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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환일식] 1장 성스러운 순례

ORPG 플레이로그/던전월드

by pak. 2025. 6. 3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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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6. 30.
별조각용사단 월드 세 번째 캠페인
1장. 성스러운 순례
세상은 이제 더 이상 평화롭지 않습니다....
....
.......
?:뭐야, 대본을 잘못 가져다 놨잖아? 누구 짓이야?
이봐. 나는 존댓말 따위 쓰지 않을 거야. 나는 수감자 인권 따위에 요만큼의 관심도 없단 말이다.
내가 누구냐고? 다 알잖아?
망령:음유시인.
음유시인:그래. 처음부터 너희와 함께했던 음유시인.
그리고 너희는 과거의 망령에 불과해. 왜냐하면 너흰 아는 게 너무 없거든.
마지막 업데이트가.... 마계 전쟁 17년 후, 즉 커랜드력 기준으로 엘라나 29년이군? 칸 사장이 갑자기 실종되고 칸카르미네 사무소가 해체되었던 그날 말이야.
머릿속 세계지도가 깜빡깜빡하고 흐려지지 않나? 캐릭터를 만들려고 해도 모든 게 멀게만 느껴지고. 다 알고 있어. 그러니까 너희가 과거의 망령이라는 거다. 내가 너희를 플레이어로 만들어 주지. 이번 여정도 아주 기니까 중간에 길을 잃지 않게 도와준다는 거다.
망령:망령은 뭘 할 수 있지?
음유시인:내 얘기를 듣고 모르는 게 있으면 질문하거나 딴지를 걸어. 망령에게 주제넘은 짓이라도 너그럽게 용서해 주겠어.
긴 이야기를 시작해야겠군. 평생 감옥에서 썩거나, 머리와 몸이 곧 작별을 고할 예정이었던 일곱 명의 쓰레기들이 왜 열두 과업과 순례로 하찮은 목숨을 살 수 있게 되었는지.
너희는 이 이야기를 알아야만 해. 커랜드인이 이 얘기를 하나도 모르면 간첩이니까.
엘라나 39년까지는, 전후 시대를 태평성대라곤 말할 수 없겠지만(너희가 하루에 블러디 헬! 을 몇 번이나 외쳤는지 세어 본 적 있냐?) 비교적 평화로웠어. 엘라나 국왕은 ‘분쟁’을 피했어. 커랜드인 스타일로 조금 미화해서 말하자면, ‘평화'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마계와의 전쟁에 정면으로 대처하고 그 후 엉망이 된 세계를 복구하기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이 충분했기 때문에, 엘라나는 압도적 왕권을 손에 쥐고 전부 찍어눌렀어. 왕실과 정계를 고압적으로 평정하는 그만의 방식은 주변 나라와의 외교에서도 마찬가지였어. ‘세계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
플루토스가 시모 로마노 총통 암살로 무정부 상태에 빠진 후에도 커랜드의 압박으로 허망할 만큼 쉽게 군주제를 부활시켰잖아. 그전의 십몇 년에 달하는 플루토스 내전에서 카스턴셔와 함께 잘도 무기와 용병을 팔아 전쟁 특수를 뽑아먹었으면서 말이야.
음유시인:찬란했던 플루토스의 전통 예술 대가 끊기고, 그렇게 사치스러웠던 셔반과 브랜든의 고향 길거리가 칙칙해진 것도 벽의 금 장식과 조각상을 헐값에 커랜드에 팔아넘겨야만 나라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야.
블...뭔가 하는 사무소 여러분도 그 특혜를 톡톡히 봤던 엘라나의 개들 중 하나였지. 아니었던 척은 관두라고. 너흰 배고팠고, 빈 내장을 채우려면 칸 사장을 따라야 했잖아.
커랜드 내부에서 엘라나는 어떤 왕이었나 보자. 교통이 잘 닿지 않는 오지, 특히 특정 종족이나 민족이 역사를 가지고 살아가는 땅에는 최대한 그 지역의 자치권을 인정해 주면서 동시에 적절한 세금을 걷고 지원과 개발로 돌려주었어. 원주민과 현지인의 대표들에게 귀족 작위를 수여해 일종의 ‘영지’로 인정해 주며 공생했지.
이를테면 엘프 숲의 역사에 대해 말해 볼까! 엘프 마을은 모든 엘프 숲에 흩어져 있잖아. 마을마다 촌장이 존재하고, 그 촌장들이 모두 모여 엘프 자치회를 꾸렸지.
자치회는 엘프 숲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흩어진 엘프 전체의 안위에 대해 논하는 중요한 모임이야. 엘프들이 커랜드 왕실과 유착관계를 맺은 이천 년 전부터 자치회 장로는 대대로 커랜드 남작 작위를 가져. '엘프 숲'이라는 영지의 자치권을 가진, 서류상의 명예귀족 같은 존재랄까.
그런데 나름 평화롭게 진행되던 장로 교체가 피로 얼룩지는 사건이 있었어. 너희도 전부 알잖아, 마계와의 전쟁에서 촌장 피로살이 악마에 빠져 마을을 전부 제물로 바쳤던 일. 그는 매우 합법적인 절차로 뽑힌 자치회의 장로였어.
음유시인:그걸로 기존 체제에 의문이 제기되어서, 5년이 넘도록 다음 장로가 공석으로 남은 채 논란이 있었고.... 커랜드 귀족 작위를 수여받을 사람이 없으니 주인 없는 땅이라는 명목으로 엘프 숲에 외부인이 침략해 오는 사고가 일어났어.
이 사태 이후, 엘라나는 장로 한 명이 아닌 엘프 자치회 전체에 작위를 수여했어. 커랜드 왕국의 오랜 역사를 전부 통틀어서 개인이 아닌 단체가 작위를 수여받는 일은 처음이었어. 중요한 건 엘프 얘기가 아니라, 그만큼 엘라나는 압도적인 권력으로 전에 없던 혁신과 실용주의 정책을 펼친 왕이었다는 거야.
아, 죽은 사람 얘기를 너무 했군. 아무튼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 또 하나의 시대가 저물었다. 엘라나가 지병으로 죽었으니까.
너희가 얼마나 잘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엘라나 여왕의 배우자인 부마 '윌리엄 커랜드'는 귀족들을 등에 업은 야심가야. 커랜드의 2인자이자 큰손 우파 정치인이었지.
별명은 '왕실의 고상한 여우'.... 웩, 유치하긴. 대단한 미남이었고 중상모략 실력이 빼어났거든.
