵집 안 광경을 봅니다. 어떻게 행동할지 지금 고민하세요.
군인:안쪽은 신경쓰지 마시게. 요즘 나라를 어지럽히는 세력들이 여기저기서 난리라.
텔리안:
발동 조건:상황이나 사람을 세심히 살펴 보면 +혜 판정을 합니다. 상황 파악으로 얻은 대답에 의지해서 행동하면 다음 판정에 +1을 받습니다.
• 여기서 최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하고 있는가?
• 무엇을 주의해서 봐야 하는가?
• 여기서 나에게 유용하거나 값진 것은 무엇인가?
• 이 상황은 누가 장악하고 있는가?
• 여기서 겉보기와 다른 것은 무엇인가?
굴림:11
효과:다음 목록에서 셋 골라 마스터에게 질문하십시오.
반란군으로 오인받아 잡혀갈 겁니다. 그 후엔 고문으로 거짓 증언을 얻어내 나머지 반란군까지 색출하지 않을까요?
브랜든은 아주 어린 시절 혁명이 일어난 이래 쫓기듯 외국으로 가 일했습니다. 초기 플루토스 공화국은 관용 정책으로 모든 게 척척 진행되던 신예 국가였으니, 지금처럼 단속이 심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블러디 헬에서 나와 카스턴셔와 커랜드를 전전하다 자신이 태어난 것으로 온 것도 아주 최근입니다. '국가 기념일'이 왜 있는지, 반란군을 왜 잡는지,
지금의 브랜든에게는, 그가 틈만 나면 언급하는 뿌리 이야기를 빼면, 플루토스 귀족 출신이라는 태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카스턴셔 말씨가 입에 붙은 외국인 말씨. 얼굴만, 가죽만 플루토스인인 채로 군인에게 항변할 뿐입니다.
텔리안:(눈알이 굴러간다. 이 상황은 누가 장악하고 있는가? 이중 가장 강해보이는 군인은 누구냐?)
계급이 가장 높은 이는 브랜든에게 질문하는 사람이지만, 체격이 가장 다부진 사람은 칸과 대화하는 군인입니다.
키는 당신보다 크지만 실전에 나간 적 없어 전신은 호리호리하므로 신체조건은 당신이 우위입니다.
텔리안:(이 상황에서 나에게 유용한 것이 있나?)
당신이 브랜든보다 현재의 플루토스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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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은 하늘을 보며 가슴에 손을 올립니다. 브랜든을 잡고 있던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든은 영문을 모르는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토마소:국가기념일 전일 6시에는 반드시 국가 행사가 있어요.
17년 전 혁명군이 불렀던 가요가 차례대로 나오죠. 이게 가사니까 외울 수 있는 분들은 외우세요.
칸:(음계는 살짝 어긋났지만, 그런대로 부르고 있다.)
텔리안:(넘어진 칸을 살피려 굽혔던 몸을 일으킨다. 거친 가죽 아대와 금속체인이 겹쳐지며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텔리안:(가슴에 손을 올리며 고개르 올리기 직전 브랜든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가로 속삭인다.)
텔리안:만세!!!(과할정도로 쩌렁쩌렁 울부짖는다)
브랜든, 몰래 도망갈 첫 번째 시기를 놓쳤습니다. 지금 도망가면 쫓기는 신세가 될 테지만 목숨은 구할 수 있을 겁니다.
군인들이 묵념을 멈추고 다시 당신의 팔을 잡으려 합니다. 브랜든은 비록 앞문과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에 있지만,
당신은 군인들은 모르는 직원용 퇴근길, 창고와 이어지는 쪽문을 알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커튼으로 가려 두는 문이죠.
아스트라펠:(브랜든을 본다. 몰래 문쪽으로 턱짓한다.) 크흠,
익스큐즈미~ 노래, 너무 머시써요. 인사? 암 쏘 터치드~
상대 NPC가 관심을 갖는 조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 꺼리거나 피하고자 하는 것 등등)을 자신이 갖고 있고 그것을 대가로 그 NPC에게 무언가를 시키려 하면 +매 판정을 합니다.
10+이면 상대는 이쪽의 약속을 받고서 시키는 것을 합니다.
7~9이면, 상대는 이쪽의 약속을 보장할 무언가를 요구합니다.
군인:뭐라는 건지 모르겠군. 어린애는 집에 가라. 6시다.
위협과 교섭을 비롯하여, 협상이 다루는 범위는 매우 넓습니다. 그 형태가 무엇이건, 상대에게 약속이나 협박을 내걺으로써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게 하려 하면 그것은 협상입니다.
당신의 경우, 그저 잠시 이야기나누는 일이겠죠.
군인:어린애는.... 젠장, 말이 안 통하네. 위험! 집에 들어가라고!
브랜든:(이틈을 노려서 서둘러 뒷문으로 빠져나갑니다.)
고맙다...!!
브랜든은 빠르게 잿빛 커튼 뒤로 나갑니다. 군인들은 다 잡은 사냥감을 놓친 꼴이 되었지만,
커튼 뒤에 문이 있을 거라는 상상을 못 했는지 빵집 안을 빠르게 탐색하고 있습니다.
군인:그 집은 은신의 달인이다! 어디에 숨든 찾아내야 해, 샅샅이 뒤져!
옙, 상등병님!
외국 출신이라면, 마법을 썼을 가능성도 있다. 지금 우리가 마법 불모지라고 해서 방심해선 안 돼. 20년 전 유통마법 대가들을 떠올려라.
최악의 경우 정말로 순간이동했을 수도 있어! 보고 올릴 때 잘못하면 우리만 깨진다, 완전히 도망가기 전에 반드시 색출하고 붙잡아라!
칸:어이쿠, 빵값은 돌려받지 못하겠네, 이거 원....
인생이여, 만세! 수고하십쇼!
마차에 타라, 직원들아!
칸부터 후다닥 마차에 올라탑니다. 덜그럭거리며 앞으로 갈 준비를 합니다. 삐걱이는 마차 문이 여러분의 동아줄 같습니다....
텔리안:괜찮아, 사장님. 노래한번 부르고 나니까 이제 배 안아프다. (훌쩍 넘어 올라탄다)
(문지방을 훌쩍 넘자마자 주머니에서 동그란 염소 똥이 바닥에 한 주먹 떨어진다. 단단하고 동글동글해서 약재로도 쓰이는 육뿔염소 똥이다.무심코 밟으면 미끄러져 자빠질 만큼...)
이런 비위생적인 빵집엔 두 번 다신 안 올 테다. 낄낄...
모두 올라타자 바로 출발합니다. 한 명만 빼고요. 빵집에서 나와 미친 듯이 뛰는 브랜든이 보입니다.
울퉁불퉁한 돌길에서의 추격전은 미친 짓입니다. 자칫 넘어졌다간 단순한 타박상이 아니라 골절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방향은 우리가 정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핀셔:(저 멀리 뛰어가는 브랜든 본다) 이 정도까지 해 줬으면 알아서 살아남겠지.
난 우리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좋습니다. 그럼 브랜든에게 묻겠습니다. 숨이 가빠 오고, 저 뒤에서 군인들이 "쫓아라!"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들은 총을 들고 있습니다. 인당 두 자루씩 말입니다.
브랜든:(당연히 도망가야죠.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더라도, 절대 이대로 죽을 수는 없습니다!)
당신이 뛰는 바로 옆길에 마차가 거의 균일한 속도로 달리고 있습니다. 마차 창문 너머로 익숙한 실루엣이 보입니다....
플루토스 말들은 성질이 난폭한 걸로 유명합니다. 불사조가 살지 않는 나라니 육로를 쓰는 건 당연합니다. 비록 마찻값이 비싸 당신은 돌아온 이래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지만...
저 무지막지하게 흔들리는 마차가 조금 절실할 만도 합니다.
계속 도망갑니까? 마차가 당신을 앞지르려 합니다.
브랜든:나는, 나는 절대 이렇게는 죽기 싫어!!
갈라진 비명이 거리에 울리자, 사람들이 창밖을 내다보기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커튼을 치고 집안에 숨고, 누군가는 브랜든의 뒤통수를 응원합니다.
마음속으로 말이에요. 군인들은 발걸음에 박차를 가합니다.
다시 블러디 헬, 방금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카르미네:(팔짱을 끼고 상황을 봅니다) 정말
알아서 살아남을까요?
텔리안:저자식 튀는 꼴좀 봐라. 다리 들라고 열번은 말했는데 여태 안고쳐졌네.
발레리아:펠 말이 맞았어요. 정말 생각이 없잖아요. 저래서야 눈에 띄기만 할 거라구요.
핀셔:저놈은 사냥꾼이라더니, 사냥감 시점은 전혀 모르는 모양이다.
아스트라펠:절대 못 살아남아요. 쟤는 그거잖아요.
머저리.
코린나:밀고하면 포상금, 직접 잡아 가면 포상금은 더블.
처음엔 서로 밀고하느라 난리였는데 이제는 신고가 3할로 줄었어.
다들 알거든. 다음은 자기라는 거.
칸:이렇게 상가가 많고, 주택이 많은데 아무도 안 나서네.
(턱을 괸 채 창밖을 본다.)
핀셔:나 같아도 안 나선다. 생판 남을 뭘 위해서 도와?
브랜든이 못 미더웠던 거죠?
카르미네:못 미덥기야 뭐,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랬죠.
칸:너희 다 그 고객님이랑 똑같아. 보면 데려가게 될까 봐 오지 말자고 했냐?
군인들 중 키가 가장 큰 자는 대충 봐도 2미터 언저리의 거구입니다. 긴 다리로 껑충껑충 뛰어 당신을 따라잡습니다.
"목숨에 지장 없는 부위만 쏠 거다! 추후의 인생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잘 생각해라!"
"베일리 웨스턴과 살바토레 웨스턴의 위치, 그리고 지금까지의 혐의를 불고 나면 사형은 면할 수도 있어! 잘 선택해라!"
"네 인생을 뒤바꿀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브랜든 웨스턴!"
거구의 군인이 악을 쓰며 소리지릅니다. 뒤에서는 기어코 총을 꺼냈습니다.
마차는 기묘하게도 당신과 평행 방향으로 달립니다....