엘라나와 부마 사이에는 네 명의 자식이 있었어. 첫째는 한날한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 로아 공주와 로우 왕자. 나머지 둘은 그리 똑똑하지도 않았고 정치에 큰 뜻이 없었어. 어차피 쌍둥이 중 하나가 왕이 될 게 뻔했으니.
음유시인:엘라나는 국왕 시절 총명한 쌍둥이를 똑같이 아끼며 키웠어. 그리고, 죽을 때까지 후계자를 명확하게 지정하지 않았어. 선왕의 유언은 이래.
나의 사랑스런 두 맏이들, 이 어미는 너희를 똑같이 사랑한단다.
음유시인:당연히 왕실뿐만 아닌 온 나라가 뒤집어졌고 누가 후계인지에 대해 길고 지루한 논쟁이 시작됐다.
처음엔 '둘 중 누가 먼저 태어났는가? 누가 진짜 제1후계, 즉 적통인가?'에 대한 논쟁이었는데, 엘라나가 아이를 낳을 때 곁에 있던 산파와 왕족 의료진은 이미 전부 쥐도새도 모르게 암살당했다. 당연하게도 '진짜 동생인 쪽'의 지지 세력이 미리 손을 썼던 것이다. 쌍둥이를 직접 낳은 엘라나 커랜드가 사망했으니 둘 중 어느 쪽이 먼저 빛을 보게 되었는지는 영영 미궁으로 빠지게 되었다.
다음 왕이 공석으로 남아 있던 동안 최고의 기회주의자 윌리엄 커랜드가 왕좌를 차지하고 그의 직계와 방계 가문들, 그리고 그를 따르던 귀족들은 한순간에 나라를 손에 얻었다.
왕좌에 앉은 귀족들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이익을 취했고, 가능한 그들의 영광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한 논의가 끝나면 계속해서 새로운 주제와 근거를 꺼내 후계자 논쟁을 질질 끌었다.
제1후계자 논쟁은 무려 10년간 이어졌다. 셀 수 없을 만큼 잦은 내전이 있었다. 윌리엄은 전쟁 사업으로도 돈을 벌었다. 이 혼란스러운 십 년을 '귀족통치', 멸칭으로는 '여우의 시대'라고 부른다.
십 년차가 되는 날, 마침내 후계 논쟁이 끝났다.
음유시인:무승부였다.
망령:무승부?
음유시인:그들은 '쌍둥이 공동 왕'으로 즉위했다. 아주 오랜 시간 통일 왕국이었던 커랜드는 반으로 쪼개졌다.
표면적으로 그들은 '공동 왕'으로 불리나, 이제 동커랜드와 서커랜드는 서로 완전히 다른 나라에 불과하다.
전통, 종교, 기존 질서를 추대하는 서커랜드. 보수파였던 공주, 즉 로아 국왕은 솔과 란 교단을 등에 업고 기존 수도 커랜드 알파와 고위 귀족들, 천 년이 넘는 찬란한 문화유산을 차지했다.
혁신, 자주, 연합 통치를 이념으로 삼은 동커랜드. 개혁파였던 왕자, 즉 로우 국왕은 수많은 커랜드 소수민족에게 자치권을 약속하며 학문의 도시 커랜드 베타, 크리스탈 루비와 광활한 자연, 가능성의 대지를 얻어냈다.
동서 체제가 자리잡은지 약 일 년, 나라가 반으로 쪼개진 후에도 국경 땅따먹기 전쟁은 끊이지 않았다.
그동안 고인 물이 썩듯 서커랜드의 귀족계와 종교계는 각종 비리로 문드러졌다.
음유시인:동커랜드는 아득한 수준의 미개발지와 도로도 제대로 깔리지 않은 거대한 영토를 떠안았고,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남방국 침략과 소수민족의 자치 및 독립 요구를 들어 주어야만 했다.
그리고, 약 일주일 전.
종교계의 거대한 상징, 지지 않는 태양으로 불리던 성인(Saint) 옥타비아가 사망했다.
그의 나이 향년 100세였다.
그의 사인을 두고서도 동커랜드와 서커랜드는 갑론을박했다. 서커랜드 귀족과 성직자들은 동커랜드 무신론자들이 암살했다 강력히 주장했지만,
그의 몸 어느 곳에도 외상은 없었고, 독살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너무 늙었다. 영원한 태양은 없다.
음유시인:일주일간 피터지는 견제가 지속되었다.
옥타비아를 죽인 것은 누구인가?
...
일주일이 되는 시점에, 모든 종교계를 대표하는 자, 솔 교황이 나서 전 세계에 발표했다.
이는 인류 전체의 죄다.
하늘이 노해 지지 않는 태양을 쏘아 떨어트렸다.
음유시인:그 죄를 대신 사해 줄 자 없는가? 증오와 전쟁만이 가득한 시대, 인류의 과업을 짊어질 자 없는가? 그들은 인류 전체의 구원자가 될 테다.
...
.......
아니, 생각을 해 보라고. 그렇게 뭐만 하면 암투를 해 대고, 서로 모함하고 죽이느라 별의별 인간들이 사상범으로 감옥에 가고, 전쟁하느라 국고는 텅텅 비고,
감옥이 미어터지지 않았겠어? 너희, 망령들이 대답 좀 해 봐. 수감자로 아주 꽉 차서 바글바글하지 않디? 밥은 제대로 주냐? 이틀에 한 번이나 딱딱한 빵에 물을 적셔 먹으면 다행 아니었어?
그냥 감옥을 좀 비워야 했어. 솔 교황이 로비를 받았거든. 너희 솔 교단 상징이 황금인 것쯤은 알잖아, 왜겠냐. 얼마나 돈을 좋아하는데.
망령:내가 아는 솔 교단이랑 많이 다른데.
음유시인:그야 네가 아는 솔 교단은 통일 커랜드의 빛나는 섬에 세워진 상앗빛 신전이고,
이 솔 교단은 서커랜드를 지배하는 제2세력이자 뇌물과 구닥다리 질서의 온상이니까.
망령:말도 안돼!
어쩌다 그렇게 됐지?
어렵지도 않은 일이지.
음유시인:나도 궁금해. 뭐, 권력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
망령:영원한 영광은 존재하지 않아.
반짝인 죄, 반짝인 벌.
금 왕관 쓴 게 죄요, 허리 숙인 게 벌일지어니-
나도 금 좋아해!
다 닥쳐봐.
그래서, 음유시인.
망령:요점이 뭐지?
음유시인:그 뒤로는 너희가 아는 대로야. 전국 감옥과 교도소에서 순례를 떠날 이를 모집했어. 사형수와 무기징역수가 12개의 과업을 이루어 내면 자유의 몸이 된다.
꽤나 달콤했겠지.
망령:12개나? 쉽지 않겠는데.
음유시인:여긴 서커랜드 최남단, 국경 지대의 교도소야. 일 년 전에 이 교도소가 어디 속하는지에 대해 엄청나게 분란이 있었어. 수많은 죄수들을 동쪽과 서쪽 중 어디에서 떠안을지 말이야.
망령:지루하고 의미없어.
어느 쪽도 빵을 더 주지는 않지.
음유시인:그래서 너희의 출신은 다양해. 커랜드 서쪽, 동쪽, 남쪽과 북쪽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있다고 들었어. 아니, 다른 차원에서 온 존재도 있다던데?
....
이제 너희 나만큼 아는 것 같아.
과거의 망령으로 남을 텐가?
현재를 살아갈 텐가?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텐가?
망령:이게 끝이야? 아니, 이게 시작이야?
그럼 내가 알던 세상은? 하나였던 커랜드는? 전설 속 위대한 일곱 용사들과 위인들, 신령과 요정들은? 흙이 섞인 맥주와 랍스터 구이는?
살아있는 것들은 왜 이렇게 빨리 변하는거야?
살아있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다는 진리만이 변하지 않는다네.
애달픈 일이지.
망령:비애를 느끼는가?
슬퍼 죽겠다.
참! 나는 이미 죽은 몸이지.
슬퍼하고 싶군. 그럼 다시 살아야겠지.
빨간 커튼을 열어.
무대에 올라가 실컷 노래를 불러야지…
망령:아, 지루해.
시놉시스는 그만 읊어줄래?
슬슬 시작하자!
음유시인:좋아. 그러면,
조명을 켜.
....
.......
..........
어두운 감옥은 언제나 약간 습하다. 족쇄에 맺힌 쇠사슬이 기분나쁘게 바닥을 기는 소리가 난다. 무기징역수와 사형수에게는 익숙한 일이다.
그들은 모두 공고를 보고 지원한 자다.
어떤 이유였든, 그들은 반드시 이 지긋지긋한 감옥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솔직히 이유가 어디 있어? 하루만 갇혀도 미칠 것 같은 장소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건 당연하다.
그들의 발목은 방구석의 걸쇄에서 풀려났다. 짧아진 사슬은 걸어다니는 데에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아아,
자유다.
그렇게 텁텁한 공기를 들이쉬고 있으면....
땅딸보 간수:남부 제7감옥에서는 총 일곱이 선출되었다지.
여러 조건을 다 따진 결과야. 자원한다고 무조건 통과되는 건 아니라고.
'얼룩덜룩 얼굴' 잡범:나도 나가고 싶었는데!
땅딸보 간수:에잇, 네놈은 어차피 반 년만 있으면 나갈 텐데 무슨 생고생을.
이 이름들 아냐? 마침 저기 있네.
하여간 비주얼도 희한해. 괴짜 모임 같다니까.
'얼룩덜룩 얼굴' 잡범:'그슬비늘', '마리카', '키스라셋'? 아니, 얘넬 어떻게 몰라?
당연히 전부 알고 있지! 난 감옥에서 제일 끝내주는 소식통이라고!
땅딸보 간수:네 생각엔 쟤네가 과업을 완수할 것 같냐?
'얼룩덜룩 얼굴' 잡범:하나같이 기이한 족속들이야. 그렇다고 하기도, 아니라고 하기도 뭐한데.
땅딸보 간수:하나씩 소개해 봐.
'얼룩덜룩 얼굴' 잡범:좋아, 그럼 저 맨 앞에 있는 녀석은....
일곱 명의 사형수는 죄수들이 식사하는 공간인 '식당'에 일렬로 서 있다.
죄수들과 간수들이 웅성거린다. 이제 빛을 보러 가는데, 지긋지긋한 감옥에 얼굴도장 마지막으로 찍어야지?
-룰 설명-
'얼룩덜룩 얼굴' 잡범은 수다쟁이 마당발이다. '땅딸보 간수'는 신입이라 좀처럼 죄수 얼굴을 못 외웠다고 한다.
준비된 사람부터 한 명씩,
자기 pc 캐입 한 줄을 써서 올리고,
모두에게 주어진 '얼룩덜룩 얼굴' 잡범 저널로 그 pc를 객관적으로 소개한다.
이를테면 죄목, 형량, 이름, 특징 같은 것. 간단해도 좋고 자세해도 좋다.
이제 '동서 체제'가 뭔지도 배웠으니 어디 출신이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적을 수 있겠지!
시작은 누구부터 할까?
키스라셋:실로 반가운 요청이로다.
자-! 부디 관객 여러분께서는 모두 이 나를 주목하도록! 막이 올라갔다!
이제 그대 앞에 펼쳐질 노래들은 단순한 죄인의 변명이 아닌, 운문극이자 창살 뒤에서 울리던 광대의 무도다. 사형수 키스라셋의 죄목을 읊는 죄악의 송가를 올리노라!
아하, 아하, 좋았어. 그러면 우리의 사형수들에 걸맞게 음악 좀 틀어 보실까.
얼룩덜룩 얼굴, 어서 저 광대를 소개해!
(From '얼룩덜룩 얼굴' 잡범): .
(From '얼룩덜룩 얼굴' 잡범): 음악 바꿔달라하면 들어주시나요
'얼룩덜룩 얼굴' 잡범:그래, 저 녀석의 이름은…
키스라셋:잠깐, 잠깐 잠깐! 나의 노래에는 어울리는 연주가 있어야지.
이것 참 죄송한데. 최고의 공연을 위해, 음유시인이 갑니다요.
'얼룩덜룩 얼굴' 잡범:하여간 참 독특하다니까. 아무튼, 저 녀석의 이름은 '키스라셋'. 저 녀석이 처음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곳은 감옥 창살도, 사형장도 아닌 성가대 지붕 위였지.
하늘을 향해 손짓하더니 기도 대신 재주넘기를 했다는 소문이 유명해. 성가대 출신이라더니 입으론 찬송보다 이야기와 허풍이 먼저 튀어나오고, 발은 기도보다 먼저 기둥이나 지붕 위를 날아다닌다더라고.
근데 참 묘한 게 말이야. 보석을 훔치면 죄인인데, 그 훔친 보석보다 반짝이면 사람들은 박수 치더라고.
그래서 간수들도 말이야, 평가가 갈리곤 한다고. 신참 간수는 새벽에 몰래 저 녀석의 죄명으로 지어진 '죄악의 송가'을 부르며 순찰을 돌다가 혼쭐이 났다지.
저 녀석이 저지른 죄는, 큼큼,
국가 반역죄, 종교 모독죄, 사칭 및 사기죄, 공공질서 문란죄, 탈옥죄, 귀족 재산 절도죄, 살인미수 및 명예훼손, 총 7개 중대범죄! 이봐, 내가 맞게 말했나?