내 인생이 고통스러울지 말지는 내가 고른다!!
(더 빠르게 다리를 움직입니다. 더 빠르게, 더, 더...)
"지금 잡혀서 가족과 함께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건지, 감옥에서 목숨을 건질 건지! 네놈은 사리분별이 안 되나?"
첫 발은 공포탄. 총성에 지붕 위 까마귀들이 한꺼번에 날아갑니다.
발레리아:가족 정도로 애틋하진 않았죠, 저희는.
정말 왜 온 걸까요? (창 밖을 바라본다.)
슬슬 마차 방향 돌리는 게 낫지 않냐? 괜한 희망 주지 말고.
칸:항구가 이쪽이라. 그리고 돌린대도 따라올 것 같은데?
기분나쁠 정도로 직선으로 쭉쭉 뻗어 있군, 이 도시는!
(속 편해 보인다.)
아스트라펠:쟤 저러다 죽을 것 같은데, 일단 태우고 그다음에 생각하면 안 되나요!?
꿈에 나온다고요, 꿈에!
아스트라펠에게 찬성하는 사람 손.
(번쩍!)
발레리아:(창 밖의 남자를 바라보고 있자니 기묘하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그리고 문득⋯.) 생각해보면, 저는⋯
선택할 수 없었던 일들 탓에 자주 불행해졌던 것 같습니다.
구할 수 없다면, 적어도 선택권은⋯. (손을 든다.)
카르미네:그 다음에 생각하면 늦어요, 펠. 급하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 버릇 좀 고쳐요. 평소엔 알아서 척척 잘 하면서 말이죠.
(손을 든다.) 저한테 생각이 있어요. 그러니… '일단 태워'봐요.
칸:(팔짱 끼고 마차 의자 등받이에 기댄다.) 다섯 중 세 명인가?
핀셔:마님께서 생각이 있다시는데, 그럼 따라야지.
텔리안:(낑낑소리) 하, 도움이라곤 쥐뿔이라곤 안되는 놈.
칸:나머지는 참으로 반박하고 싶겠지만, 이번은 넘어가.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도가 있다.
칸이 마차 안에서 벌떡 일어나 마차 문을 발로 찹니다.
위험하게 마차가 문을 연 채 달리고 있습니다.
퇴직금을 깜빡했다!
(문득 옆으로 시선이 돌아갑니다. 앞으로 뻗은 길도 아닌, 마차도 아닌...)
빵값은 됐습니다, 손님...
(또 다른 세 번째 선택지, 숲으로 도망칩니다.)
세부 사항:자연물 속에 숨어서 가만히 있으면 적들은 이쪽이 움직일 때까지 결코 눈치채지 못합니다.
빚지는 건, 이제 사양이거든요!
칸:거참 기회를 줘도 자기 발로 차는 양반일세.
짜증나요!!!
핀셔:저놈 머저리라서 알아서 못 살아남는다고 한 거 누구야?
좀 저런 사람이었죠.
누구나 목숨 걸리면 생각을 한다고!
칸:제군들, 우린 여전히 플루토스 식객이다. 항구로 간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고 했나? 그때까지 저놈이 단두대에 오르지 않는다면 속전속결로 배를 타자.
칸:내 생각에 저게 결국 잡히면 너희 중 누군가는 반드시 내 계획을 망치고 예상에 없던 변수를 만들 거거든.
사장님은 마차 문을 닫고 다리를 꼰 채 씩 웃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돌길 위를 달리고 또 달려, 항구의 긴장 도는 한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숙소에 짐을 풀고, '상인과 경호원' 신분인 채 간단한 식사를 합니다.
한숨 돌리게 되었습니다. 지금 시각은 저녁 8시, 사장님이 확인한 결과 가장 빠른 배는 아침 8시입니다.
두 발 뻗고 잘 쉬다가 우리의 안락한 집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숙소는 요즘 경기가 어려워 대단한 식사는 제공할 수 없다며, 간단한 빵과 잡탕 수프를 내놓습니다.
텔리안:그 빵집 맛 하나는 끝내줬는데. 폐업하려나? (와구와구)
발레리아:무리도 아니죠, 불량품을 팔았으니. (냠냠)
칸:아까, 봤나? 직원 놈은 잘도 도망쳤지만, 사장은 이미 잡혔다.
안타깝게 됐지.
텔리안:사장은 별 상관도 없는 것 같던데. (후루룩) 제일 억울하겠다.
핀셔:그놈은 재수없는 것치고 묘하게 재수가 좋다니까. 전 직장 잘 둬서 혼자 내빼고.
(일부러 주어를 빼고 말하는 중이다.)
칸:그나저나 이 항구 마을, 옛날엔 요새였대.
외적을 막으려고 세운 건데 플루토스에서 내전이 하도 일어나니까 거기 맞게 개조했다고.
숙소 사장은 텔리안과 발레리아 앞에 빵을 몇 개 더 내놓습니다. 유독 금방 접시가 빕니다.
텔리안:(나오자마자 집는다) 이 나라는 참 피곤하네.
멜리타르도 그랬지.
전쟁이 나서 그래. 혼란한 게 당연한 거다.
텔리안:거긴 갑자기 집에 들이닥쳐서 사람을 개처럼 끌고가진 않잖아. (빵을 반으로 북 찢는다) 혼란한것도 정도가 다르지.
평화로운 시대엔 그런 사람이 있으면 안 돼.
(수프에 혀를 데어서 인상을 쓴다.)
텔리안:푸핫. (질겅질겅) 글쎄. 딴 시대에 태어났으면 달랐을까?
카르미네:가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호록...)
텔리안:그런거지. 돈이 적당히 있어도 되면 목숨까지 걸 필요 없어. 용병들도 급이 있단 말이야. 각자 정해둔 선이 있고.
그건 이런 시대에도 마찬가지란 말이지...(나머지 반쪽을 삼킨다) 근데 우린 많이 필요하잖아.
아주 많이. (손 탁탁)
칸:근데 너, 동생들도 2년 동안 많이 크지 않았나?
아직도 그렇게 많이 필요해? 아닐 텐데.
카르미네:맞아, 그 얘기 좀 해봐요. 최근에 소식 들어온 적이 있었나.
텔리안:많이 필요해. (혀로 입가 주변을 흝는다) 텔시아야 공립학교를 다니니까 괜찮은데, 티나는 아카데미 학생이다.
거긴 장학제도도 없어. 워낙 형편 좋은 도련님 아가씨들이 다니게 되먹은 곳이라.
텔리안:그래. 둘째도 아니고 막내도 아니고, 가장 애매하게 태어났으면서 제일 똑똑해. 늘 나보다 괜찮은 생각을 해. 어쩌면 우리 전부를 합친 것보다도!
걘 정치인이 될 거야.
난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적당히 버는걸로는, 안 돼.
칸:커랜드처럼 큰 나라에서, 평민 출신 정치인이라.
너 그 나라 관료제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는 알고 있어? 웬만큼 돈 많은 상단집 자식도 왕궁엔 얼굴 못 들이대.
텔리안:알아. 거기 입학시키는 것만으로도 집 두채는 들어갔을걸. 워낙 더러운 꼴을 많이 봐서 중간엔 유학이라도 보내고 싶었다.
칸:정치인이 되면 너 빼고 모두가 걜 싫어하게 될 거다.
그래도 그렇게 키울 거냐?
걘 꿈이 있어.
지켜줘야지.
아스트라펠:...그것 참 대단하셔라. (그릇 바닥을 벅벅 긁는다.)
칸:네가 목숨 걸고 키운 애가 죽을 수도 있어.
그냥 평민 출신이라서. 아니, 오히려,
네가 키웠다는 게 그 애의 가장 큰 약점이 될 수도 있어.
그래도?
(먹다 말고 말한다.)
아스트라펠:잘 먹었습니다아. 틀린 말 하나 없는데요 뭐.
발레리아:자라는 걸 볼 수 있단 것만으로 행운인걸요.
칸:(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다. 턱을 괸 채 본다.)
텔리안:예전에 집에 먹을게 없어서 병아리를 잡아먹은 적이 있는데.
텔리안:아버지가 그걸 키워서 달걀을 낳게 하면 시장에 가져다 팔수 있다고 했지.
그러니까 미리 잡아먹으면 안된다고 했는데, 못 지켰다. 아무리 기다려도 두분이 돌아오지 않아서.
우린 그 후로 더 오래 굶었어.
어쩌면 그 병아리가 젖소가 되고 수레가 됐을지도 모르는데.
난 그래서 영영 장사꾼은 못 될거야. 당장 몸 쓰는 일밖에 못 하는 녀석이니까.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로 정했다. 내 아버지, 위대한 전사 라칸에게 배웠다.
텔리안:전사는 한번 결심을 굳히면 돌아보지 않아!
칸:너희가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는지 대략적인 계획이 있나 해서 물어봤다.
나머지도,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
이번 일이 끝나면 무급휴가를 받아도 될 정도라고. 날 잡고 어디에 뭘 쓸지 고민해야겠어.
발레리아:최근 동생들이 광석을 구분하는 방법을 뗐어요. 그 중 몇몇은 제련과 제철도. 곧 녹은 철을 두드리는 적합한 방법도, 좋은 무기를 만들고 다듬는 방법도 배우게 되겠죠.
아마 이전만큼 사정이 나빠지진 않을 겁니다. 무기는 어느 시대에서든 식기만큼이나 수요가 있는 물건이니까.
아스트라펠:(표정이 어둡다. 식기를 테이블 위에 놓는다.)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왜요?
칸:내가 이 일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해. 돈을 아주 많이 벌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장사의 신이니 뭐니 하는 게 되려던 것도 아니었어.
그냥 잘 알려진 새 신분이 필요했다. 그게 끝이야.
2년 동안 너희를 데리고 세계에 날 아는 사람을 만들었으니, 솔직히 말해서, 이제 됐어.
근데 네놈들은 아니지 않냐.
여기 와서 브랜든 웨스턴이 사는 꼬라지를 보니 문득 그 생각이 들어서 그래.
뭐, 걱정하지 마라. 당분간은 일 그만두지도 않을 거고 너희들 팽하지도 않을 거야.