'얼룩덜룩 얼굴' 잡범:저것 봐, 또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실실 웃기만 하는군! 영 속을 알 수 없는 녀석이야.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모르겠어. 질문엔 매번 동문서답으로 답하고.
하지만 말이지. 나도 가끔 저 녀석처럼 웃고 싶을 때가 있단 말야.
땅딸보 간수:하긴 한 번 보면 못 잊을 인상이긴 해. 저 목소리하며.
그럼, 저기 저.... 창백한 사람은? 은은하게 빛나는, 아니 불타는, 저것 말이야.
간수는 그슬비늘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른다.
사실 우리 중 모두가 그럴 것이다.
'얼룩덜룩 얼굴' 잡범은 그슬비늘을 가리킨다....
'얼룩덜룩 얼굴' 잡범:그슬비늘! 저 녀석이 뽑힐줄이야.
벌써부터 창살 여기저기서 한탄하는 소리가 들린다니까. 쩝. 나도 아직 못 자봤는데...
처음 여기 들어왔을땐 살벌했다고. 무슨 몬스터 하나 잡아오는 줄 알았다니까. 온 몸이 쇠사슬에 오자마자 독방으로 처박았지.
그때 소문이 쫙 돌았어. 헤일즈 후작가를 멸문시킨게 저 여자라던데?
그 베아트리스 후작이 불타죽을지 누가 알았겠어? 그 화재가 얼마나 화제였는데! ...재미없어? 쳇.
아무튼 별 소리 없이 몇 달 지나니까 우리 사이에 풀어놓더라. 그때쯤 새로 들어온 연쇄살인마가 독방을 써야 했거든.
'얼룩덜룩 얼굴' 잡범:저 헐벗은 모습 보여? 난 간수들이 다 처돌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니까. 뭘 입든간에 평범한 옷은 하루도 안 되서 죄다 불타버려...
그것 말고도 기묘한 여자야.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보여주지. 어이! 어이! 그래, 불덩이! 너 이름이 뭐라고 했지?
그슬비늘:이미지
'얼룩덜룩 얼굴' 잡범:들려? 저 언어 들리냐고? 모르는 말이지? 근데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지? 마법인가, 신성인가, 그것도 아무도 모르고...
사실 우리가 알 바는 아니지. 중요한건 딱 세가지다.
그슬비늘: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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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덜룩 얼굴' 잡범:젠장!! 나랑도 자고 가라고!
아니, 저 말만 들으면 이렇게 죄다 말하게 된다니까...
이 정도야. 저 녀석은 자기 이름밖에 몰라. 자아도 없는 것 같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그리고 정말 안 죽어.
어떻게 알고있냐니? 이건 우리 모두의 비밀이라고. 크하하!!
땅딸보 간수:감옥에서 속죄는 커녕 다 같이 썩어가는군, 여긴 변태밖에 없나?
간수가 고개를 저으며 교양 있는 공무원인 척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슬비늘의 독보적으로 헐벗은 몸에서 딱히 눈을 뗀 것도 아니다.
얼마 안 되어, 간수도 홀려서 자동으로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큰 소리로 웃으며 잡범은 다른 죄수들에게 세 번째 사형수를 소개한다....
'마리카'를 가리키며.
마리카:(마리카는 가장 마지막에 줄서는 부류의 죄수.)
(익숙해졌기 때문인가, 혹은.)
(제 몫을 빼앗길까 불안하지 않기 때문에?)
(잡범과 간수를 지나쳐 걸으며 그들을 쏘아본다.)
비켜.
'얼룩덜룩 얼굴' 잡범:⋯⋯경사에도 여전히 날카롭구만.
저 녀석은 특히나 알려진 바가 없는데, 정확히 언제부터 이 교도소에 처박혀 있었는지조차 불명확해.
애초에 키스라셋 녀석이 독특한 거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사형수급 폭탄이 그 정도로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건 말세라서 가능한 일이잖아? 행여 심기 거스를까 쉬쉬하는 향간에서 그렇게까지 소문이 도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니고.
저 녀석은 '동서 체제' 훨씬 이전부터 이감되고 이감되며 온갖 교도소를 거쳐다녔다는 소문이 있다만.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대단한 미치광이지. 알잖아? 마계 전쟁.
인류의 적이 본격적으로 인류가 된 건 그다지 길지도 않지. 그러니까, 엘프에게는 말이야.
'얼룩덜룩 얼굴' 잡범:죄목은 살인교사 및 방조, 자살방조, 살인.
악마가 존재했던 시절부터 인간을 상대로 벌였던 죄목이 이 모양이다.
말세라고는 해도 저런 녀석을 풀어줘도 되는지 원. (혀를 찬다.)
모든 '인류'의 수명이 비슷비슷했다면, 커랜드가 감옥 및 교화 시설에 그렇게 큰돈을 쏟아붓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커랜드에 사형이 도입된 이유다.
동시에 장명종의 존재는, 커랜드인들이 꾸준히 사형을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 어려운 문제랄까.
겨우겨우 그슬비늘에게서 풀려난 간수가 헤실헤실 웃으며 잡범 옆으로 돌아왔다.
땅딸보 간수:저 조그만 애는? 으음, 소년원에 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고개가 갸우뚱, 옆으로 기운다. 전형적 인종차별 발언이다.
그의 손가락이 향하는 곳은, 사요다.
사요: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걸까? 도저히 이해가 안돼. 가뜩이나 난 공용어도 못할 정도로 머리가 나쁜데, 통역 도술마저도 고장났단 말이야! 지금 내 말 알아듣겠어? 너희는 내 말을 못 듣겠지만, 나는 너희 말이 다 들린다니까! 거기! 너 지금 나보고 욕하는 거 다 들었거든?!
'얼룩덜룩 얼굴' 잡범:저 녀석 보여? 한 달 전에 들어온 작고 하얀 쥐새끼 같은 녀석. 넌 이렇게 생각하겠지.
저런 녀석이 여기에 왜 들어왔을까. 하루만 있어도 미치는 이 감옥에 어떻게 한 달씩이나 버티고 있었을까. 왜 '덩치 발턴' 녀석이 무릎을 꿇고 빌빌 기고 있을까.
그거야 동방일대를 주름잡는 최악의 범죄조직― 십이지신의 보스, '사요'이기 때문이지.