칸:근데 이번 할당량 배분받고 나서 뭐 할지는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 이거지.
(숙소 주인에게 빈 그릇을 넘겨주고 일어선다.)
난 들어간다. 일찍 자라, 체력 회복하려면.
텔리안:(칸이 사라질때까지 뒷모습을 지켜본다)
카르미네:(어쩐지 아까부터 할 얘기가 있어보이는 표정이다.) 저도 이만. (곧 일어나 의자를 밀어넣고 간다.)
핀셔:그러게 말이다. 웬 일로 무게를 잡는담.
마님도? 푹 주무쇼.
발레리아:그럼 저희도 슬슬 자러 가는 편이 좋을까요?
핀셔:여기서 유례 없이 오래 일하긴 했지. 슬슬 다른 일을 생각해 봐야 하나?
그래, 뭔 일이 날지 몰라. 체력을 아끼자고.
플루토스에 온 이후로는 운이 좋습니다. 야영을 하지 않고 매번 숙소에서 자니까요.
푹신한 침대에 누우면 온종일 무거운 장비를 지고 다니는 피로가 풀립니다....
나갈 생각은 말아라. 플루토스 공화국 지하감옥 보안이 얼마나 출중한지는 네놈도 알고 있겠지.
내가 간 후에도 부하가 바로 교대하러 올 테니 괜한 잔머리 굴리지 마.
바닥은 축축하고 움직일 때마다 쇠사슬이 부딪치며 기분나쁜 소리가 난다.
브랜든:... (감옥 구석에 웅크려 눈만 굴린다. 온몸이 부서질 듯한 통증이 몰려온다.)
역시 사냥꾼은 내 체질에 안맞는다니까...
당신을 노려보던, 독수리를 닮은 나이든 간수가 물러난다. 젊은 간수가 그 다음으로 들어온다.
코가 아프게 풍기는 체취는 철창 안에서도 맡아진다.
그는 당신의 창살 앞에 짝다리를 짚고 서서 입으로 쩝쩝대는 소리를 낸다. 괜시리 배가 더 고파진다.
브랜든:이봐요. 뭘 그리 맛있는걸 먹길래 쩝쩝대요? (배고픔에 괜히 짜증이 묻어나오는 말투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신의 처지를 제대로 아는 것인지, 존댓말로 말을 건다.)
말없이 그가 손에 들고 있던 빵조각을 철창 너머로 보여준다. 빵가루가 바닥에 조금 떨어진다.
그는 그걸 당신이 주울까 싶어 조금 고민하다가 발로 밟아 버린다.
브랜든:(주저하던 찰나에 밟혀버렸다. 잠시 놀란 기색이었다가 인상을 잔뜩 찌푸린다.) 됐어요. 이딴 건 안먹어요.
간수:참 나, 누가 너 따위 범죄자한테 줄 것 같냐?
쓰레기 반란 분자 주제에. 얼른 단두대로 가라.
근데, 말투가 어째 외국인 같다? 얼굴은 플루토스인인데.
뭔 일로 여기까지 온 거냐?
브랜든:나도 모르겠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반란 분자라니... 몇 번이나 말하지만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 몇마디도 못해보고 여기에 쳐넣는 건 또 무슨 짓이야?!
하... 나 없는 사이에 플루토스는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건지... (머리를 감쌉니다.)
간수:거짓말 마. 베일리 웨스턴이 네 누나라더만.
간수:그 녀석이 외동이라고 생각해서 여태 혈육을 뒤져볼 생각을 못 한 건데, 뚱딴지 같이 네가 발견됐어. 왜 그런 억양을 쓰는지도 밝혀지질 않았고.
베일리 웨스턴은 동생이 폐병으로 옛날에 죽었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증언이 있어서, 그렇게만 생각했더니, 웬걸.
네놈 자체가 복병이었던 거야.
반란군이랑 무슨 작당 모의를 한 거냐? 왜 외국에 나가서 스파이 노릇을 했지?
브랜든:잠, 잠시만... 지금 네 말 하나도 이해가 가질 않는데, 다시 말해줘. 내가 어쨌다고?
오해한 거아니야? 아니면 그 녀석이 지어낸 거일수도 있잖아... (충격에 실소가 흘러나온다.)
베일리 웨스턴과는 접촉조차 할 수 없었어.
네놈이 본가에 주기적으로 돈을 보냈던 흔적이 있다던데, 웨스턴의 군사자금 아닌가?
간수:모든 퍼즐이 맞춰져, 혁명 이래 무너진 명문가와 두 쌍둥이, 쇠약해졌지만 여전히 좋은 시절을 꿈꾸는 아버지,
죽은 반란군 어머니에 대한 정보까지....
유일하게 미궁인 건 네놈이 대체 바깥에서 뭘 했느냐야.
카스턴셔에서 뭐 했냐? 정보 입수? 외국인들을 끌어들였나?
외국에 나가서도, 너 같은 놈들이 좀 있는 줄 알아? 세 치 혀 잘못 놀렸다가 빵살이에 노역이나 하고. 나라 안에서도 각하 눈 밖에 잘못 났다가 단두대에 오른 옛 귀족가 자제만 백 명은 족히 돼.
그런 유전자가 있나 봐. 뼈에 새겨진...그런 건가?
브랜든:(정보의 양이 너무 많다. 자신이 죽었다고 떠들어대는 누이의 행보, 기억도 나지 않는 시절에 돌아가신 어머니, 지금 놓인 자신의 처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친다. 모르는 것이 죄다.)
나는, 그저... 집이 좀 더 나아졌으면 해서... 가장 행복했고 좋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서...
간수:네가 살아있는 것도, 외국에 나갈 수 있던 것도, 본국으로 돌아와서 일할 수 있던 것도 모두 각하 덕분이야. 네놈들은 본질적으로 썩어 있어.
뇌가 비계로 가득찬 네 부모, 물려받은 허영심으로 사치만 즐기는 것 외엔 평생 이룬 업적이라곤 없는 네 조부모, 그리고 그들의 조부모까지,
너흰 글러먹은 족속이야.
돌아갈 일은 없을 거다.
그렇게 태어난 게 죄다, 생각해. 어쩌겠어?
(간수에게 달려든다. 그러나 철창에 가로막혀 의지는 바스라진다.)
간수:너희 어머니는 공화제 전환 직후에 왕당파를 돕다가 죽었다더라.
브랜든:(숨이 떨린다. 핏발이 선 눈으로 노려본다. 그것이 전부다.)
내일 일정을 가르쳐 주마. 국가기념일에 네 누이와 반란군이 플루토스 시내에서 들고 일어난다는 소문이 역력해.
넌 인질이 될 거다. 베일리 웨스턴이 아무리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하물며 자기랑 똑같이 생긴 동생인데,
아예 동요가 없진 않겠지.
내일부터는 수레에 철창을 씌워서 태우고 다닐 거다. 괜히 기운 빼지 말고 얌전히 있어.
못 알아보면 큰일이거든.
그는 자기가 말해 놓고 무엇이 그리 웃긴지 깔깔 웃는다.
간수:제깟 것들이 들고 일어서 봐야 한계가 있지. 여기서 항구까지 채 1시간이나 걸릴까?
탈출로 전체에 국군이 깔려 있는데, 멍청한 것들, 쪽수가 얼마나 딸리는지도 모르고.
뭐, 누나를 만나면 잘 타일러 보든가. 그때까지 베일리 웨스턴이 살아 있다면야....
어, 식사 시간이네.
간수는 철창 밑으로 딱딱하게 굳은 빵 한 덩이를 밀어넣는다.
브랜든:... (거친 호흡이 잦아든다. 빵덩이에 한 번, 간수에 한 번. 시선을 옮긴다.)
(시야가 점점 어두워진다...)
블러디 헬! 일어나세요. 곧 이 나라를 뜰 겁니다.
잠깐이었지만 정말 두렵고 아찔한 나날이었죠. 얼른 나가는 것만이 상책입니다.
찌뿌둥한 채로 몸을 일으키고 있자면, 창밖에서 현악기 소리가 들립니다.
안 씻은 지 한참은 되어 보이는 나이 많은 음유시인이 걸레짝 같은 머리와 수염으로 얼굴을 가린 채 연주하고 있습니다.
스러진 왕가, 스러진 긍지, 빛바랜 혈통이여....
가사가 살짝 위험한데,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 그에게 박수를 치며 동전을 던지고 있습니다.
현재 공화국에서 군인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부르는 행진곡, '우리는 죽어도 사는 사람들'은 본래 고대 플루토스 지역의 위대한 시인의 한 구절이었다고 합니다.
노래는 쿠데타로 세워져 오백 년이 넘는 빛나는 역사를 자랑하던 플루토스 왕국이 무너지고, 새로운 지식인들이 이 땅을 차지했다는 내용입니다.
직원 여러분! 떠날 준비는 되셨나?
막 해가 뜨는 항구에서는 순찰하던 군인들이 주민들에게 음료수를 받아 마십니다. 평화로운 정경입니다.
한 사람이 말을 타고 미친 듯이 달려와 군인들에게 전보를 전합니다.
위협적인 나팔 소리는 전 마을 안에 쩌렁쩌렁 울려퍼지고, 주민들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군인들을 따라 한쪽으로 피신합니다.
외국인인 우리도 마침 배가 떠나는 곳 근처에 있던 봉우리로 들어갑니다....
먼 곳에서, 공기와 바람의 흐름 탓에 기이하게 왜곡된 총성이 울립니다. 메아리처럼 두어 번, 세 번, 또 네 번....
군인들은 참호 안으로, 요새 안으로 모습을 감춘 채 총구와 대포구만 내보이고 숨을 죽입니다.
칸:됐고, 가장 빠르게 떠나는 배를 달라고! 돈은 얼마든지 줄 수 있으니까! 지금 당장 출발시켜!
우린 외국인이라니까?
차라리....
저 배는 몇 년형이지?
내가 배를 몰 줄 알아.
얼마면 살 수 있지?
곧이어, 대피소가 좁아집니다. 사람들이 하도 몰려 이제 더 들어갈 공간이 없습니다.
칸이 항구에서 대피소로 달려와 우리에게 소리칩니다.
칸:미안하게 됐다, 포상금은 없어! 목숨이 먼저지!
배를 샀어! 타라! 가장 빨리, 가장 안전한 곳으로 간다!
진자 재수없는 건 우리였잖아. 브랜든 그 자식이 아니라!
텔리안:전쟁은 원래 그런거다. 몸 성히 나가는것만 생각해.
차례차례 배에 타고 나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우리를 쳐다봅니다.
대부분 상인들로 보이며, 종족도 나이도 다양합니다.
항구 반대쪽 총성이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지축이 울립니다. 아주 많은 사람이 격렬히 달려오는 게 진동으로, 고함으로 느껴집니다.
천천히 하늘에서 눈이 떨어집니다. 눈이 내리면 눈송이가 주변의 소리를 먹어 버려서 고요해진다고들 합니다.
분위기가 기묘합니다. 상인들은 제발 우리를 데려가라며 아우성치고 여러분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누군가는 울부짖고, 누군가는 오열하고, 누군가는 절망에 주저앉습니다.
떨어트려? (그 어느때보다 단호한 표정이다)
칸:배는 300인승이다. 태우고 싶으면 태워.
칸:...마음대로 해라. 대신 인원을 넘으면 안 된다.
텔리안:젠장. 일단 들어와. 어린애 있으면 먼저 보내!
외국인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많아야 백 명 정도로, 충분히 다 태울 수 있는 수준입니다. 문제는 내국인들입니다. 엄마 손을 잡은 아이들이 공포에 질려 뒤를 봅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작은 마을이라는 겁니다....
핀셔:(마음에 안 드는 듯 혀를 쯧쯧 차지만 타려는 사람들을 밀어내지는 않는다)
발레리아:밀치지 마십시오! 자리는 많습니다, 부디 천천히!
대피소에 차마 들어갈 수 없었던 이들을 태우고 나면, 인원은 아슬아슬하게 맞는 정도입니다. 정원보다 아이 서너 명을 더 채웠지만,
발동 조건:황금 램프를 문지르면 푸른 신령이 나타나 세 가지 마법을 사용합니다.
굴림:8
효과:주문은 시전되지만 다음의 부작용 중 하나가 일어납니다:
• 곤란한 상황에 처하거나 원치 않는 주의를 끌게 됩니다. 마스터가 정합니다.
• 주문이 현실의 구조를 어지럽힙니다. 다시 주문 준비를 할 때까지 주문 시전 판정에 계속 -1을 받습니다.
• 주문을 잊어 버립니다. 주문 준비를 할 때까지, 이 주문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지속적인 효과를 가진 주문은 작용하는 동안 주문 시전에 페널티를 주는 일도 있으니 참고하십시오.
세부사항:지니는 시키면 뭐든지 합니다. 고작 짐꾼일 뿐이라도요. 하중은 3이고, 물건을 드는 것만 할 수 있습니다.
칸이 화물칸의 짐만큼의 하중을 감당했기에 더 태울 수 있었습니다.
뱃고둥도 불지 않고 배가 출발합니다. 격하게 출렁입니다.
선장실에 들어간 칸을 제외하고 모두 한 객실에 빼곡히 앉아 있습니다.
칸:플루토스 해안은 두 가지다, 잘 들어! 한쪽 해안은 우리가 지금 있는 곳!
자잘하게 지도에도 없는 섬이 많고, 이 섬은 전부 플루토스 영토다! 따라서 잘못되면 공격받을 수 있어! 여기서 빠르게 벗어나는 게 제 1의 목표다!
아무리 빨리 가도, 어느 나라 영해로 가느냐에 따라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돌아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간다!
과거 플루토스의 식민지였던 대자연의 섬 엘리나르!
섬과 제도가 하나도 없이 수심이 깊은 반대쪽 해안에 위치한 유일한 거대 섬이다! 플루토스 공화국 설립 이래로 불가침조약을 맺어 더 이상 로마노군도 반란군도 건드릴 수 없는 곳이야!
그들이 우릴 받아 준다면, 당분간은 안전해! 그 후에 어떻게 할지 생각해 봐라! 너희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하나하나 감안해줄 수 없어, 우린 우리 목적지로 갈 거야!
칸:난 마법사라 쾌속 증기 마법을 쓸 수 있다, 3시간 후에 이 배는 엘리나르에 도착한다.
주변이 전부 새하얘서 앞으로 가고 있는 건 맞는지도 불분명합니다.
카르미네:(객실로 올라온 아이들에 둘러싸인 채로 앉아있다. 겁에 질려 울고 있는 한 아이를 달래주고 있다)
출발한 지 약 두어 시간이 지났을까요. 저 멀리에 섬으로 추정되는 실루엣이 보입니다.
안개 때문인지, 실제로 우리가 뒤로 가고 있는 건지, 도저히 가까워지는 것 같지 않고,
그들이 우릴 받아주기만 한다면....
잘 풀릴까요?
아스트라펠:저-기요. 맞게 가고 있네요. 난 알 수 있어요.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실내에 있는데도 갑자기 신선한 공기가 맡아집니다.
시야가 살짝 밝아집니다. 기이한 향기, 안개는 보랏빛을 띠며 마치 스크린처럼 알 수 없는 빛의 조화를 비춥니다.
창밖에서 인간의 것이라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뒤에서 누군가 아주 세게 미는 것처럼, 배는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바다를 가르고 갑니다.
인지에 혼란이 일어납니다. 섬이 가까워지고 있나요, 멀어지고 있나요? 이게 모두 안개 때문인가요?
해안가에 닻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배는 저절로 멈춰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모래는 하얗고, 본 적 없는 식물이 자라나 있습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우릴 향해 누군가 비현실적인 인물이 다가옵니다.
한 발 한 발씩 땅에 딛으면 파도가 발자국을 씻습니다.
어깨 위의 맹금류, 이 섬을 닮은 나뭇잎이 머리 위에 늘어진 모습,
더러운 일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을 것 같은 희고 빛나는 옷자락....
셔반:어서 오시게. 대지와 영혼의 충실한 공존자,
셔반 인사하지.
칸:이 배의 보잘것없는 주인이 신성한 섬의 주인을 뵙습니다.
아스트라펠:별자리와 대지의 영웅에게 예를 갖춥니다. (깊게 고개 숙인다.)
텔리안:(말없이 멍하니 서있다가 줄곳 잡고있던 검 손잡이에서 손을 뗀다.)
아⋯! (함께 고개를 숙인다.)
카르미네:(가슴에 손을 얹고 정중하게 목례한다.)
레우스, 수고 많았어. (어깨 위의 가면 올빼미를 쓰다듬는다.)
텔리안:...덕분에 살았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 전부.
이 자들은 자네들이 없었으면 이곳에 없었을 운명인게야.
칸:용사의 숭고한 정신을 떠올립니다. 엘리나르의 주인이시여, 그들이 저흴 못 찾을 때까지만 이곳에 신세져도 괜찮겠습니까?
이곳은 본디 속죄와 안식의 땅. 그대들이 원하는 만큼 안정을 찾고 가시게.
...자연을 노하게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칸:신성한 해변에 속세의 배를 대는 데에 사죄드리며, 감사를 표합니다.
사무소 직원들아! 외국인들이 내리는 걸 도와줘! 어린애와 임산부, 노인이 있다!
아스트라펠:(고개를 퍼뜩 든다.) 네, 네엣!
텔리안:(입구를 활짝 연다) 차례대로 내려와! 밀지 말고!
거기 어르신, 짐덩이 주쇼.
칸:(지니가 들고 있던 짐을 백사장 위에 쿵, 하고 내려놓는다. 붉은 구름이 다시 램프 속으로 빨려들어가 사라진다.)
카르미네:뛰면 안 돼. (아이들의 손을 잡고 차분히 인솔한다)
발레리아:이쪽입니다, 천천히⋯. (차분히 노인들을 안내한다.)
플루토스는 분명 눈 내리는 겨울이었을 터인데, 이곳은 지리적 위치와 상관없이 따뜻하고 늘 꽃이 피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내려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신기해합니다. 작은 새와 벌레들은 머리 위나 어깨에 앉습니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본 적도 없는 나비들이 날고, 기이할 정도로 털이 부드러운 짐승들이 뛰어다닙니다.
아침을 안 먹었음에도 배가 고프지 않습니다. 이것 또한 신령스러운 힘 덕분일까요? 오히려 기운이 넘칩니다.
배멀미도, 지병도, 모든 고통과 괴로움이 일시적으로 멎습니다....
평화로워야 할 세상이, 이리도 어지러우니...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일거야.
칸:악마의 침입으로 세계가 문란해지는 것을 직접 겪으신 분입니다. (지니가 든 램프를 옷 속에 감춘다.) 주제넘는 말이지만, 어지러운 시대에 태어나 어떻게 진실된 '평화'를 깨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일그러진 땅에서 태어나 그 단맛을 본 적이 없는 자들이기에, 몰이해를 용서하십시오, 용사여.
셔반:그대들의 세상은 더 이상 평화롭지 않다네.
아니지. 세상이 평화로웠던 적은 한 순간도 없었다네. 그러니 그대의 몰이해를 기꺼이 용서하지.
내 많은 말을 할 수 없음에 미안함을 표함세. 하나, 딱 한 가지 말을 하자면...
진실된 평화는 그대들의 선택에 달려있어.
부디 운명을 따르는, 그리고 운명을 거스르는 선택을 하게나.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이 전부라네.
칸:(어떻게 이런 세상에서 평화를 추구하고,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금화 대신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신념을 추구하고, 한참 일그러지고 썩어들어가 빛바랜 자연을 사랑할 수 있는지요?)
(어떻게 육체보다 정신이 중요할 수 있지? 어떻게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행복할 수 있지? 왜 남동생을 살리는 대신 얼굴을 안 보고 죽기를 선택하지?)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저자는 악마의 뿔을 달고 별자리 신이나 할 말을 한다.)
(뒤돌아 식량을 나르고 직원들과 상인들이 있을 곳을 찾는다.)
'용사'의 뒤로 '원로회'라 불리는 노인들이 붙고,
수수한 차림의 드루이드 몇 명이 여러분을 돕습니다. 그 중 수염을 길게 기른 초로의 신사와 그 또래로 보이는 여인은 특히 열심히 플루토스인들을 돕습니다....