십이지신은 100년 이상 이어져 온 범죄 조직이야. 살인, 폭행, 고문, 마약, 유괴, 인신매매 등 온갖 흉악한 범죄란 범죄는 다 해먹는 놈들이지. 오죽하면 십이지신의 보스를 잡느라고 동방의 경찰 나으리들의 눈에 핏발이 서있지 않는 날이 없다는 말도 있어. 내가 듣기로는 직전 12대에서 무슨 일이 생겼다더니, 그것도 다 헛소문이었나 보군.
저 녀석이 12대냐고? 아니. 12년 전에 세대가 바뀌었어. 그래….
13대 보스 사요. 그리고 11명의 간수들과 이름 모를 전 세대의 떨거지들.
'얼룩덜룩 얼굴' 잡범:보스랑 간부들은 대대로 이상한 코드네임을 쓴다지.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
특이한 건 더 있지. 보스랑 간부들이 전부 수인에 전부 오랫동안 본 가족 같은 사이.
수인이라기엔 이상하지? 털 한 올도 보이지 않잖아.
그거야 당연하지. 소문으로는 보스로 올라오면서 귀랑 꼬리를 스스로 잘랐대. 독한 시궁쥐 같으니라고.
쥐 아니랄까봐 동방에서 저지른 죄를 빼고도 참 많이도 모아두셨더군. 불법 밀입국, 강도, 무단침입, 방화, 살인 등등...
'얼룩덜룩 얼굴' 잡범:여기서도 날뛰었는데 동방은 오죽하겠어? 범죄 단체 조직죄, 절도, 살인, 상해, 공갈, 폭행, 강도, 사기에 추가로 더. 다 말하려면 입이 아플 지경이야.
이런 거물 님이 왜 여기 계시는가? 커랜드의 경찰 나으리들이 동방의 경찰 놈들 엿먹이려고? 아니면 대대적인 국제 협력 수사?
한 달 전, 록슨 가 대저택에서 발생한 대화재가 있었지.그래, 또 망할 불이야.
오밤중에 벌어진 화재 현장에서 당당히 기어나오시는 게 바로 저 사요더군. 그러더니 순순히 잡혀가서는 법정에서 하는 말이 참 가관이야.
사요:이 세 가지는 내 잘못이 맞아. 하지만 방화죄니 살인죄니 뭐니 하는 건 내가 한 짓이 아니야. 나를 봐! 이 귀엽고 조그마한 쥐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하겠어?
전부 그 집 주인 아저씨가 자초한 짓이지! 그러게 왜 '내 돈 내놔!'하면서 달려든담…. 원래 주인 없는 돈은 주운 사람이 갖는 거잖아, 안 그래? 서랍장 안에 고이고이 떨어져 있던 거였다구.
불은 나도 모르겠어. 어쩌면 그 아저씨가 연초나 곰방대라도 피우려던 거 아니었을까? 전부 자업자득이야.
'얼룩덜룩 얼굴' 잡범:이렇게 부정하나 싶더니 또 마지막에는 인정을 하고,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부정하고... 결론은 재판장 만장일치로 유죄 및 사형이었지.
땅딸보 간수:하지만 그게 정말 저 녀석 혼자 한 걸까? 내가 듣기로는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그래. 내가 생각해도 이상해. 부하가 11명이나 되는데 그 누구도 보스가 홀몸으로 이 낯선 땅으로 향하게 두다니.
다만 하수구의 오물이 아닌 이상… 겁도 없이 어떻게 감히 보스가 하는 일에 손을 대겠어? 저 녀석의 명령도 없이.
"정말 별의별 놈들이 가득하다니까," 사요에게서 눈을 돌리면, 바로 시야에 들어오는 이는 메두사다.
간수는 메두사를 의아한 얼굴로 가리킨다. 상대적으로 평범한 몰골이어서?
'얼룩덜룩 얼굴' 잡범:메두사! 내 이럴 줄 알았어! 이 몸의 예리한 눈썰미는 빗나가지 않는군.
저 진저머리 꼬맹이가 예사 사람이 아닌 건 초장에 알고 있었다고!
물론 아주 처음엔 그저 재수 없게 수용된 앤 줄 알았지. 왜, 그런 경우 많잖아. 정치범 자식은 하루에도 몇 명씩 이곳으로 잡혀 오니까.
허나 이 몸은 어느 날 저놈한테서 위화감을 느꼈지. 어디서냐고?
간수들이 저놈의 이름도 수감 번호도 부르지 않아. 알잖아! 간수 새끼들이 하루에 몇 번이나 우리를 처 불러대는지를 말이야! 지긋지긋하게도!
(간수 쪽을 쏘아보며 삿대질 한다.) 네 자식은 꼬봉이니까 잘 모르겠지.
'얼룩덜룩 얼굴' 잡범:난 생전 저 놈이 간수에게 불리는 꼴을 본 적이 없다. 수감자가 노동을 안 하는 게 말이 돼?
저거 분명히 간수나 그보다 높으신 분들과 커넥션이 있겠다 ,생각했지.
그보다 수상한 건 뭔지 알아? 얼마전에 수감된 그 흉악범 있잖아. 서커랜드의 영지 하나를 수장시켜서 독방에 갇힌 그 놈.
그놈이 끌고 다니는 게 고위 마법을 제어하는 구속구라는 찌라시 들어봤지?
메두사가 가지고 있는 구속구가, 게다가 죄목은....
(얼룩덜룩 얼굴 잡범은 고개를 숙여 메두사의 발목을 본다.)
메두사:어머, 아주머니.
내 죄목이 그렇게 궁금했어?
'얼룩덜룩 얼굴' 잡범:어라? 분명히 여기에.... (고개를 홱 든다.)
메두사:살인죄야.
'얼룩덜룩 얼굴' 잡범:뭐? 분명히 저번엔 공갈죄라고....
메두사:정정할 정보가 생겨 기쁘겠네?
'얼룩덜룩 얼굴' 잡범:어린 게 말이 많아! (메두사에게서 고개를 돌린다.)
메두사:....
큭큭. (혀를 내밀고 실실 웃는다.) 뻥인데~
(죄수들 사이로 빼꼼 보이던 머리는 어느새 조용히 모습을 감춘다.)
갈기처럼 축 늘어진 잿빛 머리칼, 뿔 달린 악마 또는 마녀와 같은 음침한 실루엣.
모독적 기운은 소리 없이 스민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
'얼룩덜룩 얼굴' 잡범:처음 감옥에 갇힐 때부터 정확한 이름을 대라고 했는데, 지팡이에 새겨진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 표식 이외에 이름을 나타낼 만한 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냥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어.
물론 그대로 부르진 않아. 좋을 대로 줄여 부르지. '어린 양', '도살장', '양', '램' 정도면 양반이고,
'깡통', '짤랑이', '미친년', '뿔 달린 걸레짝'(성생활이 아니라 옷이 걸레짝), '양가죽', '양꼬치', '사이비', '주술사', '돌덩이'....
워낙 입을 열지도 곧잘 움직이지도 않으니. 저 인간은 미지수야. 애초에 입을 막아 놨잖아, 이중 삼중으로.
이미 간수가 검사했는데 저거 재갈이라더라. 24시간 재갈을 차고 다니는 건 왤까? 말하면 안 되는 사정이라도 있나?
여하튼, 그런 사유로 식사하는 것도, 볼일 보러 가는 것도 전혀 본 적이 없어. 무슨 수행이라도 하는 건지.
'얼룩덜룩 얼굴' 잡범:수감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말 그대로 굶는 건지, 굶어도 살 수 있는 부류인지는 잘.... 물조차 입에 대지 않아.
애초에 안 먹고 사는 사람이 있어? 옛날엔 솔 교단에서 묵언수행이니, 금식수행을 했다고 듣기는 했는데. 오래 전 멸절한 풍습인걸.
처음엔 다들 '어린 양'인 데다 커다란 뿔이 달렸으니 양 수인일 거라 지레짐작했는데, 저 뿔은 진짜가 아냐. 조금만 가까이서 봐도 가짜인 걸 알 수 있어.
그냥 장식이라기엔 잠잘 때도 불편할 테고 영 이상한데 벗는 꼴도 못 봤어. 아마 모종의 이유로 뿔이 잘려서 의체를 쓰는 양 수인이거나...
다른 무언가가 양인 척을 하거나. 그럴 이유는 없어 보인다만.
죄목은 신성모독.
땅딸보 간수:응? 그거 하나?
다른 놈들에 비하면 뭔가 초라한데? 그거 하나로 사형수가 되려면 어느 정도로 해 처먹어야 하는 거냐?
'얼룩덜룩 얼굴' 잡범:변방 영지를 돌며 솔 신전을 네 개 정도 장악해서 몇 년씩이나 자기 사교를 섬기게 했대. 고위 사제들까지도. 하도 교묘하게 삼켜서 그동안 아무도 눈치 못 챘어.
땅딸보 간수:그것 참 거물이셨네.
'어린 양'은 고개 각도를 미묘하게 튼다. 너무 미묘해서 기울였는지 어쨌는지 눈썰미가 나쁘다면 발견도 못 할 정도다.
지팡이에는 투박한 음각 글씨로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이라는 세로 글귀가 새겨져 있다. 반질반질한 짙은색 목재 아래에는 자글자글한 황동 사슬이 달려 있고, 그 밑에는 기하학적 무늬가 새겨진 황동 종이 하나 달려 있다.
종소리는 맑지 않고 약간 막힌 듯하다. 밀랍을 붙여 최소한만 울리도록 해 두었기 때문이다. 그 소리는 어린 양의 울음소리 대신이며, 발소리와 함께 그가 유일하게 내는 소리다.
그 뒤로 더 수상쩍은 자 하나. 어둠으로 온몸을 가린 채 로브 끝자락으로 바닥을 청소한다.
땅딸보 간수는 긴가민가한 얼굴이다. "마노?"
마노:(온몸을 전부 해진 천으로 덮은 땅딸막한 인영이다. 어딜 향해 서 있는지도 모호하다.)
(그는 말없이 서 있다가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미끄럽게 움직인다. 죄수의 소지품 압수를 담당하는, 어느 간수의 앞까지 다가가 당당하게 요구한다. 푹 뒤집어쓴 후드 속에서 비단결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내 악기를 줘요.
'얼룩덜룩 얼굴' 잡범:아, 자기가 용이라고 믿는 정신병자 납셨군.
그래도 저놈이 해 주는 이야기는 다 재미있단 말이야. 이제 못 듣는다니 아쉬운데!
마노, 저놈은 보호종 밀렵 미수로 붙잡혔어.
둥지에서 용을 사냥하려 했다던데? 간도 큰 자식.
고작 그걸로 종신형이 나오냐고? 말도 마, 국경에 불법으로 침입하다가 병사를 열댓 명은 죽였다는 말이 있어. 조사를 하면 할수록 죄목이 감자처럼 우르르 나왔다나 뭐라나.
대량 살인에 살인교사, 자살교사, 절도, 특수강도, 금지마법 사용, 동물학대, 불법 밀렵…죄목 길쭉한 놈이 그렇듯이 안 걸린 건 더 많을 테고. 진짜 이런 놈들을 내보내도 되냐? 어이, 높으신 양반! 지금이라도 한 놈 떨구고 날 대신 붙여 줘요!
'얼룩덜룩 얼굴' 잡범:아니다, 저놈들이랑 한솥밥 계속 먹을 자신 없어. 취소
아무튼, 성별도 모르고 나이도 종족도 몰라. 저 천쪼가리를 들춰본 간 큰 덩치가 하나 있었는데, 물어봐도 벌벌 떨면서 절대 말 안 해줘. 작년쯤 모범수로 풀려났지. 자기가 용이라는데 내 생각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손도 그냥 사람 손이더만.
평소엔 아무 말도 안 하는데, 가끔 내킬 때 해 주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거든. 다들 저놈을 음유시인이라고 부르지. 당연히 웃자고 하는 얘기야. 노래도 안 하는 음유시인이 어디 있겠냐?
목소리가 비단결 같아서 노래 한 곡절 뽑아 보라고 해도 절대로 안 해 주는데, 자기 말로는 신의 저주를 받았다더군. 어떤 신의 딸을 잡아먹었다가 말이야.
그 저주로 몸이 끔찍하게 쪼그라들어서 노래를 못 하게 되었대. 자기 노랫소리를 끔찍하게 사랑했던 놈이라 그걸 재현할 악기를 만들려고 했는데, 거기에 필요한 재료가 용의 내장이었다고 하더라.
그 악기가 그러니까…아, 그래. 저기 가져오는구만. 나도 실제로는 처음 봐. 정말 끔찍하게 생겼다.
'얼룩덜룩 얼굴' 잡범:용 뼈랑 염통으로 저딴 걸 만들었다고? 거짓말이겠지?
이렇게 일곱 명.
죄수들은 수근거린다. 이 흉악범 수용소에는 모범수가 없다.
달리 말하면,
지금까지 한 번 들어왔다가 형량을 못 채우고 나간 이는 없었다.
고통과 노역, 부자유만이 존재하는 저주받은 어두운 지하 감옥. 소음이 역력하다.
"조용, 조용! 오늘은 중요한 날이다! 일곱 명의 죄수가 위대한 과업을 시작하는 첫걸음, 순례의 시작이야!"
"모두 배웅할 준비는 됐겠지!"