내리다가 넘어졌나 보네요.
주세페, 거기 지팡이 떨어진거 없어?
주세페:어이쿠! 여기 있네. 따라오렴, 드루이드들이 치료해줄 거야, 아가야.
포포:잘 챙기시오. 여기서 잃어버린 물건은 찾기 힘드니. 가자.
셔반:...저 두 사람은 아주 좋은 운명이야.
그대들은 어떠한가? 다친 자가 있는가?
가운데 난로 역할을 하는 불을 피우고 그 주변에 모두 동그랗게 둘러앉아 드루이드만의 의식을 따라합니다. 몸과 마음에 활력과 정결을 불어넣고 자연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입니다.
해가 머리 위에 뜹니다. 정오가 찾아오면 숲속 야생동물과 식물을 돌보는 시간입니다.
너무나 평온하고 또 평화로워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이 안에 있으면,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처럼....
대표는 다친 동물들에게 성스러운 숨결을 불어넣어 치료합니다.
셔반:
발동 조건:부상자를 만져 생명의 신령을 부를 수 있습니다.
이제 괜찮을 게다.
따뜻한 정기가 손끝에 몰려들고 나면 새로운 세포가 피어나 피딱지를 만들고, 그 딱지도 금방 떨어집니다. 원래 상처가 없었던 것처럼 치료됩니다.
흰 새 한 마리가 창공을 가르고 엘리나르 영역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 새는 대표가 뻗은 손에 앉습니다. 발목에는 종이 한 장을 매달고 있습니다.
칸:(육체보다 정신이 중요하다고? 반대로 생각해 보자.)
(금화는 실존해도 돈은 실존하지 않는다. 이 세상은 실존하지 않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은 사람들이 서로 총을 겨누게 하고, 반대로 죽을 운명이었던 이를 방주에 태워 구하기도 하지.)
(누군가를 구하는 이유가 그가 내 손에 금화를 쥐어주기 때문이라면....)
대표는 편지를 풀어 접힌 종이를 칸에게 내밉니다.
셔반:선택의 순간은 찰나의 인생에서 여러 모습을 하고 찾아오지.
이번에는 내가 그 역할이로군.
선택하시게. 운명을 따를지, 거스를 것인지.
시간은 무한하지 않아.
칸은 홀린 듯 편지를 펼쳐 읽고 여러분에게 보여줍니다.
브랜든 발레리오 웨스턴을 꺼내주세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드리겠습니다.
부디 저를 찾지 말아주세요.
설령 브랜든이 찾더라도요.
무기 거래를 위해 들른 플루토스 수도 크레이튼, 우리의 거래 상대는 사실 플루토스 독재자 시모 로마노에게 저항하는 반란군이었다.
그는 브랜든과 너무도 닮은 쌍둥이 누나이기도 했다. 한편, 브랜든의 과거가 밝혀졌다. 어린 나이 혁명으로 가문이 몰락하고 외국으로 쫓기듯 망명가 본가로 돈을 부치던 그는 반란군 세력으로 오인받아 체포당한다.
플루토스 혁명, 즉 공화국이 세워진 국가기념일, 나팔이 울리고 반란은 시작된다. 우리는 가장 빠르게 안전한 곳으로 도망친다.
플루토스와 오랜 분쟁으로 불가침 조약을 맺은 드루이드의 섬 엘리나르에 민간인과 외국인을 데리고 내린다. 한숨 돌리다 보면...
베일리:브랜든 발레리오 웨스턴을 꺼내주세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많이 갖고 있진 않아 보이던데, 저택을 받을 수도 없잖냐.
칸:이 밑에 전재산 목록이 나와 있어. 저택을 포함해서 그 안에 있는 몇백 년 된 골동품 전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거라 꽤 값을 쳐줄 거라네.
'집안의 진짜 비상금'이라 지금까지 아껴놓은 건데, 다 죽게 생겼으니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는 모양이지.
핀셔:참내, 진짜 저택째로 준다고? 그 푼수 놈을 그렇게까지 아낄 줄이야.
흠...
값을 쳐 준다면야. 난 간다에 한 표.
칸:형제를 아끼는 것도 맞지만, 그 여잔 이번 반란에 목숨을 걸었으니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아.
그 아버지나, 다른 인연들도. 홀가분해지면 뭐든 포기할 수 있겠지.
텔리안:건네받을 수 있는건 확실한건가? 일이 잘못되면 저택째로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잖아.
어째됐든 저택이 그 땅에 박혀있으니까.
칸:'저택이 그 땅에 박혀 있으니까' 전재산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거야.
집을 헐어도 그 땅까지 부술 순 없지. 그놈들은 집터까지 갖고 있어. 크레이튼 한가운데에 있는 땅이면 1000년 뒤에 팔아도 큰 돈일걸.
날아간 보너스 값은 회수해야지. 나도 간다.
발레리아:자, 잠깐. 걸려있는 금액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꺼내올지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겁니까?
칸:현지 상황을 모르니 아무것도 장담할 수가 없어.
그래도 플랜 몇 가지는 짜는 게 좋겠지....
칸:그래. 배를 아무리 빨리 달려도 항구까지 도착하는 데 꽤 걸려.
텔리안:그리고 방법이야 있겠지. 성지도 들쑤셔보고 나무에도 갇혀봤는데 사람 하나 빼내는게 불가능하다고는 생각 못하겠어.
아스트라펠:그래요.
모든 것을 준다는데 망설일 이유가 있을까요?
발레리아:그것도 그렇⋯ 네요. 이제와서 새삼⋯.
하지만 위험하면 무조건 후퇴입니다! 아셨죠?
칸:엘리나르의 주인이여, 저희는 마지막 의뢰를 완수하러 가렵니다.
부디 저희가 온전히 부탁을 들어줄 수 있기를 빌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셔반:(천천히 한 명씩 눈을 마주한다. 마치 운명을 들여다 보듯이, 아주 천천히...)
이것이 그대들의 선택이로군.
셔반:설령 앞으로 어떤 운명이 닥쳐도 후회하지 않을 텐가?
칸:아뇨, 저희는 불완전하고 못난 인간이기에 아마 후회할 겁니다. 그래도 지금은 결단을 내렸습니다.
셔반:...그대가 어떤 선택을 하든 운명은 변하지 않지.
하나, 흐름은 바꿀 수 있어.
그대들에게 대자연과 운명의 신, 카프리콘의 축복을 내려주지.
칸:감사합니다, 엘리나르의 주인이시여. 가호가 함께하기를.
텔리안:... ...근데 왜이렇게 친절하지. 용사라 그런가?(속닥)
칸:원래 드루이드 섬은 플루토스인이 아니라면 누구에게나 친절하다.
중립국이고, 베풀 의무가 있거든. 그리고 모든 드루이드를 대표하는 곳이라...
새로운 구성원을 받으려면 이미지가 좋아야 해. 여기도 유입 없이는 돌아가지 않으니.
핀셔:그나저나 살면서 용사를 이렇게 많이 볼 줄은 몰랐는데. 열심히 살긴 했나 봐.
텔리안:발바닥에 불나게 돌아다녔으니까. 돈되는 곳이라면 어디든간에.
엘리나르는 여전히 낙원처럼 아름답고 눈부십니다. 타오르는 태양이 일렁입니다.
칸은 램프를 잘 만지다가 주머니에 넣습니다. 출발합시다.
칸부터 배에 차례로 탑니다. 배는 고둥 소리 하나 없이 출항합니다. 올 때보다 갈 때 더 빠른 것 같습니다.
마치 바다가 온몸으로 배를 밀어 주는 것처럼요.
칸이 운전하는 동안, 여러분은 브랜든이 어디에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구해올 것인지 회의합니다.
텔리안:아니, 근데 애초에 구해달라는 걸 보니 그자식 그때 결국 잡힌거냐?
핀셔:아마 우리랑 헤어지고 바로 잡힌 것 같으니까...그 놈들이 뭐라고 했더라?
그러게 말이다. 쓸모없는 놈.
발레리아:정말 돕는 보람이 없는 사람이라니까요.
텔리안:잡혔으면 감옥갔겠지. 탈옥을 도와야하는건가.
핀셔:외국에서도 고향에서도 감옥 신세구만, 그 녀석.
아무나 지능 굴려서 성공하면 브랜든의 위치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핀셔:차라리 처형되는 쪽이 일이 더 편할 텐데. 적당히 보이는 곳으로 알아서 나와 줄 테니까...
모르겠다.
처형됐으면 좋겠네요. 죄목을 늘릴 방법은 없을까요?
핀셔:차라리 도착해서 정보를 모으는 쪽이 나을지도...
핀셔의 말에서 힌트를 얻습니다. '보이는 곳으로 나와 주면 구하기 편하다.
그가 잡혔다면, 확실히 쓸모가 있을 겁니다. 현재 반란군 중 대표격인 인물이 베일리 웨스턴이고, 그는 신원이 거의 완전히 파악된 인물로 추정됩니다. 가택 위치나 동생의 유무가 다 들켜서 군인들이 집에 오가는 모습도 보았으니까요.
다만, 로마노군의 말을 베일리가 쉽게 믿지는 않을 겁니다. '반란을 관두면 동생을 살려주겠다!' 동생이 어디서 뭐하고 있는 줄 알고?
눈앞에서 보여줘야만 인질로서의 가치를 다할 수 있습니다.
마치 자신이 공포에 떠는 모습을 직면하듯....
(ㅇㅈㄹ)
마님, 진짜 똑똑하다.
핀셔:제법 맞는 말이군. 그럼 베일리 쪽이랑 합류해야 하는 건가?
브랜든에게 접촉하기 좋은 쪽이 더 편할 겁니다. 하지만 절반은 반란군으로, 절반은 로마노군으로 붙는 것도 괜찮겠네요.
선택은 여러분의 몫, 위험을 최대한 경감하는 쪽으로 행동합시다.
아스트라펠:음, 둘로 나눠지는 게 역시 좋을 것 같아용!
...건실하게 생긴 사람이 로마노군으로, 아닌 사람이 반란군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용?
텔리안:그때 보니까 군인중에도 나보다 험상굵게 생긴 놈이 있었다고.