얼굴에 천연두 자국인지 성병으로 난 사마귀인지 뭔지 모를 것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잡범이 침 튀기며 불평한다.
'얼룩덜룩 얼굴' 잡범:무슨 위대한 과업, 교회의 수작인 거 누가 모른다고.
사형수 목숨이니 아무 위험한 노역에나 갖다 바르겠지!
"옳소, 이 썩어빠진 교회! 너희들은 솔이 무섭지도 않냐! 그런 가짜 전언으로 왕실과 결탁하고!"
"얼룩덜룩 얼굴, 너 아깐 나가고 싶다며? 뭐냐?"
'얼룩덜룩 얼굴' 잡범:흐흥, 그거랑 나가고 싶은 건 별개 아냐?
"솔직히 과업 완수는커녕 쟤들이 살아 나갈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걸."
"이봐, 서커랜드의 찬란한 교단과 성스러운 여정을 더럽히는 모든 자는 신성모독으로 간주한다! 입 조심해!"
벌건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간수들이 자기들 좋을 대로 빽빽 소리지르며 죄수들을 채찍으로 때린다. 악, 하는 아우성과 다채로운 욕설이 사방에서 터져나온다. 고통만이 가득한 공간이다.
녹슨 쇠창살, 더러운 살갗들, 냄새 나는 죄수들, 똥통에 떨어져 하루하루 폐급이 되어 가는 간수들.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을 사회와 단절하는 무거운 철문이 위로 올라간다. 비명 같은 소리가 난다.
아,
뼈처럼 흰 햇빛이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비춘다. 낮이었구나. 마치 사후세계로 향하는 문 같다.
어쩐지 따스하지만은 않다. 신이 우리에게 다정한 적 있었나? 기억을 아무리 돌이켜 봐도 그런 기억은 없다.
오싹한 한기가 스민다. 죄 지은 자는 으레 뒷목에 털을 바짝 세우곤 한다.
"네놈들 사슬이 끊겼다고 도망갈 생각을 하면 오산이다."
"고위마법 암호로 된 보이지 않는 사슬이 순례자들을 서로 떨어지지 못하게 묶고 있다. 일정 거리 이상 흩어지지 못할 것이다."
"그게 너희를 감시한다. 벽에도 귀가 있다고 생각해라."
"자,"
"열두 과업의 대장정을 시작해라. 죄인들아, 빛을 보고 흙을 밟아라."
"눈부신 빛과 광활한 대지에 집어삼켜지지 말지어니."
그것들은 항시 죄지은 자를 심판하려 할 것이다.
이 감옥을 맡는 사제가 눈을 감고 너희를 위해 기도한다.
작별 인사 한 마디씩 하는 것도 좋겠지.
계단을 오르면, 밑에서 죄수들이 각자의 감정이 담긴 눈으로 뚫어지게 너희의 뒷모습을 쳐다본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둔탁한 종소리.)
사요:만나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 (해맑은 미소)
키스라셋:안녕, 안녕. 바람에 실어 보낸 노랫소리가 창살을 울릴 거라오.
마노:(악기를 들어 천 속으로 쑤셔넣더니 바람을 분다. 끔찍한 소리가 계단 아래까지 울리고, 몇몇 죄수와 간수들이 귀를 막는다.)
아직 부족해.
마리카:(마리카는 돌아보지 않는다.)
메두사:(사슬이 끊김과 동시에 새카맣고 먼지 묻은 옷가지를 비집고 뱀이 기어나와 그 몸을 훑으며 쉭쉭 소리를 낸다.)
얘, 너도 인사를 하겠다고? 이런. 그럼 안녕!
너희들은 양돈장 돼지 같은 죄수들을 뒤로하고 저주받은 건물에서 나왔다. 사형수에겐 이 건물의 외양을 눈에 담는 것도 오랜만이다. 감상에 젖을 시간도 없이...
룰북 75페이지, 공통 액션 '험난한 여정'
위험한 지역을 통해서 지나갈 때, 일행 중 한 명을 길잡이로, 한 명을 척후로, 한 명을 보급 담당으로 정한다. 한 사람이 두 직책을 맡을 수는 없다. 인력 부족을 비롯해 어떤 이유로든 비는 직책이 있다면 그 판정은 6이 나온 것으로 간주한다.
여행을 떠나면 직책을 맡은 캐릭터들은 각각 +혜 판정을 한다.
자, 포지션을 정하자.
그슬비늘:척후가 뭐야?
메두사:언니, '정찰'은 알아?
그슬비늘:보는 거.
메두사:그래, 보는 사람.
눈 좋아~?
사요:나는 너희의 의견에 따를게! (공용어)
키스라셋:그냥 그냥 보면 아니 되지. 이리저리 두리번 두리번 봐야 한단다.
그슬비늘:어려운데.
마리카:(일행의 후방에서 겉돌던 파란 눈의 엘프가 문득 입을 뗀다.) 척후는 내가 맡는다.
위험을 감수하고 싶다면 반대해도 좋아.
메두사:위험? (웃는다.)
키스라셋:하하하! 거만한 엘프렸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옷자락 한구석에서 나침반을 꺼낸다.)
(지팡이로 스스로의 명치 부근을 가리킨다.)
사요:(마리카의 귀를 본다) 도깨비? 도깨비는 눈이 좋다지.
그슬비늘:도깨비는 뭐지?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황동 나침반, 낡았지만 겉을 닦는다면 필히 고급품이다.)
사요:어? 내 목소리 들려?
아니아니, 내 말 알아들어?!
키스라셋:그거 볼 줄 아나? (나침반을 툭 가리킨다.)
그슬비늘:(뭔가 말하려다 그냥 끄덕거린다)
마리카:(양을 바라본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고개를 끄덕인다. 머리카락이 내려갔다가 올라간다.)
메두사:그럼 램이 길잡이를 하는 걸로~
사요:다행이다~ 지금까지 통역 도술이 고장났었거든! (팔뚝의 반짝이는 용문신을 보여준다)
보급 담당은?
마노:(걸을 때마다 천이 바닥에 질질 끌린다.) 보급 담당은 누가 하죠?
메두사:글쎄, 우리 같은 멍청이들이 보급을 담당하라니 이거 참~
없으면 자동으로 실패입니다.
앗, 존댓말을 썼네. 실수. 실패다, 이것들아.
키스라셋:성자께서는 빵을 쪼개어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먹인다네.
내가 하도록 할까? (씨익 웃는다.)
반박하는 이는 없었다. 그럼 모두 +혜 판정.