핀셔:건실하게 생긴 놈의 기준이 뭔데? 얼굴이 반반하다?
아스트라펠:너무 눈에 띄는 인상은 신원을 증명해야 하니까 안좋을 것 같은데.
흠... 역시 사장이시니까. 사장님이 판단해주시죵?
사장님은 배 모느라 바쁩니다.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텔리안:(건실하게 보이려 노력하는 웃음 지어봄)
엣...
다들 좀 씻고 다니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발레리아에게 찰싹 붙어서 말하기)
칸:반란군 쪽에는 카르미네, 핀셔, 텔리안. 로마노군 쪽에는 아스트라펠, 나, 발레리아다. 아스트라펠:핀셔, 잠깐 손 내밀어 보시겠어용?
발동 조건:보이지 않는 끈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대상은 연결에 동의하거나, 저항할 수단이 없어야 합니다 (묶여 있다거나). 이렇게 연결되면 거리에 관계 없이 대상이 보고 듣는 것을 자신도 보고 들을 수 있게 되고, 대상이나 그 주변에 대해 상황 파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동의해서 연결된 사람은, 마법사와 마치 곁에 있는 것처럼 대화할 수 있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노래를 불러요. 그럼 제가 들을 수 있게 될 거예용!
루비...음...
여기 노래는 할 줄 알지. 어느 정도 외웠으니까.
(손 놔주기...)
칸:그럼 조가 나눠졌으니, 우선 로마노군 쪽은 최대한 빨리 그쪽 군인들과 소통하거나 안쪽을 수색해서 인질이 어디 있는지 찾아. 반란군 쪽은 베일리와 접촉해서 내가 주는 서류에 사인을 받아 오고, 임무를 완수했음을 증명해. 펠과 핀셔가 연결되어 있으니 괜찮겠지?
사장님이 키를 한쪽으로 크게 꺾자, 배가 90도 회전하며 물살을 가릅니다.
흐릿했던 너머가 뚜렷해지면, 총소리도 간헐적으로 귓가에 앵앵거립니다. 닻을 내리고, 숨을 죽입니다.
칸: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세부사항:마법을 이용하여 사소한 효과를 냅니다. 이 주문을 걸며 물건을 만지면, 깨끗이 하거나, 더럽히거나, 덥히거나, 식히거나, 색이나 맛을 바꾸는 등의 간단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물건을 건드리지 않고서 이 주문을 걸면 자기 몸집 이하 크기의 간단한 환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소마법으로 만드는 환상은 척 봐도 환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오락용으로 사용됩니다.
이게 그리 좋은 효과를 주진 못하겠지만....
지니, 내 소마법을 강화해! 직원들을 변장시켜라!
램프를 문지르자 붉은 가스가 뭉쳐 정령이 만들어지고, 그는 여러분의 몸에 소화기를 뿌리듯 후 하고 마법의 기운을 분사합니다.
그러자 여러분의 오래되고 질긴 용병 옷이 플루토스 군복이나 반란군 복장으로 변합니다.
수인들의 귀는 모자로 최대한 숨기고, 흙을 조금씩 묻혀 전투에 참여했음을 표현합니다.
칸:오래 가지 않아. 속전속결로 해결해야 해.
오늘 안엔 데려와야 한다.
핀셔:우린 변장해도 숨어다녀야겠네. 마님, 총알 안 맞게 조심하쇼.
텔리안:하아...(바지 안으로 꼬리를 쑤셔넣는다)
배에서 내립니다. 군인들이 참호에서 숨을 죽인 채 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보입니다.
저 앞에서 싸우는 자들이 곧 이들로 교체될 겁니다.
칸:아스트라펠, 발레리아. 우린 의료병이다. 부상병을 데려온 척할 테니 둘 중 하나가 다친 척을 해라.
아스트라펠:게다가 저를 부축하는 게 더 편하겠죵!
칸:그럼.... (하나, 둘 하고 펠을 어깨로 지탱한다. 발레리아와 키가 맞지 않아 좀 우스운 꼴이 된다.)
부상병, 어서 매트를 까시오!
여기 부상병입니다!
칸은 펠을 요 깔린 땅바닥에 눕히고 의료병인 척 꽤 잘 치료합니다.
그 사이를 틈타, 발레리아가 한번 군인들에게 말을 걸어 인질의 위치를 알아봅시다.
칸:자, 이제 아플 테니까 이걸 물어. 안 그러면 어금니 아작난다.
(걸레를 아스트라펠 입에다 물려 준다.)
...(망설이다가 결국 눈물을 흘리며 문다.)
으븝. 읍. 읍읍.
칸:아프다! 좀만 참아라! (군용 솜을 상처에 쑥 밀어넣는 시늉을 한다)
(소마법으로 가짜 피가 마구 흘러나온다)
아스트라펠:읍!! 읍읍읍!!!! 츠그으여!!!! (차갑다는 뜻이다.)
발레리아:(두 사람을 내버려 두고 주변의 군인을 향해 묻는다. 미안합니다, 펠!) 보고 올립니다. 놈들이 이쪽으로 맹렬하게 전진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질의 위치를 눈치챈 것이 아닐지 의심됩니다. 저지하거나, 인질을 옮길 필요가⋯.
군인:당장 부대장님께 전달하겠다. 간수가 말하길, 인질은 식사를 거부해 지금 극도로 허약한 상태라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들었다. 의무병, 가서 상태를 체크하고 뺨이라도 때려서 인질을 깨워라.
맹렬히 저항하는 인질이어야 저쪽에서도 구하고 싶지 않겠어?
반란군에게 전한다. 베일리 웨스턴의 남동생을 데리고 있다. 험한 꼴을 보기 싫으면 지금 당장 투항하고 인질을 챙겨라.
반복해서 반란군에게 전한다. 베일리 웨스턴의 남동생은 우리 손아귀에....
군인에게 받은 암호 쪽지에는 브랜든의 위치가 도식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유유히 칸 사장님에게로⋯.)
군인: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뭐야, 왜 나한테 가져와?
아세리숲 이정표로부터 동쪽으로 100미터.
이거 못 읽고 있었나?
(끄덕끄덕.)
칸:부상병, 어쩔래? 같이 가겠나, 아니면 여기서 계속 연기?
(끄덕끄덕!!)
부상병이 갑자기 팔팔해졌습니다. 명의입니다. 주변 군인들이 희한하게 쳐다보다가...
"전선이 밀려났다, 사격 준비! 반란군이 돌진한다!"
금방 관심을 끕니다. 우리는 참호를 빙 돌아 인질의 위치로 향합니다...
반란군 차례입니다. 항구 마을에서 조달한 온갖 합판이나 가구로 쌓은 바리케이드가 반쯤 무너져 있습니다.
핀셔, 카르미네, 텔리안은 이미 시체가 가득한 전장에 도착합니다.
말할 수 있나?
파올로:바리케이드 뒤로.... 데려가 줘....
로마노군 놈들, 반란군인지 그냥 마을 사람인지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핀셔:민간인 살상. 이거 뭐 조약 있지 않던가?
그는 사제치고 상당한 거구라, 텔리안과 몸집이 비슷합니다.
플루토스에도 그런 조약이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핀셔:당신네 다른 패거리들은 어디로 갔지? 벌써 다 죽진 않았을 테고.
다리에 총을 맞은 반란군 노인을 데리고 구석으로 갑니다.
파올로:저 안쪽에서 폭탄을 준비하고 있어, 이미 만들어둔 건 다 떨어져서 제조 중이네. 나의 토마소, 아직 어린 소년인데 최전선에서 고생을...
한데...
베일리가 '작전'이 있다며 혼자 사라져선 보이지 않아....
당신네들에게도 공유하지 않은건가?
파올로:그래, 갑자기 혼자서 내린 결단인 듯한데.... 자세히는....
건물 몇 채 뒤로 가자, 간이 천막 아래에서 환자들을 나르고 있습니다. 파올로도 그곳에 데려다 앉혀 놓습니다.
사제님이잖아, 어딜 맞았지?
파올로:무릎 어딘가를 스쳤어. 중요한 핏줄이 있나 보네, 피가 멈추질 않아....
코린나:금방 지혈해 주지. 아니, 그런데, 당신들....
파올로는 안경이 없어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텔리안, 핀셔, 카르미네. 뭐라고 변명하시겠어요?
텔리안:우린 의뢰인을 만나러왔다. 베일리 어디있어?
핀셔:그래. 베일리가 자기 동생 찾아오라고 했다고.
브랜든을 말하는 건가?
코린나:이상하군. 정말로 이상해. 베일리는 조금 전 갑자기 어딘가로 뛰쳐나갔어. 원래도 무력은 그리 강하지 않은 자라 전력에서 빠져도 큰 손실이 없어 허락했지만....
우선 우리가 파악한 인질 위치야. 이 쪽지에 적힌 대로 가 봐.
로마노군의 사주를 받은 건 아니겠지?
맹세해, 정말로 브랜든을 구하러 온 거라고.
텔리안:그렇게 한가하진 않아. (쪽지를 낚아챈다) 우린 의뢰를 수행하러 온거다.
의뢰 끝나면 우리 거거든.
코린나:정말로
인생을 건 선택을 했군, 그 녀석은....
평생 지킨 가문과 그 상징과도 같은 집을 한 번에 넘겨주다니.
텔리안:(팔로 주변을 쓱 흝는다) 여기 인생 안 건 사람 있나?
코린나:정말 그 집을 받게 된다면 반드시 제값에 팔아야 한다.
뭐, 말 정도는 전해 두지.
코린나:하나만 알려 줘, 당신들은 뭐 하는 사람들이지?
이렇게 위험한 곳까지 겨우 의뢰를 위해 찾아온 거야?
텔리안:사장님이라면 분명 그 집 흙먼지까지 긁어서 금값에 파실걸.
코린나:베일리 같이 미덥지 못한 자가 하는 말을 어떻게 믿고.
텔리안:그냥 용병들이다. 의뢰가 아니라 돈을 찾아 온거지.
카르미네:사람을 믿는 게 아닌 거지. 종이랑 펜으로 한 계약이랑 돈을 믿는 거예요.
텔리안:내 말이 그말이야. (바지속에서 꼬리 꿈틀)
아무튼 우린 계약을 했고, 시키는 대로 한다. 그거지.
코린나 씨가 꼬깃꼬깃 접힌 쪽지를 내놓고, 환자를 마저 돌봅니다.
급하게 휘갈긴 글씨로 브랜든의 위치가 나와 있습니다.
사제를 짊어지고 달려왔던 텔리안의 어깨에 아직도 무게감이 있습니다.
이곳에 도착한 이래 무력을 쓴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어쩐지 이제까지의 모든 의뢰 중 가장 고달프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레이튼 한복판 금싸라기땅의 역사와 전통이 숨쉬는 그 저택!
그것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인생 펼 거예요!
칸, 아스트라펠, 발레리아. 군인처럼 각도를 맞춰 가다가 저 멀리에서 뛰어오는 반란군 차림의 셋을 발견합니다.
서로를 마주치기 직전, 눈에 보이는 것은....
수레 위 철창, 그 안에서 탈진해 죽어가는 브랜든.
얼굴엔 흙먼지가 가득하고,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좀 더 깡말라 있습니다.
수레 옆에 총을 맞은 채 차갑게 식은 지 좀 됐습니다.
태워준다고 했을 때 탔으면 얼마나 좋냐, 그랬으면 지금쯤 엘리나르에서 축하 파티나 하고 있었을 텐데.(속닥속닥)
없습니다. 원래 여러 명이었던 것이, 전세가 급박해지자 한 명만 남기고 다 전투에 투입된 모양입니다.
텔리안:우리야 감사하지. 야, 브랜든! 살아있냐?
발레리아:아직 죽진 않았을 겁니다. 이봐요! 브랜든!
점점 눈이 감겨 가는 브랜든입니다. 힘겨운지 겨우 입을 열려고 하다가....
키, 얼굴, 체형, 모든 게 놀랄 만큼 똑같은,
당장 데려가세요. 시간이 없어요.
그 편지로는 법적 효력이 부족하거든요.
칸은 '또다른 브랜든'에게 기다란 종이를 넘기고 펜을 쥐여 줍니다.
칸:그게 유서로 인정된다면 제대로 상속받을 수 있겠지만.
만에 하나 아닐 수도 있으니까?
사장님은 이 상황에도 찡긋 윙크를 해 보입니다.
???:(기다란 종이와 칸을 번갈아 본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처리는 확실하시네요.
텔리안:확실한게 좋잖아. 그래야 우리도 얘를 '확실히'구하지 않겠어?
???:... (펜을 들고 크게 숨을 들이쉰다. 천천히 눈꺼풀을 감고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한다.)
(1초, 2초, 3초... 마침내 결심을 했는지, 손을 움직이려는 찰나...)
브랜든:...그만, 둬... (잔뜩 갈라진 목소리다.)
???:... 닥쳐. 넌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르잖아.
(펜을 잡은 손이 떨린다. 그러나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어서 빨리 끝내야만 한다. 하지만...)
브랜든:그만, 하라고... (아까보다 더 갈라졌지만 커진 목소리. 팔로 베일리의 옷자락을 잡는 것이 고작이다.)
???:제발 닥치라니까!! (품에서 단검을 꺼내 브랜든의 얼굴에 겨눈다.)
다신 나 안보고 싶어? 이깟게 뭐라고... 뭐라고 나를 막는 거야...
이번만큼은 누나로서 분발하게 해줘...
(단검을 떨어트린다. 벅차오르는 눈물을 참고 다시 손에 펜을 쥔다.)
제발 나를 막지 말아줘...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거칠게 이름을 새긴다.)
…이제 됐어요.
핀셔 요원, 이 자물쇠 좀 따 주게.
발동 조건:누군가의 금전이나 물건을 훔칠 때 +민 판정을 합니다.
굴림:10
효과:아무 문제 없이 해냅니다.
살다살다 사람을 다 훔쳐 보네.
칸은 서류를 낚아채 베일리에게 이국의 신사처럼 인사하고 빙긋 웃습니다. 핀셔는 말 그대로 전문가처럼 자물쇠를 깨끗하게 따서, 깡말라 산송장 몰골이 된 브랜든을 꺼냅니다.
호수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반해 빠져 죽었다는 아름다운 인간 이야기.
슬프고 비장한 얼굴을 한 '또 다른 브랜든'은 수레에 올라타 창살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곧 '또 다른 브랜든'에서 '그냥 브랜든'이 됩니다.
수고하쇼, 누님.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옅게 웃는다.)
칸:그래, 됐다. 우리와도 다시는 보지 말자.
칸:의료병으로 위장해서 참 다행이지? (어디선가 들것이 나온다. 시체나 부상자로 위장해서 갈 심산인 것 같다.)
실어라.
텔리안:(브랜든을 번쩍 든다) 이거 더 가벼워졌네.
칸:(거적을 덮자 영락없는 시체다. 브랜든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발레리아! 너도 의료병이니 앞에서 들어라.
펠은 중간중간 부상병 상태 체크하고. 그럼 가볼까? 반란군과 로마노군이 섞여 있으니, 이 조합의 실감나는 연기를 위해 전장을 달릴 거야. 괜찮냐?
발레리아:(다가가 함께 브랜든을 든다.) 문제 없습니다.
칸:외곽으로 돌아 가면 분명 눈에 띌 테니까, 날 용서해라.
그럼, 준비됐지?
텔리안:용서, 엉? 용서까지? 뭘 하려는거야?(어리둥절; 일단 뛸 준비한다..)
브랜든을 부상병으로 위장해 들것에 올리고, 전장 한복판을 지납니다. 달리는 발걸음은 분주하고 또 처절합니다. 우회로를 선택하는 게 더 좋았을 거란 후회가 들 정도입니다.
전원, 민첩 판정. 실패시
3피해, 장갑 적용.
7~9가 나오면 2 피해만 받는 걸로 합니다.
브랜든은 실려 있으므로 제외합니다. 모두 혼신을 다해 달립니다. 종종 총알이 어깨나 옆구리, 허벅지를 스칩니다. 비명이 나올 만큼 아프지만, 익숙한 통증입니다.
함성 소리, 총칼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 화난 사람들이 서로 밀치고 악쓰는 소리, 진흙과 피가 섞여 튀는 소리.
인생을 되돌아봅니다. 철과 철이 부딪치는 소리를 들은 시간이, 그런 것 따위 모르고 산 세월보다 길지 않습니까?
전쟁에서 태어난 우리는 이 자리에 서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전쟁을 겪었습니까?
앞으로 우리는 또 얼마나 지독하고 무한한 싸움을 하게 될까요?
싸움이 뭔지, 어딘가에 목숨을 거는 감각이 뭔지, 전부 잊고 사는 날이 언젠가는 우리에게도 찾아올까요?
현재의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카스턴셔 해변가의 파도는 잔잔하지만, 거기 서 있는 우리의 삶도 그만큼 잔잔한 것은 아닙니다.
돈을 버는 법을 알았다고 해서 돈을 잘 쓰는 법도 깨우친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 아무리 많은 몫을 챙겼다고 해도 시체 더미 위에 세워진 이 세상은 우리를 다시 전쟁터로 내몰 겁니다.
우리는 또 빵 한 조각, 흙탕물이 섞인 맥주 한 모금을 입안에 넣기 위해 무언가 죽이고 그 살을 챙겨 금화로 바꿔 올 겁니다.
이 사람들도 같습니다. 모두 자신만의 빵, 자신만의 맥주, 자신만의 금화를 위해 싸웁니다. 그저 신념이니 충성이니 전통이니 자유니 하는 자신만의 이름을 붙일 뿐입니다.
모두가 한껏 찡그린 표정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군가, 옛 플루토스 국가, 또 투쟁가, 다시 군가, 싸우기 위한 노래들,
힘과 힘이 부딪칩니다. 노랫소리가 어지럽게 섞입니다.
반란군은 옛 왕실 문장을 들고, 로마노군은 공화정 국기를 듭니다. 둘 다 흙에 구르고 피에 젖어 엉망입니다.
금속이 천과 살을 가르고, 뜨거운 피가 허공에 흩뿌려지고 바닥에 뿌려집니다. 회전하는 뜨거운 탄환이 인간의 가슴을 뚫습니다. 총성은 듣기만 해도 코가 매캐해집니다.
싸움은 계속될 겁니다. 뒤집혀 어느 한 쪽이 부정의, 어느 한 쪽이 정의가 되기 전까지.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니,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종국에 깃발을 치켜든 쪽이 정의가 될 뿐입니다.
모르겠습니다. 국군은 끝없이 밀려오고, 반란군은 슬슬 쪽수가 모자라 밀려납니다. 처음에야 강세였지만 대부분의 인력이 부상을 입거나 너무 지친 지금은 승리를 장답할 수 없습니다.
성공하지 못해도, 언젠가는 무의미해 보이는 이 싸움에 의미가 생길까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이 싸움과 그에 얽힌 생경한 죽음의 현장을 두 눈으로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싸움에서는 누구도 이기지 못합니다. 단지 이겼다고 착각할 뿐입니다.
누구나 어딘가에는 상처를 입습니다. 매일같이 손에 피를 적신 우리가 그에 대해 아무렇지 않아한다고 정말 그 모든 일이 아무것도 아니라곤 할 수 없습니다.
누구도 죽지 않는 싸움은요? 그런 게 있을까요?
사람이 죽고 쓰러지는 싸움보다도 더 많은 피와, 더 많은 금화, 더 많은 빵,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내일은? 모레는? 1년 뒤에는? 10년 뒤에는?
언제 우리는 카스턴셔 해변에 앉아 새빨간 석양을 보고 거기에서 우리가 흘린 피를 연상하지 않는 날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왕궁의 영광은 꺼지지 않으리! 플루토스 왕국 만세!"
"....! ....! ... ... ..."
전장을 지났습니다. 참호에 있던 군인은 부상병을 제외하고 아무도 남지 않았습니다. 모두 최전방으로 달려가 싸우는 모양입니다.