사요:
사요 가 다음 굴림을 합니다 Wisdom
굴림:8
그슬비늘:
그슬비늘 가 다음 굴림을 합니다 Wisdom
굴림:12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 가 다음 굴림을 합니다 Wisdom
굴림:7
키스라셋:
키스라셋 가 다음 굴림을 합니다 Wisdom
굴림:6
아, 담당자들만 굴리면 되는 거였어.
잘못 말했군. 미안하다.
마리카:(사냥꾼—엘프: 험난한 여정을 떠날 때 어떤 역할을 맡건 10+인 것처럼 성공한다.)
뭐어, 성자는 빵을 쪼개는 데에 실패했다. 식량 배분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
우리 중 안 먹는 이가 조금 있는 점은 참으로 다행일지니.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 평범한 성공.
마리카, 가는 길에 문제가 있을 경우 미리 알아채고 먼저 대처할 수 있다.
키스라셋:오, 신이시여! 여러 개의 장기가 곡을 부른다. 혹시 감방 옆 방으로 빵이란 놈이 샜는가? (큭큭 웃는다.)
이 음유시인이 빠트린다면 꼭 기억하고 말해주도록. 너의 귀가 남들보다 긴 이유는 사명이 달렸기 때문이다. 대지와 대기의 진동을 기민하게 알아챌 것이다.
마노:(장기가 곡을 부른다는 건 좋은 표현인 것 같다.)
키스라셋:(어...?)
그대, 나의 가곡에 흥미가 있는가?
마노:나는 미학이 뚜렷한 사람이에요.
(완곡한 거절.)
어린 양은 양가죽 지도를 펼친다. 가죽 자체는 오래되었지만 그 위에 새겨진 지도는 신식이다.
최신 국경선과 무너진 건물, 폭발한 화산 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키스라셋:나는 고집 있는 자를 좋아하지.
나침반을 위로 들면, 황동이 햇빛을 받아 누렇게 빛난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어린 양은 그 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불경한 이단은 창살 속에서 약간의 속죄도 하지 않았다.)
어린 양이 선두에 서서 인원을 센다. 본인까지 꼭 일곱이다. 순례길은 정해져 있다.
아무리 험한 길일지라도 우리는 건너야 한다.
쩔그렁, 사슬이 부딪치는 소리.
선두가 걷기 시작한다. 군말없이 따를 텐가?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텐가?
세 번째 장막을 걷어내고, 아무리 긴 모험이라도 도전할 텐가?
마리카:(이미 눈이 부시다.)
(⋯그렇다면 걷는 수밖에.)
키스라셋:어린 양아, 가는 길 동안 나의 설성(褻聖)에 대한 찬가를 불러주리?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어린 양이라는 이름으로 양치기 역할을 맡다니, 이 간악한 가짜 목자가 그들을 어딘가 사특한 구렁텅이로 이끌지 모르는 일이지! 양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노래해라, 광대야.)
사요:사요는 지금까지 명령을 내리는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따르는 쪽이 됐네?
재미있을 것 같아! 응, 따를래!
메두사:(휘파람을 분다.)
마노:(악기를 들고 노래할 수 있다면 어디로 가든 좋다.)
키스라셋:(불규칙하게 울리는 둔탁한 종소리에 맞춰 음성이 흐른다.) 내 기도는 박수였고, 내 신앙은 천막 위의 종종걸음이었도다.
성스러운 손짓 사이로 나는 무용을 보았노라… (뒤따라서 가벼운 발걸음을 뗀다.)
저들은 두려워하였으나, 나는 감탄하였노라.
(소름 끼치게 아름다운 목소리다.)
어둠의 거죽을 덮어쓴 음유시인 대신 보석 두른 광대가 노래한다.
사제의 입 발린 말대로 위대한 여정의 첫걸음이 될지,
돼지만도 못한 목숨들이 개처럼 구르다 죽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음유시인:그래도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이번이 세 번째잖아?
구름 낀 하늘을 나는 잿빛 새가 구슬프게 운다.
괴짜들과 함께하는 시작이 영 상쾌하지는 않지만,
발걸음을 옮기는 사이사이 밟히는 흙에서 고소하고 산뜻한 냄새가 난다.
빛에 잡아먹힐 것인가? 빛을 압도할 것인가?
땅에 삼켜질 것인가? 바위와 동산 위에 서서 세상을 내려다볼 것인가?
죄를 뒤집어쓸 것인가? 죄를 씻어낼 것인가?
모두 너희들의 선택,
앞으로 남은 열두 개의 잔혹한 선택들.
그럼 짧은 첫인사는 여기까지.
즐거운 여행 되시길.
1장
음유시인:자, 오랜만이지?
경험치 정산해라!
메두사:모험 +1
그슬비늘:모험+1
마리카:모험 +1
사요:모험+1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모험 +1
키스라셋:모험 +1
키스라셋 액션 사용
영광의 순간
세부 사항:풍운아에게 인생의 전부는 영광, 영광뿐입니다. 다음 중 하나를 고릅니다:
- 자신보다 훨씬 강한 적과 싸워 이깁니다.
- 엄청난 판돈이 걸린 내기에서 이깁니다.
- 위기의 순간에 재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 많은 사람들의 주목과 관심을 한몸에 받습니다.
모험이 끝난 뒤, “자신이 고른 영광의 순간을 즐겼는가?”라는 질문을 합니다. “예”라고 답할 수 있으면 경험치를 1점 받습니다.
종족: 하프엘프; 영광의 순간을 추가로 하나 고릅니다.
- 위기의 순간에 재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 많은 사람들의 주목과 관심을 한몸에 받습니다.
그슬비늘:인연추가
사요- 도깨비가 뭔지 알려주지 않았다.
키스라셋:광대가 물었다. "자신이 고른 영광의 순간을 즐겼는가?" ― 그래, 당연한 말씀을.
사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키스라셋:경험치 + 1
사요:도깨비는(doggebi)는 도깨비(goblin)이지!
(번역돼서 그대로 전달됐다)
그슬비늘:인연추가: 메두사- 정찰의 뜻을 알려주었다.
정찰>척후로 수정
마노:모험 +1
인연 추가: 키스라셋.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아득히 먼 과거를 추억하게 된다. 언젠가 그에게 파멸이 찾아오는 그날에는 기꺼이 장송곡을 연주하리라.
키스라셋:영광이어라!
담 비:ㅅㅂ뭐라는것임너무무서워
마노:응 너도망할거야 두고보자
담 비:제가 뭘 했는데요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ㄷㄷ;;
마리카:맘스터치언제갈꺼야 시발
NAL:마리카 저대사너무잘어울려서 무슨 캐치프레이즈같음
담 비:
팔리아치:안녕하세요~ 키스라셋입니다~
NAL:와 바로그유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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