정신없이 뛰고 나니 아드레날린 탓에 아까는 느껴지지 않던 고통이 뒤늦게 살갗을 파고듭니다. 빠르게 배 위에 올라탑니다. 브랜든을 올리고 나면 사장님과 발레리아가 땀에 젖은 군복을 벗어 내던집니다.
칸:됐다, 확인했어. 출항할 거다. 목적지는 카스턴셔 본사야.
이견 있나?
텔리안:야, 브랜든. 도착하기전에 죽기 싫으면 이거라도 녹여먹어. (입에 육포 한조각 뚝 잘라 넣어준다)
사장님은 너무 뛰어 터번에 땀이 찼는지 풀어서 옷 둔 자리에 던져 버리고 선장실로 성큼성큼 걸어갑니다.
악마의 힘으로 배가 굴러갑니다. 벌써 석양이 지려 합니다. 플루토스는 카스턴셔보다 해가 짧습니다.
멍하니 해만 쳐다볼 시간은 없습니다. 부상자를 치료해야 하고, 지친 만큼 먹어야 하고, 또 쉬어야 합니다.
한가하게도 멀미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고, 이번에 받을 정산금을 생각하는 이도 있습니다.
칸이 눈에 들어오는 햇빛이 부셔 손날로 눈썹 위를 가립니다. 키를 크게 돌리자, 배가 좌회전하며 카스턴셔 항구가 멀어집니다.
함성도 멀어집니다. 우리는 해가 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까의 참혹한 광경과 피 터지는 싸움은 전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 차가운 파도만이 배 아랫부분을 어루만집니다.
새 몇 마리가 지나갑니다. 전서구도 무엇도 아닌 평범한 바다새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몰도 끝나고, 별과 달이 뜹니다.
갑판에 서서 그 광경을 봅니다. 파도 소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저녁의 바다 한가운데 우리가 떠 있습니다.
텔리안:(또 달을 보고 하울링한다. 지치지도 않나!)
텔리안:원래 달 뜨면 퍼자기 바쁘니까. (머리 북북)
오늘 달은 뭔가 신성한 느낌이네~ 보고 온게 있어서 그런가?
발레리아:하긴, 그 난리를 겪었으니 그런 감상이 드는 것도 이상하진 않네요.
살아있군요, 저희⋯.
아닌가? 맞은 놈 있던가?
텔리안:여기. (팔뚝 망토자락으로 동여매놨다)
발레리아:그것도 대부분 스친 정도였죠. 용사님의 가호 덕분일까요?
핀셔:거기 사는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 옛날 혁명처럼.
텔리안:어찌 됐든간에 더이상 평화롭진 않을거다.
아스트라펠:없었어요. 평화란 건, 단 한 번도.
그저 하루하루 살아남는 거죠.
텔리안:알아. (바지 밖에 편하게 꺼내둔 꼬리를 살랑거린다) 언젠가는 있었다고 생각하면서 사는거야.
칸:(선장실에서 나온다. 불 붙은 시가를 입에 물고 있다.)
이제 잠시 바람이 안정됐다. 부선장에게 항해는 맡겨 놨으니 걱정 말고.
(지니가 운전하는 모양이다.)
너희들 감사할 게 없으면 카프리콘한테 감사해라.
난 나한테 감사할래. 감사할 일이 아주 많거든.
하도 정신이 없어서 잊고 있었구만.
텔리안: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귀 쫑긋대며 묵념하는 시늉)
텔리안:(눈을 감고있다) 속으로 생각하면 되는거 아닌가?
칸:방법이 무슨 상관이야. 감사하기만 하면 그만이지.
형식이 틀렸다고 목소릴 못 듣는 신이면, 그놈 잘못 아닌가?
텔리안:그런말 하다 신벌 받는다, 사장님. 난 하얀달만 생각하면 아직도 무서워.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겠어? 정말 신벌이 있었다면 로마노에게 벼락이라도 쏴 주셨겠지. 신을 부정했으니.
텔리안:업보라는게 있잖아. 죽으면 받는 심판이랬던가.
칸:그건 죽어 봐야 아는 법! 그리고 난 천년만년 살 테다.
카르미네:(지겹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텔리안:와, 사장님은 진짜 그럴 것 같아서 무섭다.
발레리아:천년만년이라, 그렇게 오래 살아서 뭐하시려고요?
시간이 남으면, 소원을 들어주고 다닐까?
칸:악마와 오래 살다 보니 사고가 점점 그놈이랑 비슷해지는 모양이야.
뭐, '진짜 부자'는 신이랑 별로 다를 바도 없다.
텔리안:크흐흐, 맞는 말이야. 돈만 있느면 구름 위에 숨어서 벼락도 내릴수있지.
칸:이번 일이 끝나면 다들 고생이 많았으니 휴가를 주마.
그 저택은 되는 대로 빨리 돈으로 바꿔 올 건데, 복잡한 일 만들기 싫으니 몇 달 후쯤 나 혼자 다녀오지.
칸:새로운 캐릭터 만드는 데 정교한 기술과 시간이 필요하거든.
텔리안:그쪽에서 만난 사람이 저택 최대한 비싸게 팔아먹으래.
귀한거랬나. 의미가 어쩌고, 인생이 저러쿵.
칸:부동산은 부동산일 뿐, 무슨 의미는 의미.
텔리안:그럼, 그럼. 가문이나 집 같은건 인생이 아니야.
밥 든든히 먹고 두눈 멀쩡히 뜬 채로 살아있는게 인생이지.
카르미네:(피식 웃는다) 인생 참 단순하네요.
텔리안:아~ 배고프다. 어니스트가 쪄준 랍스터 구이 먹고싶어.
브랜든! 육포 다 먹었냐?
뭐야, 이새끼? 하나도 안먹었네. 내가 꼭꼭 녹여먹으랬지!
핀셔:육포를 어떻게 녹여? 산성 침이라도 나오냐?
함성 소리의 그 구호가 뭐였는지도 흐릿해졌습니다.
분명 전장에 있을 땐 목숨 걸고 외웠는데요. 눈앞에 없으니 금방 잊는 게 참 단순합니다.
꿈을 꾸고 온 것처럼 몽롱하게 느끼면, 살갗의 덜 나은 상처가 찌릿하고 아파 오며 "전부 현실이야!" 하고 말해줍니다.
물결이 찰랑이고 밤하늘은 빛납니다. 일출까진 아직 한참 남았습니다.
적어도 우리에겐 중요하지 않습니다. 베일리가 실패했든, 성공했든, 그 땅과 그 집은 우리 겁니다.
하지만 우리 중 적어도 하나는 배를 타고 오는 내내 온종일 울었습니다.
그 한 명의 눈물이면 베일리는 만족했을 겁니다.
베일리가 죽어도 그 다음에 나타날 누군가는 그가 끝마치지 못한 과업을 이루려고 할 겁니다.
그 또한 실패한다고 해도, 시모 로마노는 언젠가 무너집니다.
누구든 권력을 얻으면 맛이 간다고 합니다. 시모 로마노는 정말로 구름 위에 타 벼락이라도 쏴 댔던 걸까요?
아마 아니었을 겁니다. 구름 대신 성의 가장 높은 방에 앉아서, 벼락 대신 그것보다 무서운 손가락으로 창과 총을 든 인간을 부렸을 겁니다.
전부 착각이고 허상입니다. 영원한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주머니에 들어찬 싸구려 정산금도, 불면 사라질 것 같은 이 목숨도,
우릴 맞이하는 건 익숙한 노포의 문틈으로 새나오는 노란 불빛입니다.
10장. 불쌍한 사람들 Les Miserables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평온한 곳, 아름다운 드루이드의 섬. 별빛이 밝아 낮이 부럽지 않다. 염소 신격의 새카만 머리카락이 굽이친다.
인간은 어리석으면서 총명하기도 하지.
때로는 운명을 뻔히 알면서도 거스르는 선택을 하는 반면,
때로는 운명을 한 치 앞도 모른 채로 따르는 선택을 하기도 해.
다만 그 누구도….
운명의 끝은 알 수 없어.
셔반:시냇물에 끝이 있던가? 시냇물에서 이어지는 강에는 끝이 있던가? 강에서 호수로, 호수에서 바다로...
운명, 혹은 인생은 하나의 바다이니라.
우리는 그런 운명을 이 땅에서 두 발을 딛고 지켜보는 자들이지.
그렇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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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반:...또 제가 없는 사이 사고를 치셨습니까.
신령 나시라:사고라니? 하하!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 구나.
나는 너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 누누히 말했건만.
셔반: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제발 제 모습으로 외부인을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는데...
신령 나시라:어쩔 수 없지 않느냐. 우린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사이이거늘.
더군다나 혼마저 이어져 있는데 어찌 모습을 쉬이 바꾸겠어.
셔반:(한숨을 쉰다.) 말이 통하지 않는군요.
셔반:대지와 신령의 충실한 공존자, 셔반 인사합니다. (짧게 예를 갖추어 목례를 합니다)
신령 나시라:대지와 영혼의 충실한 공존자, 나시라 인사하지.
...어떻느냐. 네가 그토록 미워하던 자의 핏줄들이 맞이한 운명이다.
거스르는 자, 따르는 자... 한날한시에 태어났음에도 상반된 하나의 운명을 타고났다.
신령 나시라:이것은 애석하면서도 정말 당연한 이치.
그 누구도 같은 운명을 타고날 수는 없어.
높은 탑에서는 마을을 볼 수 있지만, 정작 탑은 볼 수 없듯이.
나는 남을 볼 수 있지만, 나는 볼 수 없듯이.
운명도 그러하단다.
만일 거울을 보듯이 자신의 운명을 비추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가.
신령 나시라:그 어떤 거울도, 하물며 란의 거울을 빌리더라도 그러한 일은 있을 수 없지.
모든 것은 카프리콘 님만이 아신다.
...셔반, 너의 운명이 궁금하지 않느냐.
셔반:옛적에 현신하셨을 때의 질문을 하시는군요.
지금도 저의 대답은 같습니다. 앞으로도 변함 없으리라 장담합니다.
신령 나시라:... 왜 네가 대표가 되었는지 알겠구나.
때가 오고 있단다. 곧 동이 틀 게야.
셔반, 부디 남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거라.
...이리 말하지 않더라도 너라면 잘 하리라 믿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